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9 10:57
밀가루 반죽으로 콧수염을 붙인다든가, 동그랗게 말아 콧구멍에 넣는다든가, 더 큰 달걀 프라이에 침 뱉어 내 거로 찜한다든가… 어린 시절 얌전하면서도 좀 부잡스러웠다. 그때마다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고 혼난 기억이 난다. 인자하신 어머니지만 명령은 ‘선악과’ 금지처럼 지엄했다. 그럴 때 속으로 꿍얼거렸다. “먹을 것이 아닌, 입을 옷에는 장난쳐도 되나?” 아마 옷에 장난치는 것도 안 되겠지만, 먹을거리는 특별히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금지했으리라. “그러면 장난이 아닌 놀이, 반죽놀이는 괜찮잖아?” 불행히도 그 시절은 먹을 것이 참 귀했다. 그래서 어머닌 “먹는 것으로는 놀이도 장난도 안 돼!”라고 엄2020.07.01 09:28
우리는 평상시의 삶과 비상시의 삶을 구별하면서 살아간다. ‘일상의 삶’은 날마다 반복되는 삶이고, 흔히 평상시의 삶을 가리킨다. 물론 극지생활처럼 비상시의 삶이 연속되는 일상의 삶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흔히 삶을 배의 항해에 비유하는데, 평상시의 삶은 잔잔한 바다를 항해할 때와 같고, 비상시의 삶은 거친 바다를 항해할 때와 같다. 이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삶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평상시의 삶을 바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우한폐렴’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모두가 비상시의 삶을 사는 것이다.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어렸을 때 사극 영2020.06.03 09:42
낚시를 좋아하는 아들이 바다에서 잡은 커다란 참돔 인증샷을 카톡에 올렸다. 그 큰 참돔을 두툼하게 회를 떠 집으로 가져왔는데, 그야말로 자연산인데다가 오는 동안 숙성까지 잘 되어 맛이 기가 막혔다. 회를 먹으면서 참돔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가 아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참돔은 여태까지 먹어본 경험으로도 안전하고, 성경에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신명기 14장 9절). 그런데 박쥐는? 필자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박쥐, 날아다니는 박쥐를 성경에서는 ‘새(bird)’로 분류하면서,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명기했다(신명기 14장 18절). 왜 그럴까? 성경에서는 박쥐가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곤충으로 인한 재앙이 닥2020.05.20 12:08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을 잘하기 위한 요소로 로고스(이성), 파토스(감성), 에토스(도덕성)를 꼽았다. 이 세 요소는 각각 이야기에 대한 나의 논리,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 그리고 이야기하는 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관계된다. 음식도 먹는 우리를 잘 설득하려면 맛, 영양, 안전성의 세 요소로, 우리의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만족시켜야 한다. 즉 음식은, 영양이나 기능성으로 우리의 로고스를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야 하고, 맛으로 우리의 파토스를 공감으로 이끌어내야 하며, 안전성으로 우리의 에토스를 만족하게 해 신뢰를 주어야 한다. 식품기업도 소비자를 잘 설득하려면, 식품의 맛, 영양, 안전성의 세 요소로,2020.04.22 09:29
‘코로나 19’는 전 세계인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두려움에 민감한 일부 사람들은 식품과 물, 그리고 화장지를 사재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총이나 총알을 산다고도 한다. 심지어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재기하고 매점매석하면 생존할 수 있는가? 잠시야 가능하겠지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내가 사재기한 생필품을 만들어 팔 다른 사람이 생존해야, 그리고 내가 매점매석한 마스크를 사줄 다른 사람이 생존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너’의 생존이 있어야 ‘나’의 생존도 가능하기에, 인류는 ‘생존’이 아니라 ‘공존’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2020.03.25 09:25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외식을 자제하면서 집밥이 늘어났다고 한다. 아마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귀가를 서두르기 때문이리라.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는 좋겠지만, 식당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일 것이다. 집밥과 외식의 일시적 역전은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둔 부모의 심경을 헤아리게 한다. 물론 외식비가 줄어드는 만큼 가정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집밥을 위해 누군가는 음식 준비를 더 자주 해야 한다. 이것이 바이러스가 반갑지 않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역으로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되면 외식이 폭증하고 집밥이 대폭 감소할까? 물론 일시적으로 그럴2020.02.19 13:37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어렸을 때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종종 나왔던 말, 들어는 봤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보낸 적은 없는 말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왜요? 왜 하늘이 무서워요? 저렇게 맑고 푸르니 좋기만 한데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시대에, 하늘도, 천둥·번개도,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무섭지 않다. 왜 무섭지 않을까? 바로 과학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과학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무서운 것이 있다.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고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작은 바이러스다. DNA나 RNA 한 두 가닥을 단백질이 감싸고 축구화 바닥의 스파이크 같은 것이 겉에 붙어있2020.01.15 08:30
