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뭍은 신록으로 물들고 섬들은 5월 훈풍에 취하고, 보성~고흥~여수

공유
0

뭍은 신록으로 물들고 섬들은 5월 훈풍에 취하고, 보성~고흥~여수

[글로벌이코노믹=홍정수기자] 육로를 통해 고흥군으로 여행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땅이 보성군이다. 이미 여러 차례 보성의 녹차밭을 감상한 여행자들이라면 미력면의 미력옹기, 벌교읍의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한 다음 고흥군으로 향하는 동선을 추천하고 싶다.

▲ 보성-미력옹기를 만드는 이학수씨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미력옹기는 숨쉬는 항아리인 옹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본 곳이다. 미력옹기 대표이자 전수교육보조자인 이학수씨는 중요무형문화재 96호 옹기장 보유자였던 선친 이옥동 선생님(1994년 작고)의 대를 이어 9대째 옛 모양 옛 방식 그대로 살아 숨쉬는 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다. 이씨부부는 요즘 자녀(2남 1녀)에게도 전통옹기 제작법을 가르친다. 미력옹기의 생명력이 10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미력옹기에 가면 장인들이 직접 옹기를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고 국그릇이나 밥그릇, 투가리, 접시, 찻잔, 양념단지 등 완성된 그릇들을 감상하고 사갈 수 있다.
벌교읍내의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 선생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워졌으며 문학기행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만 6천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 원고에서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에 쏟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 7백여 점의 증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 맞은편에는 소설 속의 현부자네집, 소화의 집이 있는가 하면 연꽃이 피는 연못도 조성돼 거장의 발자취를 음미하면서 산책하기에 좋다. 벌교읍내로 발걸음을 옮겨 홍교, 부용교, 금융조합, 남도여관, 김범우의집, 자애병원 등 소설 속의 무대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미력옹기와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했다면 다음 코스는 고흥반도와 주변 섬들이다. 고흥군은 전라남도의 동남단에 돌출한 고흥반도와 169개의 도서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나로도, 외나로도, 거금도, 소록도 등이 고흥의 대표적인 섬들이다. 이 섬들은 모두 교량으로 이어져 배를 타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하다.

먼저 나로도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나로도항, 내나로도의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덕흥해변 등을 찾아가본다. 2009년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입구의 우주과학관은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상설전시관의 제1전시관은 우주과학의 기본 원리와 로켓, 제2전시관은 인공위성과 우주공간에 대해 알려준다.

▲ 우주인가족 (사진제공 국립고흥청소년우주센터)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에 가면 우주여행자과정, 우주비행사과정, 우주탐험가과정, 우주지도자과정 등을 체험하게 된다. 나로우주센터 견학, 문 워커(달의 중력) 체험, 우주선조종체험, 통제센터 체험, 우주복입기체험, 우주왕복선 탑승체험, 행성탐사, 우주공간 이동 체험, 천체관측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외나로도의 나로도항(과거의 명칭은 축정항)은 나로도 일대 수산물의 집결지이면서 거문도로 가는 여객선이 드나들고 외나로도 일주 유람선이 출항한다. 오전 8시 무렵에는 수산물 경매 장면을 구경해볼 수 있다. 나로도항은 삼치 파시로 유명했다. 일제시대에 이미 전기와 수돗물이 들어갈 정도로 부자 마을이었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나로도항을 집중 개발한 이유는 이 나라에서 잡힌 싱싱한 물고기를 일본으로 쉽게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 고흥-녹동항 생선경매장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한편 거금도와 소록도로 찾아가려면 고흥반도 서남부의 녹동항 방면으로 가야 한다. 예전에는 녹동항에서 배를 타야만 거금도, 소록도에 입도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자동차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통해 고흥반도에 딸린 유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인 남해의 보물 거금도로 들어가면 해안일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길은 신평리 월포농악전수관 앞에서 동남쪽으로 꺾이고 다시 바닷가와 만난다. 대취도, 소취도, 독도 같은 자그마한 섬들 뒤로는 시산도가 보이고 멀리 수평선 위에는 손죽도와 초도가 걸려 있다.

오천선착장에서부터는 서쪽을 바라보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게 된다. 물 맑은 다도해의 해풍과 햇살이 거금도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한껏 기를 불어넣는다. 금장해변과 익금해변을 지나고 옥룡마을 입구도 지나면 길은 다시 북쪽으로 휘어진다. 시선을 어디로 던지든 액자 속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보물 같은 풍경들의 연속이다.

해안일주도로 외에 거금도 중앙부를 종단하는 금성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며, 산을 좋아한다면 거금도 최고봉인 적대봉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그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의 숨막히도록 예쁜 정경들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거금도에서는 익금해변이 유명하다. 맑고 푸른 남해의 파도를 직접 마주할 수 있고, 활처럼 곡선을 그린 백사장에는 고운 은빛 모래가 가득하다. 해변 뒤로 소나무 군락이 울창한 숲을 이룰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 있어 그 아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에도 좋다.
녹동항과 거금도 중간에 놓인 소록도에는 한센병 치료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병원 건물 근처에는 소록도 생활자료관 등이 있다. 소록도 생활자료관에 들어가면 역사, 병원현황, 소록도의 자연, 원생의 생활 모습, 생활사, 사건과 인물, 문예작품 도서 등등의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공간이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종려나무, 편백, 차나무, 능수버들, 등나무, 매화나무 등 5백여 종의 식물로 매우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한다. 그밖에 향나무와 삼나무, 히말라야 삼목, 동백, 팔손이나무, 치자나무, 피라칸다 등 남국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도 공원을 뒤덮고 있다. 구라탑 뒤에는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누워있다.

과거에 소록도와 거금도의 수문장 노릇을 했던 녹동항은 남해안의 수산물 집결지이자 해상 교통 요충지이다. 인근 섬에서 잡히는 활어, 선어 등과 김, 미역, 다시마, 멸치 등 모든 해산물이 녹동항으로 모여든다. 아울러 고흥 연근해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찰 답사에 관심이 많을 경우 능가사와 금탑사, 수도암 등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신령스런 팔영산의 아늑한 품에 다소곳이 안겨있는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으며 당시의 명칭은 보현사였다고 전해온다. 능가사에는 천왕문, 대웅전, 응진당, 요사채, 범종각 등이 들어서 있고 응진당 옆에는 능가사 사적비가 서있다.

▲ 고흥 사찰 금탑사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금탑사는 천등산 중턱에 자리한 고찰이다. 극락전만 남아 있었으나 최근에 명부전, 삼성각, 종각 등을 새로 지었다. 금탑사 주변에는 3천여 주의 비자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곳 비자나무숲은 금탑사가 세워진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흥 여행을 마치고 여수로 향하는 길에 선물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8품’이라는 특산품에 주목하자. 유자, 석류, 해미(海米),수미(秀米),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유자골 순한 한우가 고흥의 여덟 가지 특산품으로 선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