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원이 30일(현지시간) 45일간의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제안한 임시예산안은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찬성 335표·반대 91표로 가결됐다.
하원이 미국 연방정부 업무 중단(셧다운) 시점 9시간여를 남기고 가결한 '매카시 안'은 공화당의 반대가 많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반영하지 않은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 160억 달러 증액은 전면 수용했다.
하원을 통과한 임시 예산안이 이날 중 상원까지
미국 의회가 29일(현지시간)에도 예산안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을 피하려면 의회가 내년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전에 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시한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하원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이 이날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공화당 자력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져 매카시 의장의 발목을 잡았다.
매카시 의장은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국방, 보훈, 국토 안보, 재난 구호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약 30% 삭감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강경파는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하원 민주당도 예산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올해 5월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정부 예산을 더 줄여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부결된 임시예산안은 의회가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10월 한 달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담았으며 이 같은 막판 시도마저 실패하면서 정부 셧다운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AP통신 등은 평가했다.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매카시 의장이 자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파는 20여명에 불과하지만, 의장 불신임 투표를 요구할 권한이 있어 매카시 의장이 하원 민주당과 초당적 예산안을 마련하는 길조차 차단하고 있다.
앞서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11월 17일까지 필요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임시예산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했으며 이번 주말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 안은 하원 공화당 안과 달리 지출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60억달러와 재난 구호용 60억달러를 포함했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이 상원안이 하원으로 넘어와도 상정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역시 양원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10월 1일 0시 이후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된다.
현역 군인 130만명은 무급으로 복무하며, 재외공관 등 국가 안보 관련 기관도 계속 운영한다.
항공 운항에 필요한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 직원 등도 무급으로 일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립공원은 2018년 셧다운 때 각종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관람객 방문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문을 닫기로 했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 감소할 수 있으며 0.1%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무려 260억달러에 해당한다면서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이 군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며 의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포트마이어에서 열린 합참의장 이취임식에서 "하원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내일까지 정부 예산을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 군인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셧다운 기간에도 군인들이 여전히 전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겠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셧다운이 오래갈수록 군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우리 군인들이 우리를 보호하는 데 정치 놀이를 하면 안 된다. 완전한 직무 유기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공화당 소속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이 국방부의 낙태 지원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300명이 넘는 군 장성 인사 인준을 막는 상황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튜버빌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상원의원 한명의 정치 의제와 나머지 47명(공화 상원의원)의 침묵이 군인들의 진급, 경력, 가족과 미래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임하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포트마이어[美버지니아주] AFP=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2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포트마이어 군기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9
원본프리뷰
이날 이취임식에서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마크 밀리 의장이 물러나고, 찰스 브라운 신임 의장이 취임했다.
밀리 의장은 이임사에서 군이 "북극성"인 헌법에 결코 등을 돌려서는 안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전복 시도를 겨냥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밀리 의장은 "우리는 왕이나 여왕, 폭군이나 독재자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독재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개인에게 맹세하지 않는다. 우리는 헌법에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의 의무는 "해외, 그리고 국내의 모든 적에 맞서" 헌법에 담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라면서 "그리고 국내" 부분을 힘줘 말했다.
밀리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쿠데타를 시도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막을 대비를 했으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대를 총으로 쏘라는 명령을 거부하는 등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도에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밀리 의장은 의회를 향해서도 "당신들은 집단으로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우리가 통합됐는지 분열됐는지 판단한다"며 "당신들의 선택이지만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증시는 물가 지표와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험 등에 혼조세를 보였다.
29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8.84포인트(0.47%) 하락한 33,507.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65포인트(0.27%) 떨어진 4,288.05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05포인트(0.14%) 상승한 13,219.32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와 연방정부의 셧다운 위험 등을 주시했다.
이날 발표된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둔화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안도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4% 오르고, 전년 대비로는 3.5% 상승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해 7월 수치인 전월 대비 0.2% 상승과 전년 대비 3.4% 상승을 모두 웃돌았다.
그러나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8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1% 올라 시장의 예상치인 0.2% 상승을 밑돌았다. 이날 수치는 전달의 0.2% 상승보다 둔화했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로는 3.9% 올라 전달의 4.3% 상승을 밑돌았다. 전년 대비 수치는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근원 물가가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를 높일 수 있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한때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물가 지표 이후 4.51%까지 하락했으나 마감 시점에는 다시 전날과 비슷한 4.58% 수준까지 올라섰다. 2년물 국채금리도 전날과 비슷한 5.05%에서 거래됐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거나 혹은 고점 근처"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고점에서 내려오고 있으나 여전히 너무 높다"라며 "우리는 물가 안정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가능성은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했다.
미국 의회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내달 1일 이전 예산안을 처리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연방 정부는 예산 집행 중단으로 업무가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하원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이 이날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상원이 마련한 임시 예산안도 하원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셧다운 공포는 커지고 있다.
앞서 무디스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이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3대 신평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로 부여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신평사 S&P는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될 수는 있어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없다며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P500지수 내 에너지, 금융, 헬스, 통신, 산업 관련주가 하락하고, 기술, 임의소비재, 부동산, 유틸리티 관련주는 올랐다.
나이키의 주가는 분기 순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7% 가까이 올랐다.
카니발의 주가는 팬데믹 이후 순이익이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는 소식에도 5%가량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근원 물가가 둔화하고 있는 점은 연준의 긴축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셧다운 위험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BMO 패밀리 오피스의 캐롤 슐리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보고서에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거의 두배 수준으로 웃돌고 있어, 연준이 또 한 번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크리스 파시아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시장은 정부 셧다운 가능성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단기적으로 경제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5.7%를,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14.3%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18포인트(1.04%) 오른 17.52를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