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멀쩡한데 가격만 3200억 원 급락" 글로벌 M&A 논란
"네이버표 글로벌 확장, 스페인 스타트업 생태계엔 어떤 파장 남길까?"
"네이버표 글로벌 확장, 스페인 스타트업 생태계엔 어떤 파장 남길까?"

◇ 소수 주주, "정상 실적에도 가격 떨어져" 인수 반대 목소리
이번 거래에서 네이버가 제시한 왈라팝의 기업가치(기업 전체가치)는 6억 유로, 실제 주주 지분 가치는 약 5억6800만 유로(약 9100억 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ICO가 투자에 참여할 당시 책정된 8억600만 유로와 비교하면 2억 유로(약 3200억 원) 넘게 떨어진 값이다.
투자사 14W(지분 20% 안팎)와 소수 지분 보유자들은 "최근 1년 새 왈라팝 매출과 실적에 뚜렷한 악화 요인이 없는데, 인수가격만 25%가량 깎였다"며 인수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스페인 벤처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인터넷·플랫폼 기업가치가 2022년 이후 한 단계 조정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투자자들은 "해외 대형주주가 기존 지분을 바탕으로 현지 스타트업을 비교적 낮은 값에 인수하는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과거 스페인 배달앱 업체 글로보(Glovo)도 외국계 대주주인 딜리버리히어로에 기대보다 낮은 값으로 팔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스페인 정보통신업 성장과정에서 반복적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네이버가 이미 지분 약 22%를 소유한 가운데, 벤처펀드 코렐리아캐피탈(Korelya Capital) 등 계열사가 투자사 명단에 있어 '내부 이해관계가 수반된 거래'라는 주장도 잇따랐다.
◇ 대형 상장(IPO)·해외 확장 가능성..."스페인 기술력 저평가 우려 커져"
왈라팝은 중고거래 앱 가운데 스페인에서 87%가량의 전국 스마트폰에 깔려 있을 만큼 압도적인 사용률을 자랑한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1억4000만 유로(약 22000억 원)였고, 영업이익(EBITDA)도 2500만 유로(약 404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현지 금융권과 투자은행(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은 "왈라팝 같은 기술기업이 1~2년 내 현지 증시(IBEX) 상장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왈라팝이 이탈리아·포르투갈 등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스페인 스타트업들이 국내 자본시장 진입 통로를 넓히는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네이버는 '한국의 대표 검색포털', '한국의 구글'로 자주 불린다. 네이버는 1999년 시작한 후, 검색, 지도, 블로그, 백과사전, 결제, 동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국내에서 선보였다. 스페인에서는 이번 왈라팝 인수를 놓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플랫폼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는 2023년 미국 패션 C2C 거래앱 '포쉬마크(Poshmark)'도 약 2조1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국제 진출 폭을 넓히고 있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스페인 신생 IT 기업 생태계 신뢰와 글로벌 투자 유입 흐름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인 경제부 산하 ICO 등 국영 투자기관도 최종 의사결정 절차에 들어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