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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슈퍼컴 기반 AI ‘로스’, 세계 최초 변호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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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슈퍼컴 기반 AI ‘로스’, 세계 최초 변호사 됐다

‘고급직업까지 기계가 대신’ 전망...현실로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세계최초의 인공지능(AI) 변호사가 등장했다. AI가 고급 직업인 변호사의 일자리까지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IBM의 인지기능 컴퓨터 왓슨(Watson)과 연계한 인공지능 ‘로스(ROSS)’가 미국 뉴욕에서 파산 관련 변호사 일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로스는 세계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퓨처리즘, 쿼츠 등은 12일(현지시간) IBM과 로스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가 협력해 내놓은 AI 로스가 뉴욕 대형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Baker & Hostetler)에서 업무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이 로펌은 100년 전인 1916년에 설립됐으며 14개의 사무소와 945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다.

쿼츠에 따르면 로스인텔리전스는 조만간 또다른 로펌이 로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IBM왓슨과 결합한 인공지능 변호사 등장

로스는 법률자문을 위해 수십억 건의 관련문서를 검토하게 된다. 1초에 80조 번 연산하며, 책 100만 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법률상담을 하게 된다.

로스는 IBM슈퍼컴 왓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고, 추측하며 하루 24시간 내내 변호사 수임건과 관련 부분을 포함한 모든 법률시스템의 전개과정도 고스란히 모니터링한다.
사람처럼 질문을 받으면 이해하고 사람목소리로 말하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과 연계한 인공지능 로스가 세계최초로 변호사업무를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퀴즈쇼 우승자들과 겨뤄 우승한 왓슨의 모습. 사진=IBM연구소 이미지 확대보기
사람처럼 질문을 받으면 이해하고 사람목소리로 말하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과 연계한 인공지능 로스가 세계최초로 변호사업무를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퀴즈쇼 우승자들과 겨뤄 우승한 왓슨의 모습. 사진=IBM연구소

게다가 더 많이 사용할수록 지속적으로 향상(업그레이드)되는 기계학습기능까지 갖고 있다.
지모 오비애글 로스인텔리전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로스가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학습을 하는 등 더 많은 입력을 받으면서 점진적으로 똑똑해진다”고 설명한다.

로스의 자문 방식은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처럼 동료에게 질문하듯 질문하면 일반언어로 자문내용을 알려주는 식이다. 지난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참가했던 왓슨이 퀴즈를 내면 마치 사람처럼 사람 목소리로 답했던 것과 같다. IBM의 왓슨은 이 퀴즈쇼에서 제퍼디 역대 최고 상금기록자, 최고 점수 기록자와 나란히 퀴즈 대결을 펼쳐 우승했다.
캐나다 출신의 지모 오비애글 로스인텔리전스CTO는 변호사업무의 20%가량이 법률문서 검색에 들어간다는 점에 착안해 법률 지원 인공지능을 개발했다.사진은 로스인텔리전스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출신의 지모 오비애글 로스인텔리전스CTO는 변호사업무의 20%가량이 법률문서 검색에 들어간다는 점에 착안해 법률 지원 인공지능을 개발했다.사진은 로스인텔리전스 홈페이지

로스는 질문을 받으면 법률DB 문서를 검토한 후 신뢰성 등급에 맞춘 답을 내놓는다. 이같은 답변 외에 상담자는 이같은 답을 내놓게 된 근거 서류도 볼 수 있다.

로스를 개발한 로스 인텔리전스는 웹사이트에서 로스에 대해 “당신이 평범한 영어로 동료에게 말하듯 질문하면 로스는 전체 법률체계를 읽어내 법률, 판례, 2차 정보자료로부터 인용한 답 및 관련 주제 부분을 읽고 재빨리 답해준다. 또한 로스는 항상 전체 법률을 모니터링해 당신에게 당신의 수입 건에 영향을 미칠 판결내용을 알려준다”고 쓰고 있다.

밥 크레이그 베이커앤호스테틀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우리는 급부상하는 인지기능 컴퓨팅 및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이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로스같은 이노베이터와 팀을 이루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발전하는 이 기술을 지속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아루다 로스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로스를 설치한 첫 날부터 이를 사용해 왔으며 AI로 업계의 진정한 리더와 손잡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스(ROSS)는 어떻게 탄생했나?

로스 개발 작업은 지난 2007년 9월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토론토대 출신인 지모 오비애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초창기 로스 개발이 IBM왓슨의 블랭크슬레이트(blank slate) 버전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모 오비애글은 로스개발 초창기에 수천 페이지의 법률문서를 로스에 제공한 후 이를 왓슨의 Q&A 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 가운데 하나와 연계해 분류학 체계 및 온톨로지에 따라 분류하도록 훈련시켰다. 이어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듬에서 가동되는 ‘법률랭크(Legal Rank)’로 불리는 기계학습 레이어를 만들었다. 이것이 토론토대에서 AI연구를 수행하며 컴퓨터지원 방식의 법률서류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지모 오비애글 CTO가 개발한 법률지원 AI 프로그램(앱) ‘로스’가 됐다.
고객이 질문하면 수십억건의 문서를 보고 최적의 답을 애플 시리처럼 말로 답해주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했다. 사진=IBM 이미지 확대보기
고객이 질문하면 수십억건의 문서를 보고 최적의 답을 애플 시리처럼 말로 답해주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했다. 사진=IBM

세계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인 '로스(ROSS)'를 개발한 지모 오비애글 로스인텔리전스 CTO(왼쪽)와 앤드류 아루다 CEO.사진=링크드인 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인 '로스(ROSS)'를 개발한 지모 오비애글 로스인텔리전스 CTO(왼쪽)와 앤드류 아루다 CEO.사진=링크드인

지모 오비애글은 법률은 물론 신경과학 컴퓨터에 이르는 교육배경을 가진 앤드류 아루다 변호사와 함께 로스인텔리전스사를 창업했고 IBM왓슨으로 작동되는 AI 음성인식 앱 로스를 내놓기에 이른다.

로스는 지난 2014년 토론토대에서 과제수행을 거쳐 1년 후인 지난 해 미국 캘리포니아 팰러앨토로 옮겨져 10개월간 파산관련법을 학습했다. 이어 뉴욕 소재 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로부터 변호사 업무 수행 요청을 받기에 이르렀다.
IBM과 로스인텔리전스는 로스의 학습분야를 파산법 이외의 다른 법률 분야로 확대하고, 전세계 모든 로펌이 자사의 법률팀에 AI를 도입토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IBM의 슈퍼컴과 결합한 앱이며 100년 전통의 뉴욕 대형 로펌과 계약해 파산법 변호를 맡기 시작했다. 사진은 IBm의 왓슨. 사진=IBM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IBM의 슈퍼컴과 결합한 앱이며 100년 전통의 뉴욕 대형 로펌과 계약해 파산법 변호를 맡기 시작했다. 사진은 IBm의 왓슨. 사진=IBM

로스인텔리전스는 로스가 파산법 외에 다른 분야로 업무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들은 법률검색을 쉽게 해주는 수요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 후 들이는 시간의 20% 가량을 법률관련 검색에 들이고 있다. 또 해마다 로펌은 96억달러 상당의 비용을 이같은 검색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글로벌 로펌인 덴튼스, 넥스트로랩스가 로스인텔리전스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