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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버핏의 '디폴트 위기' 비판…월가의 '바이든 뉴딜' 지지 의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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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버핏의 '디폴트 위기' 비판…월가의 '바이든 뉴딜' 지지 의미하나

워런 버핏이 디폴트 위기를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워런 버핏이 디폴트 위기를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임시로 타결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 간 국가 부채 한도 협상과 관련해 잠깐 이목을 끌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않은 보도가 있다. 그것은 바이든과 매카시 협상이 타결되기 반나절 전인 지난 5월 27일 오전 월가의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공화당의 국가 부채 한도 감축 압박으로 인한 디폴트(국가 채무 불이행)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비판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날 오후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90분간의 전화 통화 협상을 갖고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한다는 데 임시 합의하면서 미국은 다음 달 1일로 우려되던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5월 31일(미국 현지 시간)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나 공화당의 강경파들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매카시 소환론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 미국의 국가 부채 한도는 31조3810억 달러로서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상향하기로 한 부채 한도는 4조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2년간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같은 기간 정부 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2024회계연도에는 비(非)국방 분야의 재량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에는 1% 증액하기로 했다. 미사용 코로나19 관련 예산 환수,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절차 신속화 등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늘 저녁 매카시 의장과 원칙적인 예산안 합의에 도달했다”며 “노동자들을 위한 중요한 프로그램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지출을 줄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합의는 타협으로, 모든 사람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것이 통치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미국 국민에게 희소식이라면서 “재앙적인 디폴트와 경기 침체, 수백만 개 일자리 손실 등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매카시 의장은 “여기에는 역사적인 정부 지출 감축, 국민이 빈곤에서 벗어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 정부의 과도한 권한 통제 등이 담겼다”면서 “새로운 세금이나 정부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72시간 법안 숙려’를 거친 뒤 5월 31일 하원에서 합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문제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바이든 행정부에 부채 한도 감축을 요구하면서 불수용 시 디폴트에 직면할 것이라며 공화당이 가해온 압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배경과 그 같은 비판이 공화당의 협상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느냐는 데 있다. 공화당이 부채 한도 감축 요구로 미국을 디폴트 위기로 모는 것은 2011년 디폴트 때처럼 어리석은 시간 낭비로서 부채 한도를 올려주지 않는 것은 역대 최악의 바보짓이 될 것이라는 그의 비판이 어떤 의미를 갖고 공화당에 어느 정도 부담으로 다가왔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버핏의 비판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그는 미국의 소득 상위 1% 중에서도 최상위 부유층으로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을 주요 의제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정책 연대를 한 진보 성향의 무소속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가 가장 공격하는 그룹이 버핏 같은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그런데 그가 예측 불허의 행동을 했다. 이번 부채 한도 협상에서 자신 같은 억만장자 금융투자자에게 호의적인 공화당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적인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공화당이 부채 한도를 올려주지 않음으로써 바이든 행정부를 디폴트로 모는 것이 월가의 금융자본은 물론 소득 상위 1% 부유층에게도 위기가 되거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버핏의 비판적 입장 표명을 계기로 미 하원이 공화당 소속의 매카시 의장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부채 감축을 요구하면서 불수용 시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며 압박했던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추진해온 프로젝트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들은 주로 코로나19의 확산 위기에 맞서 미 국민의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동 전염병의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개인과 기업을 구제함과 동시에 탈냉전 30년간 이념과 정책, 지지층의 합으로서의 ‘정치 질서(political order)’로 군림해온 신자유주의 질서(Neoliberal Order)로 인해 붕괴한 중산층을 회복시키면서 쇠퇴한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들로 평가받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목표로 삼아온 것은 신자유주의 질서로 인한 민생·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뉴딜 질서(New Deal Order)로 이행하는 것이다. 요컨대 바이든 행정부는 민생 악화와 중산층 붕괴 등을 초래한 부의 양극화와 민주주의 위기, 제조업 기반의 중국으로의 이전으로 인한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안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뉴딜 질서로 이행해야 한다는 판단에 기초해 대규모 재정 투입이 요구되는 프로젝트들을 추진해온 것이다.

문제는 공화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2024년 하반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들의 지지를 받는 이 같은 뉴딜 질서로의 이행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있다. 그 같은 인식이 공화당으로 하여금 부채 한도 감축 압박을 하게 만들었던 배경인 것이다.

이 점에서 공화당의 강경파들은 이번 부채 한도 감축 협상을 통해 부채 한도를 대폭 감축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뉴딜 질서로 이행하는 것을 저지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공화당이 월가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에 부채 한도 감축 요구 수용을 압박했던 데는 이 같은 우려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던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부채 한도 감축 협상에서 공화당의 압박에 밀려서 지난 3년간 추진돼온 뉴딜 질서로의 이행이 중단될 경우 재선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순방 일정까지 줄여가면서 협상에 임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버핏의 지원이 나오고 서민과 중산층과 기업들까지 성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선방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부채 한도를 4조 달러로 높이긴 했으나 향후 2년간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지켜냈으며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 성장을 해내면서 지출을 줄이겠다고 한 것은 뉴딜 질서로의 이행을 위한 중산층 회복 프로젝트들을 위한 예산을 지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부채 한도 감축 협상 결과는 이 같은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은 물론 버핏 같은 월가 큰손들까지 이번 협상에서 공화당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더 지지했다는 것은 미국의 정치 질서가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뉴딜 질서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 대세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