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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기업문화(1)]삼성에서 분리 후 고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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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기업문화(1)]삼성에서 분리 후 고속성장


<2편> CJ그룹

CJ, 삼성에서 분리 후 끊임없는 혁신으로 고속성장

삼성의 관리문화에서 창의‧도전의 기업문화로 변신 성공



CJ의 역사와 이슈



최근 CJ그룹(이하 CJ)이 모기업인 삼성그룹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이나 신세계와는 달리 시끄럽지 않게 사업을 하면서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그룹은 이병철 전 삼성 창업주가 사망한 후 1990년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제일제당을 모체로 한 기업이다.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동생 이건희 회장과 경영권분쟁에서 밀린 이맹희의 아들 이재현이 지금 회장으로 있다.

분사한 후 사업다각화를 하면서 2002년 CJ그룹으로 개명했고, 2007년 지주회사체제를 갖췄다. CJ를 롯데, 한진, 금호, 한화, GS 등의 대기업에 비해 먼저 다루는 것은 삼성의 주력기업을 모체로 출발했지만, 삼성과는 전혀 다른 기업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CJ의 기업문화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CJ의 기업문화를 역사, 비전, 사업, 성과, 조직, 시스템 등의 요소로 평가하고자 한다.



사카린 밀수사건은 불행의 시작



CJ의 역사를 보면서 현재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한비사건’을 짚지 않을 수 없다. 1966년 대한민국은 재벌기업인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 일명 ‘한비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5‧16 군사정권에 의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군사정부의 숙원사업인 화학비료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다. 돈이 없었던 삼성은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받아 공장을 지었고 국제 상거래 관례상 리베이트라는 ‘공짜 돈’이 생겼다.

삼성은 이 리베이트를 활용할 방법을 찾았고,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는 밀수를 택했다. 삼성은 백만 불의 리베이트로 사카린, 표백제, 수세식 변기, 욕조 등을 건설자재로 위장 수입하다 발각되었다. 재벌기업의 천문학적 규모의 밀수행위에 국민적 여론이 나빠지자 박정희 대통령은 엄벌을 지시했고, 삼성 이병철 회장의 차남 이창희는 구속됐다.

▲ 사카린 밀수사건 공판 장면. 사진=서울신문 제공당시 삼성은 박정희 정권이 1967년 대통령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밀수에 관여했다고 폭로했지만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삼성에 압력을 행사했다. 서슬 퍼런 정권과의 대결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것을 간파한 이병철 회장은 혼자 사건을 짊어진다.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인정된 차남 이창희가 아버지 이병철 회장 대신 구속됐다. 이병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사건은 수습되었다.

당시 이 사건이 발생하자 장남 이맹희가 의심을 받았다. 일반인이 모르고 있던 이 사건은 2012년 5월 이맹희와 이숙희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소송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건희 회장은 형인 이맹희를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비난했다.

구속된 이창희도 불행해졌고, 구속을 피한 장남 이맹희도 아버지 이병철의 미움을 받아 후계자의 길에서 멀어진다. 장남 이맹희는 철저하게 야인생활을 하였고, 가끔씩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으로 언론에 노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7년 이병철 회장의 죽음과 동생 이건희가 삼성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후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현재 CJ의 회장인 이재현은 이맹희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삼성의 후계구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면, 이병철이 가장 사랑했다는 손자 이재현이 현재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내실없는 제일제당 물려받아 사업 다각화 성공



CJ는 이병철 회장의 사망으로 삼성그룹의 핵심모체인 제일제당을 물려받음으로써 전통은 계승했지만 제당사업 자체가 사양화되고 있어 내실은 없었다. 당시 가장 사업전망이 밝은 전자, 가전, 유통, 제지 등은 삼성, 신세계, 한솔 등으로 넘어갔다. 한비사건에서 촉발된 부자간의 불화가 재산분할을 위한 유언에 영향을 미쳤고 이맹희가 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상속은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CJ는 제일제당을 기반으로 1996년부터는 제약, 생활화학, 외식, 건설, IT,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로 사업 다각화를 했다. 한물간 식료품 제조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이후 홈쇼핑, 물류, 엔터테인먼트까지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기존의 주먹구구식의 영세한 업체들과는 달리 대규모 자본 투입, 체계적인 투자와 관리 등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CJ의 기업문화는 관리로 대변되는 삼성의 기업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CJ계열사들도 분리되기 전에 삼성의 브랜드 하에서 운영되는 기업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식품제조에서 유통,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이전의 관리문화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양사업으로 분류된 업종이 주력이고 그룹차원에서 우수한 인력의 배치가 되지 않는 계열사이다 보니 직원들의 패배의식도 높았다.

삼성에서 분리되고 난 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벌이는 운동이 소위 말하는 ‘신문화운동’이다. 유레카, 사내 기업가제도, 호칭제도, 내부 토론방 등을 도입해 다양성과 창의, 도전을 관리보다 더 중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 문화운동은 성공적으로 정착해 2000년대 이후 CJ가 국내 주요 그룹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CJ는 삼성이 가지고 있는 관리문화는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이 이 혁신의 주역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존의 직원을 잘 아우르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해 훌륭한 성과를 냈다. 2000년 인수한 오쇼핑도 아직 CJ만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했고 2011년 인수한 대한통운도 기업문화 통합작업을 하고 있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이재현 회장의 리더십과 CJ 기업문화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다.



