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공연은 스승 이매방에 대한 오마주로서 그녀가 깨달은 전통춤의 원형과 우리춤 움직임의 원리와 본질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자리이다. 우봉의 춤은 여러 방향을 돌며 끊임없이 회전하는 ‘사방춤’이다. 운초는 원형무대에서 사방을 돌며 자연의 이치로 이루어진 우봉 춤의 특징과 원리를 재조명하여 스승의 춤을 기리고, 단 차가 높은 공연장의 특성을 이용하여 점·선·원으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우리춤의 움직임 원리를 눈에 띄게 보여주고자 한다.
춤의 형식과 구성을 고려하는 서양식 액자형 무대 도입 전, 전통춤은 원형무대나 방안에서 사방에 둘러앉은 관객을 상대했다. 목포권번에서 춤을 수학한 우봉의 춤은 옛 전통 방식 그대로 작은 방에서 추는 ‘사방춤’의 특징을 소지한다. 전통춤이 정면 지향적으로 되어갈 때, 우봉의 춤은 방안 모든 방향을 향해 추는 춤이라고 했다. 이매방이 물에 뜬 배 위나 작은 상을 무대 삼아 춤을 추었다는 일화를 통해 운초는 사방으로 돌며 원으로 회전하는 춤 길을 풀어내었다.






김은희는 우봉 선생을 만난 지 40여 년 시점에 그동안 연구한 결과물 '내 춤은 사방춤이야'를 제출한다. 춤에 대한 스승의 말씀, 선생이 강조하던 사방춤, 음양태극, 정중동, 대삼소삼 등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이매방의 대표작 가운데 입문 시 배우는 '입춤'(홀춤), 법도의 '승무', 즉흥적 요소의 '살풀이춤'(완판)으로 ‘사방춤’ 구성에 집중한 무대 연출을 선보인다. 작품 사이에는 ‘승무, 메타버스 만트라’와 ‘김은희의 춤이야기’ 영상’이 김은희의 공연 의도를 전달한다.
김은희는 우봉의 말씀 영상을 통해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우봉의 춤의 학습 시대가 전개되고 ‘사방춤’이 재현된다. 우봉은 춤의 기본은 '입춤'이고, 춤꾼은 춤이 몸에 스며들어 받아들여지고 익숙해지면 '승무', 자기 멋·감정·표현·가락을 즉흥적으로 만들어서 추는 '살풀이춤' 과정을 밟는다고 말한다. 우봉 춤의 대표적 특징적 춤사위가 모두 들어있는 '입춤'은 춤을 바로 세우기 위해 몸을 바로 세우고 음양의 이치로 흐르는 몸의 움직임 원리를 이해한다.
‘승무, 메타버스 만트라’ 영상, 어둠이 깔리고 메타버스 영상으로 한 점의 빛이 생기는 순간에 무(無)의 공간이자 혼돈의 공간이 펼쳐진다. 카오스에서 시작된 한 점에서 빅뱅 우주가 창출되며, 우주의 태극과 음양의 흐름을 만트라 & 메타버스 영상이 가상 세계를 구축한다. 현실을 초월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한 점이 '승무'로 탄생하고, '승무'는 점에서 회전하며 선이 원으로, 원에서 태극으로 변화되며 셀 수 없는 ‘순환의 원’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김은희는 춤에 과학적 근거와 상상력을 접목한다. '승무'는 김은희에게 춤의 시종(始終)이다. '승무'는 전통 춤사위의 모든 기법이 집대성된 법무(法舞)이다. 우봉도 '입춤'으로 입문했고, '승무'로 법도를 배운 뒤 '살풀이춤'을 배웠다고 한다. ‘김은희의 춤이야기 영상’ 편은 전통 춤꾼 김은희가 우봉 문하에 입문한 과정, 우봉의 가르침 일화, ‘사방춤’ 연구 내용 등을 독백 형식으로 촬영하여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대단원은 이매방류 '살풀이춤'으로 마무리된다.






운초는 액자형무대에서 '살풀이춤'의 춤 길을 원형무대로 옮겨보니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형태, 원자핵을 중심으로 다방향 회전의 전자 궤도를 표현한 원자모형과 흡사한 패턴으로 드러남을 인지했다. 2016년에 김은희는 플로어에 네 태극 모양과 원자모형의 고보를 깔고 그 위를 지나가는 춤길을 확인했고, 2024년에는 국가유산진흥원에서 ‘우수 이수자 역량강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살풀이춤의 움직임 원리에 관한 교수 지도안 제작'을 실행했다.
김은희는 살풀이춤 1장단~35장단 까지 춤길과 몸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무보를 작성했다. 이러한 춤길에서 하나의 원은 춤길의 한 마루이다. 한 동작이 한 마루를 이루기도 하고 여러 동작이 한 마루를 이루기도 한다. 김은희는 '살풀이춤' 완판을 연구하면서 각각의 마루가 이어져 하나의 기경결해의 춤길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김은희는 '살풀이춤'의 원형 작품으로 우봉이 2002년도에 명인명창 공연에서 춘 순서 그대로 완판을 재현한다.
김은희는 1987년 이매방 문하에 들어가 스승의 춤을 따라 흉내 내면서 그 흉내의 시전을 분석하게 되었고, 스승이 늘 강조하던 ‘정·중·동’을 고민하고 우직하게 연구, 노력하여 터득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춤 움직임원리 이해 강습회’를 개최하였고, 2009년부터 십 년간 음악과 춤이 함께하는 ‘무악캠프’를 열어 ‘사방춤’을 연구, 훈련했다. 몸의 움직임 원리에 대한 이해를 이론적으로 정리하여 2025년에 만 70세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운초 김은희는 '내 춤은 사방춤이야'를 통해 연구하는 전통 춤꾼의 의지적 연구 태도를 만방에 과시하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