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이래 단 한 차례도 조용한 날이 없었지만 이번은 어느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을 위시해 세계 굴지의 컴퓨터 제조업체 IBM, 미국 유수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대기업 디즈니 등 주요 광고주들이 X에 광고를 주는 것을 중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차 광고주 이탈 사태보다 심각
그러나 주요 광고주들이 X에 대한 광고 집행을 집단적으로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머스크가 X의 전신인 트위터를 인수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시점인 지난해 11월 머스크가 폭풍처럼 쏟아낸 다양한 발언과 계획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면서 주요 광고주들이 이탈 조짐을 보인 적이 있어서다.
당시에도 다름 아닌 최고경영자(CEO)가 일으킨 리스크 때문에 벌어진 일이어서 트위터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도 머스크발 리스크를 둘러싸고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NBC유니버설에서 근무하던 광고 전문가 린다 야카리노에게 머스크가 트위터 CEO 자리를 넘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차 광고주 이탈 사태 역시 다른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머스크 자신이 일으킨 논란 때문에 촉발됐다는 점에서 1차 사태와 맥락이 비슷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1차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카리노 CEO 자리까지 흔들 정도로 심각
무엇보다 머스크발 리스크를 줄일 목적으로 영입한 야카리노 CEO의 자리까지 뒤흔들고 있는 점이 다르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브스는 19일(현지시간) 낸 기사에서 “광고 수익으로 굴러가는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대형 광고주들이 트위터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자 영입된 야카리노 CEO가 제 역할을 하기도 전에 사퇴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머스크가 최근 ‘반유대주의’를 대놓고 지지 발언을 해 커다란 역풍을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노라하는 광고전문가로 주요 광고주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야카리노 X CEO에게 상당수 광고주들이 연락을 해와 머스크와 손절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취재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머스크가 총수로 남아 있는 한 X에는 희망이 없으니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다름 아닌 광고주들로부터 권유받았다는 얘기다. 다만 야카리노는 아직 이들의 권유를 수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지지해 온 테슬라 주주도 “테슬라 경영 손떼라”
소셜미디어 X의 운명과 테슬라의 운명은 밀접한 관계다.
1차 광고주 이탈 사태 당시에서도 테슬라 주주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억만장자 레오 코관을 비롯한 일부 주주들이 머스크에게 테슬라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트위터발 리스크가 테슬라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이번 2차 광고주 이탈 사태도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는 자산운용사 거버가와사키의 창업자이자 대표적인 테슬라 낙관론자 및 머스크 지지자이면서 테슬라 주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로스 거버가 머스크 퇴진론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거버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이미 테슬라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뗀 셈”이라면서 사퇴를 공식화할 것을 요구했다.
테슬라 경영을 외면한 채 X와 관련한 리스크만 쏟아내고 있으니 차라리 공식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을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내놓은 셈이다.
그는 “내가 머스크에게 테슬라 CEO 자리에서 물러나라 말라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머스크는 이미 테슬라에 손해를 끼치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도 “X에 광고 집행 중단” 결정
개별 기업들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X에 대한 광고 집행을 거부하는 결정이 나온 것도 1차 사태 때와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요하네스 바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X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X에 대한 EU 차원의 광고 집행을 중단할 것을 산하 조직과 관련 기관들에 권유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