CJ CGV와 극장 내 매점사업 횡포로 비난 여론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재벌이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편승해 중소기업 업종까지 무분별하게 진출하고, 골목상권까지 위협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재벌은 독과점을 하고 있는 업종에서는 가격을 무분별하게 올리고 폭리를 취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CJ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1세기 산업의 총아로 불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CJ가 진출하면서 거대자본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먼저 극장 체인사업과 극장 내 매점사업의 횡포로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와 CJ가 극장사업에 진출하면서 영세 독립영화관은 전멸했고, 이들은 시장장악력을 발판으로 돈이 되는 영화만 골라 상영한다. 자연스럽게 예술성이나 작품성과는 관계없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외국영화, 폭력영화, 성인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극장 내에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매점에서 팝콘과 음료를 비싸게 판매한다. 매점사업은 영화표 판매보다 더 수지가 맞는 장사라고 한다.

CJ가 한국의 영화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칭찬도 듣지만, 오히려 영화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듣는다. 최근에는 CJ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영화가 흥행에 참패를 하는 바람에 투자를 꺼려하면서 한류를 이끌던 영화제작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감성과 예술성이 필요한 영화도 돈만 가지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등 골목상권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롯데와 달리 CJ는 직접 두드러지지 않지만 수익성이 높은 식자재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다. 일반인은 파악하지 못하지만 영세사업자가 난립되어 있던 식자재 유통시장을 CJ, 대상 등의 대기업이 완전히 장악했다. 특히 학교급식이 시작되면서 급성장했다. 식자재 유통 대기업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몰고 온 2011년 초등학교 무료급식 논란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식자재 유통시장에서는 아직 영세업자의 집단행동은 발발하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초등학교가 무료급식을 하지만 이들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을 장악하고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으로 양질의 급식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부당경쟁, 들러리 입찰, 자금과 구매력을 무기로 한 생산자 통제 등 다양한 수단으로 공정경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다음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 식자재 유통시장도 주요 타깃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CJ가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에 뿌리를 두고 있고, 삼성의 적자인 제일제당을 모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차원에서 무분별한 업종확장을 중단해야 한다. 자본력과 인재, 브랜드를 갖춘 대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선도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한다. CJ가 시장의 반감을 초래하지 않도록 지능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결국 정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CJ는 식료품 등 소비재생산과 유통을 하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다. 소비자 불매운동이나 정부의 정책적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의 실적은 악화될 것이다. 기업의 혁신은 외부의 충격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스스로 위협을 인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가 크다. 기업문화의 요소 중 사업부문에서 고민은 ‘어떻게 문어발 사업확장을 하지 않고 기업을 성장시킬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요식적


지능적 사업영역 확장에도 무분별한 업종 확장 중단해야




'제일좋은 생활 문화기업'이 목표

CJ의 비전은 ‘건강, 즐거움, 편리를 창조하는 제일 좋은 생활문화기업’이다. 그리고 미션(mission)은 ‘Only One 정신으로 제일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과 주주, 임직원을 위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한다’이다. CJ의 비전을 사업의 목표,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 분석해 보자.



▲ 이맹희 회장/사진=서울신문 제공CJ는 1996년부터 ‘내일을 여는 우리의 다짐’이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꿈과 미래를 여는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0년부터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치경영’을 내 세우고 있다. 이러한 발전과정을 통해 현재의 비전인 ‘생활문화기업’은 잘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건강, 즐거움, 편리가 사람이 세상을 사는 궁극적인 목표인데, 생활을 문화의 수준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도 좋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미션도 기업의 이해관계자 전부를 열거하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도 제시했다. 막연하거나 기업의 업종과 연관성이 없는 비전과 미션을 설정하는 기업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수준이다. CJ가 추구하는 가치는 창의, 도전, 정직, 팀워크, 존중, 고객 등 6가지다.

창의는 최고의 것과 남다른 것을 위해 늘 새로운 방법을 추구한다. 도전은 각자의 직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리스크(risk)를 기꺼이 수용하여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정직은 장기적 사회의 자산이므로 비록 눈 앞의 손실이 있더라도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팀워크는 자신과 부서의 이익을 넘어 기업 전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모두가 합심한다. 존중은 자신과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말한다. 항상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6가지 가치를 기반가치, 과정가치, 목적가치로 구분하고 있다. 창의, 도전, 정직을 CJ 구성원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인 기반가치로, 존중과 팀워크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자세나 태도로서 과정가치로 본다. 그리고 고객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서 모든 가치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적가치로 본다. 가치를 달성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전도 이뤄진다고 본다.



