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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수소보다 '전기차'…현대차 교통정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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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수소보다 '전기차'…현대차 교통정리 나선다

2025년부터 디젤 엔진 탑재한 차량 출시 안해
수소, 낮은 시장 성장 속도에 따라 집중도 낮춰

현대차 양재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양재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엔진 라인업을 정리하며 교통정리에 나선다. 탄소중립 등으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내연기관과 작은 시장 규모와 느린 성장을 보인 수소차가 대상이다. 현재 시장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가솔린·디젤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 모델과 수소차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 디젤엔진이 탑재한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수소사업은 최근 정의선 회장이 그룹 내 비공개 임원 회의에서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낮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9월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수소에 대한 강한 비전을 드러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온라인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온라인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그룹은 내연기관 차량의 지분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은 연구개발 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없애고 전동화에 집중하는 형태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파워트레인 담당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명칭을 바꾸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라인업도 줄인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 전후로 국내 시장에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탄소 배출량의 80% 이상이 자동차 운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전동화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2004년 선보인 투싼 FCEV.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2004년 선보인 투싼 FCEV. 사진=현대차

수소도 마찬가지다. 먼저 전기차 시장 대비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는 총 8557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전기차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올 1~7월 국내 생산기준 현대차는 8만491대의 전기차를 국내외에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수소차 판매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이를 7개월만에 넘어선 것이다. 최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올해 1000만대, 2030년 5900만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느린 성장도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구성한 뒤 꾸준히 개발을 진행해왔다. 최초의 수소차는 2000년 선보인 싼타페 FCEV였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 투싼 ix Fuel Cell도 시장에 내놨다. 다른 업체가 내연기관에 집중할 때 현대차는 수소에 집중했다.

쏘나타 전기차.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쏘나타 전기차. 사진=현대차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인 쏘나타 전기차가 1991년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전기차 개발이 수소보다 빨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완전 무공해 자동차를 전체 판매 대수의 2%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ZEV 의무 규정으로 인해 붐이 일어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 것을 생각한다면 전기차는 스쳐 가는 하나의 이슈에 불과했다. 그랬던 전기차가 탄소중립과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등으로 2010년 이후로 크게 성장했다. 즉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은 꾸준하게 이뤄졌지만 성장 속도는 전기차 대비 느렸다.

이런 이유로 그룹은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전기차 중심의 전략을 피고 있다.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국내외에 설립하겠다는 등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그룹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이 커졌고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힘을 잃어가고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내연기관과 수소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는 전기차 보급을 늘림과 동시에 내연기관은 고성능 라인업인 N ·N라인에, 수소차는 상용차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펼쳐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회사는 아반떼 N 등 다양한 고성능 라인업들을 국내외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자사 수소트럭 엑시언트도 스위스·독일 등 유럽시장에 출시해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