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3 16:39
어렸을 때 귀신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공포(恐怖)'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귀신 이야기를 들은 날 밤이면 평상시 잘 다니던 골목길도 귀신이 뒤따라오는 것 같아 머리카락이 얼마나 쭈뼛거렸던가. 공포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예방주사를 좋아하는 아기도 없고, 치과의 드릴 소리를 즐기는 사람도 없으며, 고소공포증이 있으면서 낭떠러지를 찾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귀신이 아니라 음식이 공포를 일으킨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리가 먹는 맛있는 음식 때문에 우리 마음이 불안해진다면 말이다. 음식을 이용한 독살을 염려하던 고려·조선시대의 왕들은 아마 이런 공포를 잘2019.03.06 14:40
음식윤리? 먹는 음식에까지 무슨 윤리가 필요해? 먹는 거라도 내 맘대로 먹게 놔둬! 법이 있잖아? 법이면 충분한데 왜 그래? 도대체 윤리를 따져가면서 어떻게 음식을 만들고 팔겠어? 효율성이 떨어지잖아? 경제성은 있겠어? 그러면 누가 음식점이나 식품회사를 경영하겠어? 너무 한가하고 비현실적이잖아? 그렇다면 음식윤리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몇몇 이상주의자의 백일몽에 불과할까? 과거의 인류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유토피아였다. 인구는 늘어나고 먹을거리는 부족해, 인류생존이 늘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인류는 부족한 먹을거리를 나눠먹는 길을 선택했다. 사회구성원 사이의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음식 나눔’이라는 지혜2019.01.09 13:03
어렸을 때 모래만 있으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를 부르면서 모래집을 지었다. 요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래는 지름 2~0.02㎜의 암석과 광물의 작은 조각을 말한다. 모래를 갖고 놀다가 집에 오면 손을 꼭 씻어야 했다. 손에 묻은 모래가 몸속에 들어가면 해롭기 때문이겠지. 필자는 너무 배가 고파 모래 묻은 라면을 물에 헹궈 먹었다가 - 추측컨대 모래가 충수돌기 입구를 막아서(?) - 다음날 급성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라면, 칼국수, 우동, 짬뽕 등 국물이 있는 면을 즐기고 있는데, 특히 해물이 들어간 면 요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이 조개나 게, 새우, 생선, 심2018.12.12 09:19
'리틀 포레스트'는 잔잔하면서 감동적인 영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임용고사에 실패한 젊은이가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삶을 오롯이 찾아가는 과정을, '먹을거리'를 등장시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는 사람마다 관람 포인트도 다르고 감동 받는 장면도 다르게 마련이다. 식품과학과 음식윤리 전공인 나의 관람 포인트는 당연히 먹을거리와 삶의 관계이고, 이를 음식윤리의 관점에서 본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그래서 영화의 참맛을 놓칠 수도 있지만.#장면1: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주인공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우는 장면. 밥이 상한 줄 모르고 한입 넣었다가 다시 뱉는 주인공. 그 모습엔, 힘든 삶2018.11.14 09:23
언젠가 '공익광고와 음식윤리'라는 글에서, 지금이야말로 공익광고를 통해 음식윤리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할 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음식문화에 음식윤리를 칠할 때'라는 글에서, 우리 음식문화가 '좋음'과 '옳음'을 향해 가도록 음식문화의 집을 음식윤리로 칠할 때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번엔 '먹방'에 공익광고와 음식윤리를 적용해보자. 음식문화가 진화하듯, 먹방 음식문화도 진화한다. 그런데 그 진화의 방향이 좋음과 옳음을 향하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방을 '푸드 포르노(Food Porn)'라고 일축하면서, 음식의 과잉된 클로즈업, 이를 먹는 과도한 포즈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 먹방을 통해 사람들이 식2018.10.17 10:16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숙명인가? 한세상 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 네 요소로 이루어진 틀을 우리가 사는 집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부분 가족으로 태어나는데, 가족은 사회에 속하므로, 자연스럽게 사회 구성원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는 집의 바닥 또는 기초에 빗댈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분업과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는 집의 기둥 또는 들보에 빗댈 수 있다. 이젠 복잡해진 사회와 경제를 유지하고 외부 침략도 막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는 집의 지붕 또는 벽에 빗댈 수 있다. 이제 집은 꼴을 갖추었는데 문화는 어디에 빗댈 수 있을까? 문화2018.08.22 14:08
우리가 흔히 접하는 광고는 기업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광고인 반면, 공익광고는 말 그대로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광고다. 물론 일반적인 상품광고의 홍수 속에서 공익광고는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공익광고는 공익을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도록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즉, 공익광고를 통해 우리와 공익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져 우리의 생각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음식과 관련된 공익광고로는 건강, 환경, 배려를 강조하는 녹색식생활 광고, 그리고 음식쓰레기 줄이기 등의 환경관련 광고 등이 있다. 하지만 음식관련 공익광고의 영향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데2018.07.11 11:04
우리는 소, 돼지, 닭을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을 때 소, 돼지, 닭을 먹는다고 생각할까. 우리는 소고기가 생명체인 소의 살코기, 돼지고기가 생명체인 돼지의 살코기, 닭고기가 생명체인 닭의 살코기임을 알면서 먹을까. 우리는 비프(beef), 포크(pork), 치킨(chicken)을 먹는 것이지, 소, 돼지, 닭을 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설령 소, 돼지, 닭을 먹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간도 동물이고, 소, 돼지, 닭도 동물인데, 어떻게 인간 동물은 소, 돼지, 닭과 같은 비인간 동물을 먹어도2018.06.12 14:58