일관성 있는 목표와 경영전략의 수립이 필요



기업의 비전과 경영전략, 각 구성원의 미션이 일관성 있게 정렬(alignment)이 돼야 한다. 비전과 목표는 원대한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미션과 경영전략이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반사회적이라면 문제가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정책이 반사회적인지,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가 이해관계자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경영위기를 사전에 잘 예측하고 대비하는지, 직원의 역량개발과 창의성을 존중해 주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햇반’과 같은 히트상품을 만들기는 하지만 더 이상의 놀라움을 주지는 못했다. 설탕, 조미료 등 식품 첨가물 사업도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국가가치로 본다면 창의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 시민들이 사카린 밀수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서울신문 제공
현재 CJ의 제품구성전략이나 마케팅 전략만 보더라도 CJ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수 천년 동안 식생활의 근간을 이뤄온 식품가공, 식품첨가물생산, 식자재 유통에서 창의와 도전을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단순한 쌀을 가공해 완전식품의 레벨까지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동안 CJ가 국가, 사회, 고객의 가치창출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경영전략에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경영전략이 모든 구성원의 개별 미션에 포함돼 실천되도록 업무를 정의하고, 이를 관리 및 평가할 수 있도록 성과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별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화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요식업 프랜차이즈 진출로 기업가치 훼손

CJ가 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활동은 노인무료급식소 배식, 결식노인 도시락 배달, 김치 & 연탄배달 등이다. CJ 제일제당이 지난 10여 년 동안 ‘푸드뱅크’를 통한 먹거리 나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고, CJ 오쇼핑이 도시와 농촌을 연계하는 ‘1촌 1명품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 구성원의 사회적 만족감과 주인의식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사회적 책임영역이다. 그러나 기업들 대부분은 불우이웃돕기를 사회적 책임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 즉 임직원, 협력업체, 고객, 사회, 국가 등에 해당된다. 현재 CJ가 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활동은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것이다. 돈 벌기에 바쁜 기업들에게 이런 영역구분까지 연구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많은 공부를 해서 사회적 책임활동의 범위와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고 책임도 무겁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지만 정부의 감시 소홀과 대기업 우대정책에 편승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영위하던 식품, 요식업의 프랜차이즈사업까지 진출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 이재현 회장CJ의 사회적 책임활동도 삼성 등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 수준이고 SK보다는 미약하다. 그나마 다른 기업에 비해 협력업체나 직원에 대한 책임의식이 미약해 나쁜 평가를 받는 것과는 달리


대기업 대부분이 ‘고객은 왕’이라는 구호와는 달리 ‘고객은 봉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구호나 요식행위가 아니라 사업적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이를 경영자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CJ의 경우 오너는 커튼 뒤에 숨고, 직원들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는 이미지를 시장에 주고 있다.



무엇이 사회적 책임인지 다시 생각하라



2012년 4월 CJ E&M이 서울시립 청소년 미디어 센터와 ‘게임문화교실 프로젝트’ 협약식을 맺었다. 올바른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의 일종이라고 한다. 학부모가 게임을 이해하도록 하고 아이들 스스로 올바른 게임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을 통해 가족이 소통을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한다.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는 회사로서 사업에 적합한 사회공헌활동을 찾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열풍은 학생들의 왕따, 폭력, 자살, 학습부진 등의 결과에 대해 중대한 책임이 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모든 게임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받기 때문에 기업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전문가, 양식 있는 어른들은 한국의 비이상적인 게임열풍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사업이 비단 게임만의 문제일까? 물론 CJ E&M보다 더 크고, 더 폭력적인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회사들도 많기 때문에 CJ만 비난하기 어렵다. 엔씨소프트, 넥슨, 네이버, 네오위즈 같은 기업들은 정부의 IT산업 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벤처기업이지만 CJ는 삼성에서 분가한 대기업이다. 게임이 돈이 된다고 게임산업에 직접 진출한 대기업은 CJ가 유일하다.

국가의 경쟁력은 단순히 유명한 기업 몇 개, 높은 GNP(혹은 GDP), 국방력 등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중‧장년의 능력보다 젊은이들의 건건한 사고능력, 바른 생활태도가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에 해당된다. 우리 학생들이 백해무익한 게임에 중독되어 학습을 등한시 하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해 폭력적 사고와 일탈행동을 지속한다면 사회는 병들고 국가는 망하게 될 것이다.

현재 게임산업이 외화벌이와 국내 고용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활용도가 높은 미래산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CJ가 거대자본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시장의 순기능을 왜곡한다면 영화산업처럼 역기능이 양산될 것이다. 정부의 적절한 대책도 요구되지만, 기업도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만들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왜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경영전략을 포기하고 ‘상생의 기업문화’를 채택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왜 유독 한국에는 존경 받는 기업이 없고, 100년 가는 기업이 드문지 이유를 알면 기업이 어떤 기업문화를 창안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된다고, 한때 유행한다고, 남들도 다 하는 사업이라고 기업의 수준과 사회적 책임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사업다각화와 사회적 책임활동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생존‧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CJ도 이재현 회장을 필두로 해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더 고민해 삼성도 이루지 못한 존경 받는 기업의 기반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글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