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M(종합반도체) 내세웠지만 TSMC 중심 '공급망 동맹' 견고
AI 시장 '개방성'이 관건…'폐쇄적 x86' 구조적 한계 뚜렷
AI 시장 '개방성'이 관건…'폐쇄적 x86' 구조적 한계 뚜렷
이미지 확대보기고객 맞춤형 칩 설계부터 제조까지 아우르는 '일괄 서비스'(설계 + 인텔 IDM 공장 + x86 IP 제공)를 내세워,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기존 IC 설계 강자들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인텔의 이 같은 야심 찬 행보에도, 시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냉담하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의 진입을 "경쟁자의 다양화" 정도로만 받아들일 뿐, 인텔의 참전이 기존 ASIC 시장의 견고한 지형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격전지로 꼽히는 클라우드 AI 가속기 영역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IDM 이점', 회의론 부딪혀
인텔이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우는 IDM의 이점부터가 시장의 회의론에 부딪혔다. 공급망 소식통들은 인텔이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서 거둔 실적이 미미하다는 점을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한다.
핵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첨단 공정 신뢰성과 양산력 면에서 여전히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뒤처진다는 평가다. 주력 사업인 CPU와 GPU조차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아직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현재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AMD가 무서운 속도로 그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인텔보다 훨씬 폭넓은 파트너십과 높은 시장 인지도를 선점하고 있다. ASIC 분야 역시 TSMC 파운드리 생태계 내에서 이미 강고한 협업 체계를 구축한 브로드컴, 마벨, 알칩(Alchip), 미디어텍, 글로벌 유니칩과 같은 기존 강자들의 입지가 워낙 견고하다.
인텔이 단기간에 이 구도를 바꿀 만한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ASIC 시장의 공급망과 생태계가 이미 고도로 성숙해 신규 진입자가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인텔이 내세우는 IDM(설계-생산 통합) 모델의 강점보다는, TSMC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견고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기존 강자들의 아성이 더 공고하다는 인식이 우세한 셈이다.
'폐쇄된 x86' 생태계, AI 시대의 족쇄
인텔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은 'x86 아키텍처'가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IC 설계 전문가들은 '개방'이 핵심 차별화 요소로 확고히 자리 잡은 클라우드 AI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폐쇄된 x86 생태계가 인텔의 ASIC 사업 추진에 큰 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ASIC, 특히 AI용 칩을 요구하는 주요 고객사들은 이미 개방형 아키텍처인 Arm(암)이나 RISC-V(리스크 파이브) 설계가 제공하는 높은 유연성과 맞춤형 설계의 이점에 익숙해져 있다.
인텔이 x86의 개방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 한, 시장의 맞춤형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텔이 자사 아키텍처를 어느 수준까지 개방할 것인지가 사실상 ASIC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진입 아닌 실행이 진짜 시험대"
물론 인텔이 이번 ASIC 사업 계획을 통해 클라우드 AI 부문을 직접 겨냥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부 소식통들은 인텔이 만약 첨단 AI ASIC 대신, 기업용 고성능 맞춤형 CPU 시장에 집중한다면 경쟁 경로는 달라지겠지만 일정 수준의 주문을 확보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본다.
그러나 업계 관측통들은 ASIC 시장의 진정한 시험대는 '진입'이 아닌 '실행'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AI 가속화에 대한 기업 수요가 최대 격전지임은 분명하나, 구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이미 자체 개발한 ASIC(TPU 등)으로 독자 생태계를 구축,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신규 후발주자가 파고들 공간은 넉넉지 않다.
인텔과 같은 전통의 반도체 강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든다는 것은 시장의 성숙도를 방증하는 동시에, 그만큼 경쟁이 극한으로 치열해졌음을 의미한다. 분석가들은 "ASIC 사업의 성공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는 말처럼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I용 첨단 ASIC 분야에서는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맞춤형으로 구현하고, 대량 생산을 지원하며, 신속한 변경에 대응하는 능력에서 인텔은 후발주자로서 뚜렷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잦은 AI 작업 부하의 변경이나 급변하는 컴퓨팅 수요는 종종 프로젝트의 전면 재설계나 생산 지연 사태를 유발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공급업체들에게 인텔과 같은 신규 진입자의 위협보다도,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운영상의 난제들이 오히려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대 핵심 역량 확보가 관건
인텔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해 ASIC 등 맞춤형 실리콘 시장에 적극 도전하고 있으나,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는 인텔이 △공정 경쟁력 △IP와 생태계 개방 △신속한 생산 대처 능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 모두에서 선도 기업과 차별화에 사실상 실패, 단기간 내 시장 구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앞으로 x86 구조의 개방 수준과 생산 신뢰성 확보 여부가 중요한 주목할 점으로 남아있지만, 클라우드 AI나 대형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시장에서의 지각 변동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