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 대만 TSMC에 투자 촉진 세금혜택 준다

공유
0

[초점] 미국, 대만 TSMC에 투자 촉진 세금혜택 준다

대만과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검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 사진=로이터
미국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과 대만 간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29일(현지 시간) 미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그런 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이 없으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은 기업 활동을 촉진하려고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얻은 소득에 본국이나 외국 중 한 국가에만 세금을 내도록 국가 간에 맺 협정이다. 이는 기업이 경제 활동을 하는 국가(원천지국)와 출신 국가(거주지국)에서 세금을 이중으로 내는 것을 막고,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협정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 당국은 미국과의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없으면 TSMC와 같은 대만 기업이 세금 부담으로 인해 대미 투자를 연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과 이 협정을 체결하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할 게 확실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차이 총통은 중미의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면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할 예정이다. 뉴욕에선 교민 만찬 행사 등을 가지며 LA에선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심대한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만남은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출마에 나서면서 TSMC와 같은 주요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자신의 중요한 업적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만의 이중과세방지협정 요구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은 국가 간에 체결하는 것이어서 이 협정 체결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 점을 의식해 정식 협정이 아니라 ‘미국과 대만 간 조세 합의’와 같은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대만 대표부는 미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은 수익의 51%를 세금으로 내고 있고, 이는 한국이나 호주 기업보다 최소한 10% 이상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 제정을 선도했던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은 올해 1월 대만을 방문해 이중과세방지협정 문제를 논의했고, 이번 달에 미국 정부가 대만과 세금 문제에 관한 합의를 끌어내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에는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영국, 캐나다가 대만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있다고 명기돼 있다.
TSMC는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애플, AMD, 엔비디아 등 주요 미국 고객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애리조나 공장 착공식에서 400억 달러(약 52조2400억원)를 투자해 공장 두 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미국 투자 기록이다. 이 공장은 2026년부터 첨단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TSMC는 헤지 수단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에 따라 미·중 간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TSMC 내부에서도 미국 내 공장 증설에 따른 비용 증가와 생산 관리의 어려움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TSMC는 올해 초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만과 비교해 4배 더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인건비, 허가 비용, 규정 준수, 인플레이션 등이 그 원인이라고 TSMC가 설명했다.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 장비, 핵심 부품 운송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을 통해 TSMC를 비롯해 외국과 미국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야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 칩스법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공제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미국과 외국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가드레일’(guardrail·방어망) 조항이 있다.

TSMC의 지난해 총수입은 570억 달러에 달했다. 애플의 아이폰, 퀄컴의 스마트폰 칩, AMD 컴퓨터에 모두 TSMC의 반도체 칩이 사용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