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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국제유가와 전략비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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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국제유가와 전략비축유

재닛 옐런 재무장관 CNBC 인터뷰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사우디 유전 이미지 확대보기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사우디 유전
국제유가가 끝내 "마의 100달러"를 돌파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지역의 원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산 원유 콰이보에(Qua Iboe)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었다. 말레이시아산 원유 타피스도 101.30달러를 찍었다고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아른 쉴드롭 애널리스트가 보고서에서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 소식에 뉴욕증시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뿐 아니라 달러환율 금값 국채금리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등 가상 암호 화폐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재닛 재옐런 재무장관이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시장에 개입할 수도 시사해 주목을 끌고 있다.

20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국제유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증시에서는 재닛옐런의 이 발언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조치 결정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인의 경제 상황을 보호하기 위해 휘발유 가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될 것을 예상하지만 유가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미국 내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당초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유가로 인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유가가 얼마나 반영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8월 CPI는 3.7% 상승으로 시장 예상(3.6%)을 상회했고 PPI 역시 1.6%로 시장 예상(1.2%)을 웃돌았다. 이대로 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2% 전후 물가상승률) 달성은 어려워지고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들썩거리면서 바이든 정부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물가 안정에 실패하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참모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 사이에 강한 상관 관계를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여론을 의식해 지난 14일 "휘발유 가격 인하를 약속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단행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3월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가격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을 단행한 바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바이든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고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 전략비축유를 이미 많이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7월에 6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 구매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인해 구매 의사를 철회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3개월 연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공급 부족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9만3천배럴로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달보다 약 4만배럴 줄어드는 것이다.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가 된다.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을 늘리는 대신 생산시설을 줄여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빚을 갚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WTI 가격은 지난 14일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유회사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물시장의 일부 원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산 원유 콰이보에(Qua Iboe)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었다. 말레이시아산 원유 타피스도 지난주 101.30달러를 찍었다고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아른 쉴드롭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밝혔다. 3대 원유 외에 일부 유종은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산 원유 콰이보에의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산 타피스 원유는 배럴당 101.30달러를 기록했다고 스웨덴은행 SEB는 전했고, 아제르바이잔산 아제리라이트 원유 역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급등은 원유 공급 부족 우려 때문이다. 사우디가 지난 7월부터 시작한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러시아는 30만배럴의 원유 수출 감축을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하면서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를 이끄는 리더 격이다. 비야든 쉴드롭 SEB 분석가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 시장을 견고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말했다.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세계석유총회(WPC)에서 특정 목표가를 특정하지는 않은 채 “OPEC은 안정적인 원유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생산 계획을 매달 재검토할 것”이라며 “원유시장 경색을 나타내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원유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언급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중국의 경기가 일부 살아날 조짐이 보이면서 수요 증가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는 기류다. 지난주 나온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는 모두 이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6월 저점 대비 거의 30% 오르며 배럴당 100달러 거의 목전에 두며 시장에 다시 투기열기가 들끓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하루 130만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 것이 결정타였다. 여기에 중국 경제지표가 다소 회복되며 지속적 수요가 확인됐다. 최근 3개월 사이 상승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전쟁을 시작한 초기와 비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지속적 감산이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유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급등 압박에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도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난제를 해결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올 초 국제유가가 다소 내려가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해 중앙은행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였다.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을 앞두고 다시 유가가 오르며 둔화하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해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위험이 커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비 3.7% 상승했는데 14개월 만에 최고로 가파르게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뛰면서 물가 압력이 더해졌다.휘발유 가격은 갤럴당 3.86달러로 연초보다 25% 이상 높은 수준이다. 화물, 농업, 기타 산업에 필수적인 경유 가격도 지난 3개월 사이 거의 20% 뛰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7월 열린 FOMC에서 9월에는 지표에 따라 인상도, 동결도 가능하다고 언급했으나 시장은 연준이 7월 인상 이후 금리를 동결하며 경제를 평가할 시간을 더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높아졌다. 이는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준이 2022년 3월 이후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525bp 인상한 가운데 시장은 연준의 현 금리 수준이 이번 인상 주기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 회의까지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은 60%에 달했다. 1회 더 인상할 가능성을 35%에 그친다. 연준 위원들은 6월 회의에서 내놓은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5.6% (중간값)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리 전망치로는 5.50%~5.75%로 지금보다 1회 더 인상되어야 도달하는 수준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