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관람을 마치고 다음 일정인 남해, 진주로 가는 길은 완연한 봄길이다. 바다와 강이 어우러지고 향긋한 미역과 꽃향기가 동행이 된다. 하동을 거쳐 푸른 남해의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청정한 봄 여행은 시작된다. 녹색, 감색 지붕들은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어서 오라고 유혹한다.
응봉산 자락 아래 가천 마을의 108개의 계단식 밭은 기하학적 아름다움 때문에 관광명소가 됐지만 한편으론 남해 사람들의 애환의 현장이기도 하다. 구수한 돌담길이 이어지는 마을에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막걸리를 평상에 내어 놓고 판다.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손두부와 어우러진 가천 할머니 막걸리는 별미로 통한다.
▲ 가천 다랭이 마을 계단식 밭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가천마을은 외부에 알려지면서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와 ‘인디안 썸머’가 가천폐교에서 촬영됐고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도 이곳에서 찍었다. 남해 바래길의 주요 코스인 마을길 초입에는 토속신앙인 암수 미륵바위도 들어서 있다.
다랭이 마을에서 남해읍내로 들어서면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읍내로 가는 길에는 유배문학관과 국제탈공연예술촌이 자리잡았다. 유배문학관은 국내 최초의 유배 관련 문학관으로 실제로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세계각지의 탈을 구경할 수 있는 국제탈공연예술촌 인근으로는 화려한 봄꽃들이 만개한 장평저수지가 들어서 있다.
서포 김만중이 실제로 유배생활을 했다는 노도와 일몰, 일출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금산 보리암을 지나 남동쪽으로 달리면 상주은모래해변 너머 미조항이다. 미조항은 ‘미륵이 돕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어장이 기름진 곳이다. 멸치잡이배의 집어항으로 5월 19~20일에는 이곳에서 멸치 축제도 열린다.
▲ 지족해협과 죽방렴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미조항에서 시작되는 동쪽의 물미해안도로는 이국적인 풍취와 옛 것들이 조화를 이룬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곳은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이다. 귀화한 독일 교포들이 아기자기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독일 마을 언덕 위에는 세계 각국의 정원을 모아놓은 원예예술촌이 문을 열었다. 인근 해오름예술촌 역시 물건리의 폐교를 예술촌으로 꾸민 곳으로 다양한 공예체험을 할 수 있다. 독일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물건리의 포구 풍경은 아늑하다. 방조, 방풍림은 해안가를 따라 가지런하게 도열해 있다. 300년 이상된 아름드리나무들은 거센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고기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했다.
남해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을 차지했던 창선 삼천포대교를 거쳐 3번 국도를 달리면 진주로 이어진다. 진주나들이의 명물은 단연 진주성이다. 진주성에는 우리나라 3대 누각중 하나인 ‘명품’ 촉석루가 들어서 있다. 남강변 절벽 위에 세워진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첩지 중 한 곳으로 왜군과의 전투에서 7만 명의 민관군이 전사한 사연이 서린 곳이다.
▲ 촉석루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진주성은 여러 위치에서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강 건너편 산책로에서는 성곽의 자태가 도드라진다. 강변 산책로에는 대숲이 들어서 있고 대숲 곳곳에 전망대와 벤치가 있어 강에 드리운 성의 여운을 홀로 만끽할 수 있다. 성 앞에는 돛단배가 떠 있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둘레가 약 1.7km인 진주성은 성곽문 어느 곳으로 들어서나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마지막 발길이 닿는 곳은 촉석루다. 진주 주민들은 봄꽃이 피어나는 촉석루 난간에 기대 진주강변을 음미하는 상쾌한 휴식을 즐기곤 한다. 촉석루 아랫길로 내려서면 깎아지른 절벽에 의암이 있다.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에 뛰어들어 순절한 곳으로 촉석루를 받치고 있는 벼랑만큼이나 의연한 모습이다.
성내에는 국립진주박물관도 들어서 있는데 임진왜란때 유물이 전시된 진주박물관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기도하다. 성 밖으로 나서면 골동품을 파는 골목으로 연결된다. 특이하게도 이곳 이름 역시 인사동이다. 인사동 성벽 길을 거닐며 진주 일대의 전통 공예품들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