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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 자산 1640억 원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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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 자산 1640억 원 압류

美·英 제재 속 사기·자금세탁 혐의 천즈 회장 겨냥
MAS "문제 계좌 조기 폐쇄해 더 큰 자금 유입 차단"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싱가포르 당국이 캄보디아의 거대 기업 프린스 홀딩 그룹(Prince Holding Group)과 그 설립자인 천즈(Chen Zhi)가 연루된 돈세탁과 위조 혐의 사건과 관련해 1억 5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640억 원)가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압류했다. 이 조치는 미국과 영국이 천즈 회장에게 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제재를 가한 직후 이뤄져 국제적인 금융 범죄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국제 금융 범죄 수사망에 포착된 캄보디아 재벌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찰은 지난 10월 31일 압류된 자산 목록을 공개했다. 목록에는 여섯 채의 부동산과 은행 계좌, 증권 계좌, 현금 등 다양한 금융자산이 포함됐다. 또 처분 금지 대상이 된 자산으로는 요트 한 척, 자동차 11대, 여러 병의 고급 주류 등이 명시됐다. 이 모든 압류 자산은 현재 '처분 금지 명령' 대상에 포함됐으며, 금융자산의 구체적인 액수와 부동산의 위치 등은 앞으로 추가 조사가 진행된다.

이번 압류는 미국이 중국 태생인 천즈 회장을 대규모의 초국가 사기 조직과 범죄 네트워크를 이끈 혐의로 기소한 지 2주 만에 단행됐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37세인 천즈 회장과 그의 동료, 관련 기업에 동시 제재를 가하고, 이들이 전 세계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세탁하는 '사기 센터'를 운영해왔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천즈와 프린스 그룹을 '국제적 범죄 조직'으로 지목했고, 37세의 천즈를 전 세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 사기 및 자금 세탁, 암호화폐 사기, 강제노동 운영의 '주범'으로 기소했다.

싱가포르 경찰은 지난 10월 30일, 천즈 회장과 그의 동료들을 대상으로 도시 국가 전역의 여러 장소에서 법 집행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두 사람이 현재 싱가포르에 있지 않으며, 수사가 계속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2024년에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사무소(Suspicious Transaction Reporting Office)한테서 천즈 회장 및 동료들에 대한 금융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고, 혐의를 받는 범죄가 해외에서 발생했으므로 해외 협력 기관에 정보와 지원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통화청, 선제적 조치로 불법 자금 유입 차단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불법 자금 유입 방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주요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 내에서 천즈 회장의 활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프린스 그룹은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금융, 소비재 등 여러 업종을 영위하는 대재벌이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자산, 런던과 팔라우 등지의 해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총 20명 이상이 각국에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프린스 그룹 내부에서 운영하던 최소 10개 컴파운드는 '강제노동형 사기 금융센터'로 규명됐고, 피해자들에게 암호화폐 투자 유인, 거액 송금 등 네트워크형 범죄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된다.

현재 천즈와 주요 관계자들은 싱가포르에 소재하지 않으며, 인터폴과 각국 수사기관이 협력하는 중이다. 자산 동결과 글로벌 사법 공조가 이뤄지고 있으나, 용의자들이 빠르게 해외 이동해 수사 체계의 한계점도 드러났다.

싱가포르 통화청(MAS)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프린스 그룹 관련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MAS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문제 계좌를 조기 폐쇄해 "싱가포르 금융권에 더 큰 자금 유입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MAS는 "이 사건과 관련한" 금융 기관들에 대해 "감독 검토"를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 당국은 금융 기관들이 시점은 밝히지 않은 채 "초기부터"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서를 제출해 왔으며, "일부 기관들은 의심스러운 계좌를 폐쇄하는 등 위험 완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경찰은 2024년 관련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서(STR)'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미국과 영국 등의 추가 정보 입수 뒤 대대적인 압수·수색 집행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경찰은 "디지털 금융 인프라와 글로벌 자산을 악용한 초대형 국제 사기와 조직범죄"라고 규정하며, 국내외 금융 감독·법 집행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는 HDB와 관련한 국내 기업과 유명 슈퍼 요트 조종사, 현지 등기기관 운영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미국 사이버 범죄 조사에서 제재 대상이 되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