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7 13:10
창 너머로 보이는 도봉산에도 가을이 깊다.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산은 멀리서 바라만 봐도 황홀하다.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곱기만 한 단풍도 바짝 다가가 보면 벌레 먹은 자국이나 상처가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여도 이 황홀한 색의 향연을 멀리서 바라만 보기엔 너무 아쉬워 북한산을 찾았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진짜 삶은 움직임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간밤에 비바람 사납게 불어댄 뒤라서인지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서늘하고도 상쾌하다. 카뮈는 가을을 두고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2023.10.26 10:02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도종환의 시 ‘단풍 드는 날’을 읊조리며 창밖 풍경을 우두망찰 바라본다. 초등학교 운동장 가에 여름내 초록 그늘을 드리우던 대왕참나무가 불붙듯 타오르고, 담장 옆의 벚나무와 느티나무도 시나브로 물든 이파리를 내려놓고 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는 것을 알아차린 시인의 통찰력이 새삼 놀랍다. 사람과 달리 나무들은 허투루 힘을 쓰는 법이 없다. 나무가 때를 알아차리는 일은 생존과 직결된2023.10.18 12:46
‘간송옛집’은 내가 자주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다. 도봉구 방학동으로 이사 온 뒤로 지척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는 이유도 있지만, 산 들머리에 있어 산을 오르거나 숲을 찾아갈 때면 으레 한 번씩 들르는 최애의 장소가 되었다. 간송옛집은 조선 최고 부호였던 간송 부친이 전국 물산을 관리하고 보관하던 창고로 지었는데, 간송이 부친의 제사를 지낼 때 부속 시설로 사용하다 한국전쟁 때 훼손되어 한동안 폐가처럼 방치되기도 했다. 간송이 세상을 뜬 뒤 종로4가의 본가를 철거하면서 나온 자재로 도봉구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전통 한옥으로 복원·단장해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 ‘서울 방학2023.10.11 13:21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의 ‘멀리서 빈다’ 전문가을이 깊어지는가 싶으면 습관처럼 나는 이 시를 읊조린다. 그중에도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당부하는 마지막 연은 절창이다. 매번 화살촉처럼 날카롭게 가슴에 와 꽂히며 부르르 떠는 화살의 진동이 고스란히 온몸으로 전율을 일으킨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서늘해진 기온 탓일까. 바람에 떨어진 낙엽처럼 불2023.10.04 12:55
시월이 왔다. 설악산의 단풍 소식과 함께 시월이 온 것이다. 추석 성묫길에 보았던 보랏빛 쑥부쟁이와 분홍 며느리밥풀꽃, 물이 잦아든 천변에 다보록이 피어 있던 자잘한 고마리꽃들과 바람을 타는 코스모스의 춤사위가 조금씩 경쾌해지는 사이, 누구나 살고 싶은 시월이 온 것이다. 쨍한 갈맷빛 하늘가로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흰 뭉게구름만 보아도 가을은 이미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지만, 진정 가을을 가을답게 해 주는 것은 단풍이 아닐까 싶다. 옛 시인은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라 하여 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안다고 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온산을 붉게 물들일 때 가을은 절정에 이른다. 누군가의 말2023.09.27 13:19
안산자락길을 걸었다. 세상 끝까지 갈 것만 같던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대지의 기운이 서늘해진 요즘이 걷기엔 더없이 좋은 때다.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자락길은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로 숲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서대문구의 관광명소다. 총 7㎞의 숲길은 한 바퀴를 도는 데 천천히 걸으면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경사도 9% 미만으로 조성하여 휠체어나 유모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바닥을 평평한 나무 데크나 친환경 마사토, 굵은 모래 등으로 조성하여 휠체어와 유모차는 물론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보행 약자도 쉽게 숲을 볼 수 있다. 인왕산 줄기인 무악(毋岳)은 높이가 296m로 서울 남산보다 약간 높다. 총 7㎞ 길이2023.05.10 08:39
비 온 뒤의 숲 내음이 그리워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자욱하게 나를 덮쳐오는 향기에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았다. 숨이 멎을 듯한 그 짙은 향기, 다름 아닌 아카시아꽃 향기였다. 낮게 깔린 기류를 타고 마치 안개처럼 사방에서 나를 에워싸며 밀려드는 꽃향기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취할 수밖에. 아카시아 향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향기 중 하나다. 뒤늦게 숲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아카시아로 알고 있던 나무가 실은 북미 대륙이 원산인 아까시나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지금도 나는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뒤늦게 알게 된 지식으로 인해 나의 소중한 추억을 포기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2023.02.15 08:55
