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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미치는 'e심', 삼성전자는 알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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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미치는 'e심', 삼성전자는 알고 있었나

통신사 "1폰 2번호 수요 많지 않아…혁신기능 보기 어려워"
단말 부족, 제한적 요금제 영향…갤S23 이후 나아질 수도

e심 상용화 첫날인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한 kt대리점에 e심 듀얼번호 서비스 홍보물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e심 상용화 첫날인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한 kt대리점에 e심 듀얼번호 서비스 홍보물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1일 상용화 이후 출시 1개월을 맞은 e심이 국내 시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e심 상용화와 함께 통신사들은 2개 회선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내놨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e심을 적용한 스마트폰 종류를 제한한 삼성전자의 선택이 재조명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e심 상용화와 함께 시작된 듀얼넘버 서비스는 기대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1개 폰에서 2개의 번호가 필요한 사람만 이용할 뿐, 그 외에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e심은 기존 카드 형태였던 유심(U-SIM)과 달리 소프트웨어로 이뤄져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실제 구매가격도 유심이 7700원이라면 e심은 2750원에 불과하다. 다만 유심은 계속 갈아끼우면서 사용할 수 있지만 e심은 디바이스를 바꿀 때마다 새로 받는 소트프웨어이기 때문에 비용이 매번 발생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상용화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듀얼심으로 1개 스마트폰에서 2개 전화번호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원하는 기종은 아이폰XS 이후 모든 모델과 갤럭시 4세대 폴더블(갤럭시Z폴드4, 갤럭시Z플립4) 등이다.

e심 상용화 당시 아이폰에 비해 갤럭시 스마트폰 중에서 이를 지원하는 기종이 유난히 적다는 점이 주목 받았다. 해외에서는 지난 2020년 출시된 갤럭시S20부터 e심이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모델이 제외됐기 때문에 갤럭시S 시리즈로 듀얼넘버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듀얼넘버의 수요가 많지 않을 거라는 걸 예측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e심 모듈을 제거한 디바이스를 국내에 출시했다가 모듈을 적용한 기기로 출시해야 하는 가운데 이 같은 수고를 덜하면서 최신 스마트폰에 e심을 적용해 마케팅 효과를 노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듀얼넘버 자체가 업무용 스마트폰이 필요한 사람 정도를 제외하면 수요가 많지 않다. 대단한 혁신적 기능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서 MZ세대도 선호하지 않을 기능이다"라며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통신3사와 일부 알뜰폰 회사는 e심 상용화와 함께 8800원의 추가요금을 내면 2개 회선을 이용할 수 있는 '듀얼넘버' 요금제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U+알뜰모바일은 e심 셀프개통 서비스를 알뜰폰 업계에서 처음 선보였다. 다만 KT는 TV광고까지 펼치며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고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가 적용된 e심을 자체 개발하며 미래시장에 대응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듀얼넘버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5G 중간요금제와 함께 3사가 요금제 담합을 벌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5G 중간요금제도 통신3사가 공통적으로 24~30GB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그동안 20~100GB대의 수요가 필요했으나 여기에 못 미치는 수준의 중간요금제를 3사가 모두 내놨다. 2개 회선을 사용하는 e심 요금제 역시 세부 구성은 다르지만, 모두 8800원으로 원단위까지 맞춰져있어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e심 요금제가 만족스럽지 않은 내용에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는데는 통신3사가 유심 판매로 거두는 수익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신3사가 유심 판매로 거두는 수익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로 e심이 상용화되면 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e심 상용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통신 3사의 입장을 알고 있는 삼성전자가 e심 적용 스마트폰 출시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내년 초 갤럭시S23이 출시되면 e심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점유율 70%대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 폴더블폰에 한정해 e심을 적용한 만큼 바(bar)형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은 아이폰으로 갈아타거나 갤럭시S23을 기다렸을 수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아이폰14의 글로벌 흥행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갤럭시S23이 1월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