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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茶 시음하며 향미 감별 티소믈리에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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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茶 시음하며 향미 감별 티소믈리에를 아십니까?

[스페셜-티소믈리에의 세계]-정승호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대표


茶 시음하며 향미 감별
티소믈리에를 아십니까?
웰빙 바람타고
홍대, 대학로, 인사동 등에 '티 카페' 등장

"몸 독소 해소 위해 茶마셨다"는 문헌기록도 있어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와인 소믈리에, 커피 바리스타에 이어 또 하나의 이색직업이 등장해 화제다. '티(TEA)소믈리에'다. 와인 소믈리에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아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품목 선정, 구매, 관리, 저장 등 와인과 관련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인 것처럼 티소믈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茶)를 테이스팅(Tasting)하고 그 특징과 배경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는 차를 추천하는 차 전문가를 말한다.

그동안 중국의 보이차나 우롱차, 한국의 녹차, 일본의 료쿠차, 유럽의 홍차에 관한 분야별 전문가는 있었으나 이들 차를 한꺼번에 테이스팅하고 향미를 감별해내는 차 전문가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요코하마 티마스터 실버 과정, 인도 다질링 티산지 연수, 미국 STI 티 스페셜리스트 프로그램, 스리랑카 티마스터 골드 과정을 수료한 뒤 국내 티소믈리에 1호가 된 정승호 대표(40). 지난 2011년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을 개원, 티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는 그를 만나 티소믈리에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티(TEA)소믈리에란 이색직업 중 하나인데, 어떤 일을 하나요?


“티소믈리에란 말은 와인 소믈리에에서 나왔어요. 와인 소믈리에는 식음료산업에서 와인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아 서비스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종류의 와인을 공부하면서 탄생되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면 차(茶)도 녹차, 홍차, 곡물차만 있는 게 아니라 10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어요. 차의 맛과 향을 테이스팅하고 고객의 몸에 맞는 ‘맞춤 차’의 필요성 때문에 티소믈리에가 탄생했어요. 보스톤 차 사건이 말해주듯 근세에는 차를 둘러싸고 나라 간 전쟁을 치르기도 했지요. 그 만큼 차가 우리 일생생활에서 중요하다는 걸 반증하고 있는 셈이지요. 티소믈리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내 몸에 맞는 차를 찾고 있는 현대인에게 ‘맞춤형 차’를 안내하는 나침반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정 대표에 따르면 티소믈리에라는 직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웰빙바람과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홍대나 대학로, 인사동 근처에 ‘티(TEA) 카페’가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티소믈리에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창업 전문가들은 이미 포화상태의 치열한 커피시장 보다는 건강을 키워드로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는 티소믈리에가 앞으로 유망한 직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의 종류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차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유능한 티소믈리에가 될 수 있어요.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는 한 학기 교육과정을 통해 매 강의마다 4∼5가지의 차 샘플을 접하게 함으로써 한 학기 교육을 마치면 총 120∼130가지의 차를 배울 수 있게 합니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는 기초과정인 브론즈과정, 강사양성 과정인 실버과정, 강사양성 심화 과정인 골드과정으로 세분화해 티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국내 최초로 홍차, 녹차, 우롱차, 보이차, 백차와 허브차, 과일허브차 등 거의 모든 다양한 종류의 차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국내 1호 티소믈리에란 타이틀을 획득하셨는데, 언제 어디서 획득하셨는지요?