입춘이 지났을 뿐인데 한낮엔 어깨 위로 내려앉는 햇살이 제법 포근하다. 아직 뺨을 스치는 바람결에 한기가 남아있지만 시릴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겨우내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요즘이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 놓고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종종 산책을 즐긴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즐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주변의 나무와 풀과 천변의 새나 물고기들을 관찰하며 천천히 걷는 산책을 더 즐기는 편이다. 기온이 오른 때문인지 며칠 사이에 천변 산책로에도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산책을 하며 내가 유심히 살피는 것은 나무들이다. 혹한의 겨울2023.02.08 09:16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이 온 세상을 훤히 비추는 정월 대보름 밤, 달을 보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김용택의 시가 생각났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도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시인의 고백처럼 전화 한 통화에 마음이 달떠서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까지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힘이다. 시 속엔 아름답고 빛나는 것을 보고 제일 먼저 자신을 떠올려준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배어 있다. 사람을 가장 신나고 힘이 나게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있다는 믿음이2023.01.18 10:15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부- 눈이 내리고 있다. 겨울답지 않게 추적추적 연 이틀 비가 내리더니 바람의 기운이 달라지면서 흰 눈발로 바뀌었다. 고향의 낚시터에서 눈을 맞으며 백석의 시를 떠올렸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 지는 게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버리는 것이란 시구가 가슴에 돋을2023.01.11 11:12
계묘년 새해가 밝은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저마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걸며 선물처럼 받은 새해 삼백예순다섯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멋진 계획을 세운다. 새해만큼은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리라 다짐하며 새 다이어리를 장만하여 새해 다짐을 꾹꾹 눌러 적어 넣기도 한다. 카네기는 “세상의 모든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비록 그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새로운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마음속에 소망을 품을 수 있게 하는 새해 벽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문중 행사가 있던 일2023.01.04 10:20
계묘년 새해 첫 아침, 해맞이를 위해 이른 새벽에 도봉산으로 향했다. 해가 바뀔 때면 일부러 해돋이 명소를 찾아 먼 길을 떠나기도 했는데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에서 해맞이를 하기로 했다. 잠시 잠깐의 일출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오가는 수고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이 요령을 피우기 시작하면 나이 든 탓이라던데 나도 나이가 들긴 드는 모양이다. 채 어둠이 물러가기 전인데도 도봉산 입구 등산로는 이미 해돋이 인파로 넘쳤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어둠을 밟아 산을 오른다. 눈에 제대로 보이는 게 없는 어슴푸레한 여명만 있는 새벽,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져서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2022.12.28 10:20
이른 아침 창문을 열고 도봉산을 바라본다. 밤새 눈이 내려 희끗희끗한 눈을 이고 선 바위 봉우리가 듬직하면서도 신성하게 느껴진다. 티끌만 한 번뇌도 붙을 틈이 없을 듯한 청정한 이미지의 설산과 마주하는 순간 문득 산에 가고 싶어졌다. 옷을 단단히 차려입고 작은 배낭 하나 메고 산으로 향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맵다. 숲길로 들어서니 청정한 겨울의 숨결이 서늘하게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이 차고 정(靜)한 맑은 기운은 겨울, 그것도 눈 내린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각별한 기쁨이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혼자 산을 오르며 자칫 쓸쓸해지기 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에도 작은 산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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