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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펀드 ‘요세미티’, 1조 4915억 원 들고 영국 암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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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펀드 ‘요세미티’, 1조 4915억 원 들고 영국 암 시장 정조준

애플 창업자 아들 리드 잡스, 10억 달러 펀드로 초기 암 연구 지원 확대
초기 진단과 표적 면역 치료제 집중 투자로 암의 만성질환 전환 유도
스티브 잡스 아들 리드 잡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브 잡스 아들 리드 잡스. 사진=연합뉴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아들 리드 잡스가 이끄는 암 전문 벤처캐피털(VC) '요세미티(Yosemite)'가 영국 암 치료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의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요세미티의 설립자이자 총괄 대표인 리드 잡스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생명과학 학술회의에 참석해 영국의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학계 및 제약 업계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산 운용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 4915억 원)에 이르는 요세미티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침체기 속에서 고부가가치 신약 개발 시장의 막대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잡스 유산에서 출발한 10억 달러 펀드, 영국의 과학 역량 노린다


요세미티는 스티브 잡스가 2011년 56세의 나이로 췌장암에 걸려 사망한 이후, 그의 아들 리드 잡스가 암 치료법 전환을 목적으로 설립한 오로지 암 연구에만 집중하는 특화 펀드다.

이 펀드는 지난 2023년 리드 잡스의 어머니인 로렌 파월 잡스가 세운 자선·투자 단체인 ‘에머슨 컬렉티브(Emerson Collective)’에서 의료 부문을 분리해 독자 법인으로 출범했다.

현재 미국의 대형 바이오 기업 암젠(Amgen)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인 존 도어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리드 잡스 대표는 이번 영국 방문에서 영국의 비영리 의학 연구기관인 라이프아크(LifeArc)를 비롯해 옥스퍼드 대학교, 캠브리지 대학교와의 기부금 펀딩 파트너십을 공식화했다.

요세미티는 영리 목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펀드와 비영리 목적으로 초기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기부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독특한 복합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영국 바이오 업계 안팎에서는 영국의 선진적인 암 연구 자산과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자본이 결합해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대 암 혁신 기술 정조준... '사망 선고'에서 '만성질환'으로의 전환


요세미티가 주목하는 암 치료의 핵심 패러다임은 크게 네 가지 차세대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요세미티는 환자의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수정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Gene Therapy)와 환자 맞춤형 면역 반응을 유도해 암 재발을 막는 암 백신(Cancer Vaccine) 분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해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방사성의약품(Radiopharmaceuticals)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도입해 후보물질 도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기술에도 투자가 이뤄진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튠 테라퓨틱스(Tune Therapeutics), 아잘레아 테라퓨틱스(Azalea Therapeutics), 차이 디스커버리(Chai Discovery), 세이지 케어(Sage Care) 등 20여 개 생명공학 스타트업에 투자를 마쳤으며, 영국 내 미공개 기업들과도 비밀리에 투자 절차를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학계에서는 현재 전 세계 암 환자의 약 20%가 희귀 암 분류에 속하며, 조기 진단 생체표지자(Biomarker)의 부재로 인해 발견 시점에는 이미 전이가 끝난 말기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심혈관 질환이 신약 개발을 통해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변모했듯이, 암 역시 인체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표적 면역 치료제와 면역항암제(Immunotherapy)의 발전으로 인하여 향후 수십 년 안에 통제할 수 있는 질병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소아암 치료제의 심각한 비대칭성... 시장 실패 영역의 한계 극복 과제


이러한 혁신적인 암 치료제 투자 열풍 속에서도 소아암을 비롯한 희귀 암 분야의 극심한 투자 불균형은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라이프아크가 주관하는 소아암 프로그램 책임자인 론 프리스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해마다 4000명의 어린이가 새로 암 진단을 받으며 어린이 사망 원인 질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치료 대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성인 암 환자를 위한 면역항암제 등 신약 치료제는 최근까지 최대 150개 이상 개발되어 시장에 출시되었으나, 소아암 표적 치료제는 지난 20년 동안 단 8개만 승인받는 데 머물렀다.

제약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환자 표본이 적은 소아암이나 희귀 질환의 경우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고 경제적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을 꺼리는 '시장 실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세미티의 자선 기부 펀드가 이러한 수익성 중심의 민간 자본이 진입하기 어려운 기초 의학 분야의 공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워줄 수 있을지가 향후 암 정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