“티소믈리에 과정을 처음 접한 건 일본 요코하마에서 세계적인 호텔리어들과 함께 티마스터 과정을 공부하면서 부터입니다. 유럽의 유명한 티 테이스터(Tea Taster)가 와서 서비스 교육을 하면서 시작되었고, 그 이후 미국 STI 티 스페셜리스트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스리랑카와 인도의 다르질링에서 티산지 교육을 거쳤어요. 산지교육은 와인 전문가들이 와이너리투어를 하는 것처럼 직접 차생산지인 스리랑카 현지와 인도의 다르질링에서 티마스터 교육을 받는 것이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우리가 모르는 지역 가운데 차로 유명한 지역이 많아요. ‘대영제국 홍차(The Empire Tea)’라는 말 때문에 우리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차 생산국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유럽에서는 차 생산지가 전혀 없고, 한때 그들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스리랑카가 차 생산의 핵심국가이고, 중동이 의외로 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요. 이처럼 이론교육을 마치고 산지교육을 통해 티소믈리에 과정을 밟았는데, 10여 년만에 티소믈리에 자격을 획득했어요.”

정 대표가 ‘티소믈리에 1호’라는 타이틀을 가져오기 전에는 보이차와 우롱차로 대표되는 중국차 전문가, 한국차 전문가, 일본차 전문가, 홍차 전문가 등 한쪽 분야 전문가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젠 다양한 차의 맛과 향기를 구분하고 추천하는 티소믈리에가 양성되기 시작해 올해 안으로 몇 명의 티소믈리에가 더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티카페에 대한 전망이 밝다는 예상도 있습니다.


“아직은 커피전문점이 대세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은 레드오션 시장입니다. 그러나 티카페는 국내에서는 아직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블루오션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망이 대단히 밝습니다. 특히 티 시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고, 전 세계 커피시장을 장악한 스타벅스 이후 어떤 업체가 어떤 메뉴를 가지고 식음료시장을 장악할 것인지 대단히 관심이 많아요. 미국쪽에서는 ‘티 브랜드’를 만들어 대형화를 위한 기회만 엿보고 있지요.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도 다양한 종류의 차가 아니라 허브 차, 홍차, 보이차 등 특정 차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 시야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어요. 국내 차 시장도 해외에서처럼 성장한다면 머지않아 티카페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 티카페 창업을 위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만 보아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요.”

-커피는 심장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차는 웰빙음료로 각광을 받는데, 몸의 어디에 좋습니까?

“차는 누구나 인정하듯 웰빙 건강음료입니다. 5000년 전에 기록된 문헌을 보면 중국의 어떤 지주가 차를 통해 자기 몸에 쌓인 독소를 해소하는 게 나옵니다. 본인의 몸을 실험하여 70여 가지의 독소를 해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 동안은 차를 의약품으로 분류해 팔기도 했지만, 오늘날 차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여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입니다. 저는 차가 의약품 취급을 받기보다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음료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 대표는 차의 효능에 대해 딱 하나만을 꼬집어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굳이 꼽자면 차는 떫은 맛 때문에 위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면 우리 마음이 약간 흥분되는데 반해 차는 그와 반대의 작용을 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논리다.

-티소믈리에로서 세계 각국의 명차를 소개해주시죠?


“각국의 명차는 지역별로 너무나 많고 다양한 나머지 ‘이것이 명차다’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곤란해요. 1960년대 이후 대만에서는 국내보다는 해외 수출용으로 만든 오룡차가 있고, 일본은 교쿠로(玉露)라는 명차가 있고, 중국에는 용정차, 벽란춘차, 운남 보이차, 우롱차가 있고, 인도에는 다르질링차와 아삼차가 있어요. 유럽은 사실 직접 차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립튼, 트와이닝, 웨지우드, 리지웨이, 포숑 등의 유명 홍차 브랜드가 있지요.”

-차 재배에 필요한 기후조건이 있나요?


“유럽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다르질링 지방은 히말라야산이 시작되는 고산시대이고, 아삼 지방은 거의 평지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특별한 기후조건을 말하기는 곤란하고, 조건이 다름에 따라 생산되는 차의 맛과 향이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저지대에서 생산하는 차보다는 고지대에서 생산하는 차를 고급차로 여깁니다. 아무래도 수확량이 적은데다가 고지대를 좋아하는 유럽인의 성격 때문에 그런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떤 차가 좋은 차입니까?


