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람풍경무용단은 '태평무'(한영숙제 박재희류, 출연 : 최정윤 장인숙 노수연 김연진 김채린 심지윤), '살풀이춤'(이매방류, 출연 : 최정윤), '휘율'(철가야금 산조춤, 최정윤作, 출연 : 정소연 이수림), '매향무'(부채입춤, 최정윤作, 출연 : 최정윤 김보영 이규빈 신영선), '진주교방굿거리춤'(출연 : 장인숙 노수연 김채린 심지윤), '우도꽃장구춤'(최정윤 이수현作, 최정윤 재구성, 출연 : 최정윤 정소연 이수림 신영선 오수연)에 이르는 여섯 갈래의 춤을 무대에 상재했다.
'빛 : 추다'는 전통춤과 전통창작춤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중성을 확보하였다. 공연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최정윤의 춤 수련과 연관된 국가무형유산 '태평무'(이수자)와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전수자)으로 전통춤의 큰 틀을 놓고, 교태미의 열림과 닫힘의 지향성을 가늠하게 만드는 '매향무'(부채입춤)와 '진주교방굿거리춤'으로 여인의 향기를 부른다. 제목과 장르가 이목을 끄는 '휘율'(철가야금 산조춤)과 '우도꽃장구춤'이 비교무용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최정윤의 무색(舞色)은 음조로 읽힌다. 춤의 빛깔은 최정윤에게 생명 이상의 것이며 안무자에 의해 편성된다. 최정윤은 주제에 집착하지 않고 동인(動因)을 찾아 나선다. 최정윤의 춤은 부동(浮動)의 이미지를 소지한다. 최정윤은 정형적 춤 수련과 동시에 화성적 춤을 구사한다. 정연한 공간에서 변조가 가능한 춤을 지적 기교로 다듬는다. 그녀의 춤은 푸른 달밤에 과일이 익어가듯 그녀만의 독창성으로 회자한다. 그녀의 상상력은 변주의 가능성을 담보한다.






최정윤은 '태평무'에서 '우도꽃장구춤'에 이르는 '빛 : 추다'의 여정을 낭만적 리듬감으로 조율한다. 그 리듬 속에 생의 춤이 전개된다. '빛 : 추다'는 출연진이 모두 여성이며, 관객이 요구하는 여성 무용수에서 기대하는 미적 부분을 드러낸다. 어람풍경무용단은 춤은 미학으로 승화될 요소들이 들어와 박히고, 주제성이 두드러지며, 통일성을 이룰 때 예혼(藝魂)이 살아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관웅(음악감독, 아쟁)의 ‘한푸리가무악코리아’團이 조화롭게 합세한다.
최정윤의 춤 밭에 내린 춤은 여성성을 침화(沈化)시킨 최정윤 주축의 어람풍경무용단(김보영 정소연 이규빈 이수림 신영선 오수연)과 기운생동의 장인숙 주축의 ‘희원무용단’(장인숙 노수연 김연진 김채린 심지윤)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춤과 전통춤의 변주’ 사이의 ‘춤의 본질’을 겨울의 미토스로 풀어내었다. 최정윤은 춤을 교훈의 대상으로 삼으며, 관객들이 문화적인 기억을 통해 스스로 주제를 조립해 내고 전통을 현실로 인식하도록 애쓰고 있었다.
무제(舞題) '태평무'의 바람대로 이 땅 모든 백성에게 태평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추는 춤이다. 전통춤의 백미로 스키마 된 장단 호흡 사위 디딤이 무리 춤으로 강등 고리를 차단하고 계급과 사회의 대단합과 화평을 간구하였다. 백색 '살풀이춤'은 독일식 사상의 축적보다는 프랑스적 예술 표현 기교를 닮아있다. 우봉의 춤 세계에 들어가 그의 느낌으로 빙의된 최정윤의 홀춤은 창의적이어서, 그녀의 춤의 전경(前景)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다.
철가야금 반주에 ‘산조춤’이 '휘율'로 작명되고 최정윤 안무의 홀춤이 이인무가 된다. 최정윤의 개성으로 만들어진 산조춤에 자신의 뿌리인 박금슬의 춤 동작이 비친다. 노련한 호흡과 진법 구사의 춤은 우아한 기품의 여성미를 보인다. 최정윤은 ‘부채입춤’을 '매향무'로 명명하면서 철가야금 선율에 매화의 상징성을 입힌다. 안무 당시 홀춤으로 시작된 '매향무'는 이번 공연에서 4인무로 확장되고, 부채의 그림을 운용하면서 여인의 내면과 분위기를 춤으로 시각화한다.
경남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의 진실은 진주에 있다. 이 춤은 김수악의 굿거리춤 여덟 마루를 원전으로 한다. 민속춤과 정재의 장점을 두루 갖춘 춤은 활달하고 경쾌하다. 이번 공연의 사인무에서는 특히 교태미가 돋보였다. '우도꽃장구춤', 이전 ‘우도꽃장구’는 농악 설장구 가락 위주였으나, 이번 공연에는 춤적 요소가 조밀하게 장착되었고, 의상부터 슈즈까지 최정윤만의 춤 색을 조화롭게 표현하면서 최정윤 춤꾼의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었다.





춤판의 ‘무지개의 여신’ 아이리스에 견주어지는 최정윤은 중앙대 무용과 출신의 전통춤 연기자이며 전통춤을 바탕으로 재창작에도 열심인 안무가이다. 그녀는 서울예술단, 삼성무용단 단원을 거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학교 교수, 국립남도국악원 안무자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무용 경력을 쌓았다. 아울러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골고루 수상한 한국무용가이다. '빛 : 추다'는 최정윤의 심상을 읽게 해 준 교본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양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