수사(修辭)는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미는 행위고, 수사학(修辭學)은 효과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말을 해야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을까 궁리했는데, 수사학의 핵심이 바로 설득력이다. 그렇다면 음식 수사학은 무엇일까? 음식의 장식이나 광고를 일컫는가? 아니다. 음식을 멋지게 꾸미는 것이나 그럴듯한 이미지 광고를 연상하기 쉽겠지만, 음식 수사학의 핵심도 여전히 설득력에 있다. 음식은 늘 우리를 설득하려 애쓰고 있고, 우리는 설득되기 쉽기 때문이다. 음식 수사학에서 음식은 이야기하는 화자(話者)이고, 우리는 이야기를 듣는 청자(聽者)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2020.01.01 09:55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입으로 나간 말이 가까운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힐 때가 있다. 침묵이 금인데, 참지 못하고 기어코 내뱉는 백해무익한 말 말 말. 이런 일로 후회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가슴 아픈 경험이 있다. 금실 좋은 노부부가 계셨다. 두 분의 사랑은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처럼 천사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두 분은 너무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셨는데, 어느 날 부인께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한평생 둘이 사랑하다가 갑자기 남겨진 남편에게는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냥 손을 잡아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슬픈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남편분을2019.11.20 10:24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과 인간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결같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시간도 흐르고 공간도 달라지고 인간도 늘 변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오래된 ‘대한늬우스’를 보면 시간과 공간의 변화는 물론, 사람들의 옷매무새나 헤어스타일도 많이 달라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유독 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보았고, 욕망과 이익 추구는 본성이 아니라 외부의 자극으로 생긴 것이므로 이를 억제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순자는 인간의 본2019.10.23 13:37
세상을 살면서 잊지 못할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데, 식중독이 뭔지 생생하게 알려준 사건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작은 케이크를 먹었다. 바로 그 케이크 때문에 여럿이 심한 구토와 설사를 하는 식중독에 걸렸고, 심지어 응급실에 간 사람도 있었다. 아니 도대체, 1인당 GDP가 100달러 정도였던 1960년대도 아니고, 3만 달러가 넘는 2019년 대낮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식중독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식품위생법이 제정된 것은 1962년이었고, 우리나라가 식중독이나 부정불량식품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 위해 방지’를 주목적으로 삼는 이른바2019.09.11 08:02
얼마 전 슬로푸드의 발상지 이탈리아의 '브라(Bra)'를 찾았다. 브라는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토리노 남쪽의 작은 도시다. 브라에서 머문 숙소는 포도주 양조장 안의 호텔답게, 포도주 한 병을 무료로 제공했고, 객실 창을 열면 눈 덮인 알프스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여장을 풀고 나서 슬로푸드 레스토랑을 물었더니, 호텔 지배인은 슬로푸드 본부와 건물을 같이 쓰는 대표적인 슬로푸드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었다. 레스토랑 종업원이 점심메뉴로 추천해준 두 가지 요리 가운데, 하나는 계란 노른자로 반죽했다는 면발이 가는 파스타 요리였고, 또 다른 하나는 송아지 고기를 와인에 담가 4시간 이상 약한 불에 익혔다는 고기요리였다2019.06.19 10:11
경쟁이 치열한 오늘을 사는 우리는 때때로 무언가에 중독될 때가 있다. 중독은 신체적 중독과 정신적 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먹을거리의 관점에서, 신체적 중독에는 독버섯 등에 의한 급성중독과 잔류농약 등에 의한 만성중독이 있고, 정신적 중독에는 알코올중독 등이 있다. 정신적 중독을 특정한 행동중독까지 확대하면 일중독, 도박중독 등이 포함되는데, 이 글에서는 정신적 중독 가운데 일 중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책상에 앉아 일하는 나를 아내는 일 중독자라고 부른다.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려도 “조금만, 조금만 더!” 기어코 일을 마치고야 밥상에 앉는 나. 그런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곱지 않은 시선2019.06.06 11:12
텔레비전의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야생동물로 태어나 생명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 알 수 있다. 육식동물이든 초식동물이든 야생에서 ‘먹고 산다’는 것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먹고 산다’는 문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한다는 면에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없는 공통주제임에 틀림없다.그런데 사람이든 동물이든 먹기 위해서는 먹을 ‘거리’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 모든 낱말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한다.) ‘거리’는 ‘반찬거리’처럼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한다. 그렇다면 ‘먹을거리’는 사람과 동물에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낱말일 텐데, 실제로는 그렇2019.05.16 10:52
최근 16개국 과학자 37명이 2년 연구 끝에 제시한 ‘인류세 식단’이 주목받고 있다. 인류세는 인류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로,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다. 인류세 식단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함께 지키자는 취지로 개발되었다. 인류세 식단은 하루 2500㎉ 기준으로, 견과류, 콩, 생선, 계란, 육류와 닭고기, 곡물과 전분질식품, 유제품, 채소, 과일, 설탕, 기름 등으로 구성된다. 이 '표준' 식단에 맞추려면 세계적으로 육류와 설탕 소비는 반으로 줄이고, 견과류나 과일, 채소 소비는 두 배로 늘려야 한다. 특히 유럽이나 북미 사람들은 육류를1
리플 11% 급등, 0.43달러...리플 랩스, SEC 소송에서 보이저 디지털 판결 인용2
CPI 물가 "무려 10.4% 폭등" 제롬파월 FOMC "긴축 급선회" 뉴욕증시 비트코인 흔들3
2TV 저녁 생생정보 고수의부엌 꽃샤부샤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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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긴급 개입 은행예금 "모두 보증" 뉴욕증시 비트코인 폭발6
'리튬 관련주' 강원에너지 주가 3거래일 연속 상승7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잔고금액 상위 30선(17일)8
비트코인 2만8000달러 횡보, 리플 22% 폭등 이더리움 2%↑1791달러9
퍼스트리퍼블릭 30% 폭등에 3대 지수↑…테슬라 7.8% 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