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금융 혼란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확산해 세계 경제의 침체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비즈니스뉴스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면서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혼란 사태로 인해 은행들이 향후 몇 개월 동안 대출 심사를 극도로 강화하거나 아예 대출을 제한해 신용 경색 사태가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용 경색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제때 빌릴 수 없어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뜻한다. 신용 경색 현상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지고 무역업체들도 수출입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쇄 금리 인상으로 인해 그동안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SVB 사태가 발생했다. 예금주들은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대량으로 인출해 대형 은행이나 머니마켓으로 옮기고 있다.
이언 셰퍼드슨 매크로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향후 몇 개월 동안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할 것이고 이로 인한 신용 경색이 경제 성장에 치명상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혼란 사태 이전에는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제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가벼운 침체가 아니라 심각한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해 경제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우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보면 신용 경색으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는 것과 같은 영향을 경제에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금융 조건 압박이 금리 압박과 같은 효과를 내고, 이것은 금리 인상 또는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신용 기준이 더 빡빡해질 것이고, 이는 경제에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면 개인은 대형 내구재 등의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신규 투자를 하기 어렵게 되고, 고용을 줄인다. 폭스비즈니스는 “신용 경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것이나, 이는 경기 침체를 촉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면적인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 분야 약화와 신용 경색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성장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