요즘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나의 경우 이 말을 들으면 저녁 시간에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어렸을 때 장사하시던 부모님은 밤늦게 들어오셨고, 난 불안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기다려야 했다. 늦은 밤 캄캄해진 마당에 빨래라도 펄럭이면 너무도 무서웠다. 부모님이 명절에도 장사하시는 바람에 명절도 즐겁지 않았다. 한마디로 우리 가족은 ‘저녁이 없는 삶’을 산 것이다. 물론 먹고 산다는 것이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저녁에 부모님과 함께 밥 먹으면서 하하 호호 웃는 것을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욕심인가?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이미 수십 년이 흘렀는데도 우리가 아직 저녁이 있는2018.05.30 10:50
음식윤리는 음식에 대한 바른 생각과 태도, 즉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을 때 지켜야 할 도리다. 그런데 음식윤리는 과연 개인윤리일까, 사회윤리일까, 아니면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개인윤리라면 윤리적 책임이 개인에게 있고, 사회윤리라면 사회의 구조나 제도에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깊은 산속에 버섯마을이 있다. 맛좋은 버섯이 잘 자라 마을사람들은 버섯을 따서 생것으로 팔거나 과자나 빵, 건강식품 등으로 가공해 팔면서 잘 살고 있다. 이 버섯마을의 골칫거리는 독버섯이다. 버섯 100개 중에 1개 정도로 생기는 이 독버섯은 다행히 양귀비꽃처럼 색깔이 빨갛고 예뻐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마을 이장 겸 공장장의 아침2018.05.02 11:20
음식문화나 자동차문화는 많이 익숙한 표현인 반면, ‘음식윤리’나 ‘자동차윤리’는 좀 낯선 편이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자동차와 더불어 자동차윤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달리는 자동차의 전방에는 5명이, 우측에는 1명이 일하고 있고, 좌측은 낭떠러지라고 할 때 직진할 것인가? 좌회전 할 것인가? 우회전할 것인가? 이런 극단적인 예 말고도 보행자의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친환경을 주요정책으로 삼는 면에서 자동차윤리와 음식윤리는 비슷한 면이 많다. 음식윤리의 핵심원리에는 자연과의 공존의 측면에서 생명존중의 원리와 환경보전의 원리가 있고, 인간과의 공존2018.04.04 10:00
‘만나’는 이스라엘 민족이 40년간 광야생활을 할 때 먹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광야에서 그들은 만나뿐 아니라 메추라기와 물도 먹고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메추라기와 물보다 만나가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 그럴까? 메추라기와 물은 원래 자연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만나는? 만나는 ‘무엇’이라는 뜻의 ‘mann’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만나는 생소하면서 신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나는 밤새 천둥과 번개가 만들어 비처럼 내린 것일까? 글쎄….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인 데다가 겪지 않은 일이니,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영성적 차원에서 믿을 수는 있겠지만,2018.01.24 09:02
나는 자칭 음식윤리 전문가다. 음식윤리란 한마디로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을 때 지켜야할 도리다. 음식윤리의 세 가지 키워드는 생명, 행복, 지혜라고 한다. 왜?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행복을 주는 음식을 지혜롭게 만들고, 팔고, 먹을 때, 굳이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생명과 행복과 지혜 가득한 좋은 사회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일은 대부분 아는 만큼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유기농산물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실제로 돈 내고 살 때는 머뭇거리지 않는가. 이렇듯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갭(gap)이 있게 마련이다. 자칭 음식윤리 전문가인 나 역시 내가 아는 이론과 내가 행하는 실천 사이에 엄청난2017.06.28 08:43
세상은 요지경, 갈수록 편해진다. 택배 드론이 가져온 건 몇 시간 전에 주문한 3D푸드 프린터. 전자레인지를 치우고 그 자리에 설치한다. 스위치만 켜면 스스로 프로그램을 내려 받고 인터넷에 접속해 준비 완료. “내일 아침 메뉴?” 하고 물으니 “몇 가지 옵션?”하고 되묻는다. “한 가지!”하고 말하자 “유기농 통밀 블루베리 머핀!”이라고 말한다. “왜?”라고 묻자 유기농의 안전성, 통밀의 영양가, 특히 식이섬유의 중요성, 블루베리의 효능, 머핀의 맛과 소화성 등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시간은?”하고 묻는다. “7시.”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말이 많군.” 다음날 아침. 꿈결에 잔잔한 음악이 들린다.2017.05.31 09:01
박목월의 시 『윤사월』은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으로 시작된다. 이 시를 배웠던 고교시절 사전으로는 알았지만 실제로는 몰랐던 송화 가루. 지금은 산기슭 집에 사는 덕에 송화 가루 내려앉은 방바닥을 걸레질하며 봄을 훔친다. 송화 가루를 생각하니 내가 담가드린 송순주(松荀酒)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제대로 발효한 송순주가 아니라 소나무 순을 소주에 넣어 몇 달 우려냈을 뿐이었는데도, 혈액 순환에 좋다는 아들의 뻥에 입이 귀에 걸리셨다. 그래서 봄이면 소나무 순을 따러 다녔다. 송진이 손과 옷에 묻는 건 개의치 않았다. 나의 최선은 청정한 지역의 소나무 순을 따서 깨끗이 씻고 다듬어 말리는 것. 어머니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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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대비 공매도잔고금액 상위 30선(17일)8
비트코인 2만8000달러 횡보, 리플 22% 폭등 이더리움 2%↑1791달러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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