“어떤 분은 순한 차를 좋아하고, 어떤 분은 향미가 풍부한 차를 좋아합니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좋은 차는 새 순이 돋을 때 따서 가공한 차가 좋은 차입니다. 그러나 차는 새로 나와 값어치가 있는 차도 있지만 보이차나 우롱차와 같이 오랜 숙성시간을 거칠 때 명차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순하고 향미가 풍부한 차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1000여 종에 달하는 차를 마셔본 결과 좋은 차를 마시게 되면 진한 땀이 나요. 차를 마시자마자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돕고 몸의 노폐물을 땀을 통해 배출하는 것이지요. 이게 좋은 차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차례라는 말이 있듯이 차로 조상들께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차례가 아니라 주례를 올리고 있는데, 우리 전통의 차문화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우리 전통의 차 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해마다 새로운 차가 나오면 조상들께 차를 올리는 차례를 지냈어요. 그런데 차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 차 대신 술로 제사를 지내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소믈리에이기 때문에 차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나라마다 차 문화가 다른데….


“우리나라는 녹차의 비중이 상당히 높고, 인도와 스리랑카는 속성차의 문화에 해당하고, 중국은 숙성차의 문화가 발달해 있어요. 차의 종류에 따라 차를 담는 찻잔이나 차주전자도 다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발효라는 용어를 써왔지만, 사실 알고 보면 발효차가 아니고 나뭇잎의 녹색이 생채기를 입고 산소와 만나 갈색으로 변하는 산화차입니다.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차 드시겠습니까’라고 하면 녹차가 나오고, 유럽인은 ‘차 주세요’하면 홍차가 나옵니다. 이처럼 차 문화가 나라마다 다르지요.”

-좋은 차는 좋은 재배지에서 재배하고, 가공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 재배지 견학을 다녀오신 경험에 대해 들려주시죠.



스리랑카나 인도의 다르질링은 우리 나라에 비해 환경이 대단히 열악해요. 버스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히말라야 산맥이 막 시작되는 그곳에 이르면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특히 산지에 있는 아이의 눈빛을 보았을 때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분명히 불우한데도 너무나 해맑고 행복해 보여요. 한 점의 티 없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의욕을 다지지요.”


정승호 대표는 오랫동안 차를 마시면서 아침에 마시는 차와 오전, 오후에 마시는 차가 다르다고 말했다. 비가 오고 우중충하는 날에는 민트가 들어가는 차를 마셔 기분전환을 하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에는 허브 차를 마신다고 팁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티소믈리에로서 국내 차 문화 보급에 앞장설 생각입니다. 국내 보다 발달한 외국의 차 문화 서적들을 번역 소개하는 한편 티소믈리에를 집중적으로 양성해야지요.”


인터뷰를 끝내면서 정 대표는 커피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듯이 차도 우리 일상과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셔보고 우리 몸에 맞는 차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친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맞는 차를 고를 줄 알게 되고 명품차를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 Tip-세계의 유명 차


*우롱차: 중국차의 한 가지로 차의 생잎을 발효 도중에 볶아 만든다. 홍차와 비슷하나 녹차의 풍미를 지니고 있다.

*보이차: 중국 윈난성(雲南省) 일대의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 미생물 발효차.

*다르질링차: 고도 2134m의 히말라야 산맥 바로 아래에서 봄이 오고 깊은 산 중에 비가 내릴 때 탄생한다. 향이 높아 우아한 맛의 홍차를 마시면 마치 황홀하고 매력적인 높은 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교쿠로(玉露): 차의 새싹이 두 세장 펴졌을 때 차 밭 전체를 갈대나 짚으로 20일 정도 덮어씌워 햇볕을 차단하여 키운 차다. 빛을 제한하여 새싹을 키웠기 때문에 아미노산에서 카테킨으로의 생성이 억제되어 떫은맛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