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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리 북유럽 80일 (1)]공항노숙? 솔로여행 유익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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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리 북유럽 80일 (1)]공항노숙? 솔로여행 유익정보


6월7일 인천공항 출국

인천공항에는 연무가 깔려있었다. 오전 9시30분 에어프랑스 AF 267편으로 출국한다. 파리 드골공항을 경유해 코드셰어하는 핀에어로 갈아타고 헬싱키 반타공항에는 오후 7시15분에 도착한다. 준비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막상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항공편을 구하는 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 출국 두 달 전에 이르자 직항 핀에어의 가격은 지나치게 뛰어있었다. 가격이 좀 낮은 다른 유럽계 항공편은 한 번 내지 두 번 경유를 해야하는데 경유공항이나 도착공항에서 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 스케줄 뿐이었다. 경유지에서 하룻밤을 지새거나 다른 유럽공항을 거치다보니 최종목적지에는 자정 전후에나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80여일이나 되는 기간에 북유럽의 높은 물가를 감안해 대학생 배낭여행객들처럼 가장 가격이 싼 숙소들만 찾았는데, 몇 시간 눈을 붙이기 위해 최고급 공항호텔에 수십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다.

▲ 많은 이들이 공항노숙을 하곤 한다. 여독과 시차증(jet lag)에 시달리는 여행객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꼭 밤 시간이 아니더라도 의자에 널브러져 누워있어도 이상하게 보는 이도, 뭐라하는 이도 없다.

◇인천공항, 노숙하기 좋은 공항 세계 3위

실제 많은 이들이 공항노숙을 하곤 한다. 여독과 시차증(jet lag)에 시달리는 여행객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꼭 밤 시간이 아니더라도 의자에 널브러져 누워있어도 이상하게 보는 이도, 뭐라하는 이도 없다. 나도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의자 네 개를 붙여놓은 벤치에 누워본 적이 있는데, 아주 편안했다.

‘공항에서 잠자기(www.sleepinginairports.net)’라는 영문사이트가 전 세계 공항 이용자를 대상을 투표를 했는데 인천공항이 2011년 노숙하기 좋은 공항 3위에 올랐다. 1위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2위는 홍콩 첵랍콕공항이었고, 간발의 차로 인천공항이 3위가 됐다. 영어권 네티즌을 대상으로 했기에 좀 밀렸지, 2만 원 이하로 머물 수 있는 24시간 오픈된 수면실이 있는 걸 감안하면 세계 1위에 거뜬히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5위는 암스테르담 스히폴공항(Schiphol airport)으로 유럽 공항 중에서는 1위였다. 이 때문에 KLM(네덜란드 항공)을 타고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새볼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헬싱키 반타공항도 유럽의 공항들 중에서는 5위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동행도 없이 홀로 노숙을 한다는 건 여행초입부터 무리일 듯싶었다. 마침 호스텔 체크인에 맞출 수 있는 시간대 도착하는 에어프랑스 항공편을 구할 수 있었다.

운좋게 좌석은 비상구 옆 통로쪽이다. 다리를 길게 뻗을 수 있어 이코노미 석에서는 가장 편안하고 편리한 자리다. 키가 큰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체크인 데스크 직원 중에는 한국인이 없으므로 위급 시에 영어나 불어 지시를 따라 탈출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확인한다.

◇여자 홀로 여행하기에 가장 안전한 북유럽

호텔을 예약해놓고 떠나는 해외여행이나 출장은 종종 다녀봤지만 이렇게 장기간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다. 주로 스무살 안팎 대학시절 시도하는 일을 두 배의 나이가 돼 도전하게 됐다. 지금까지 값싼 숙소인 호스텔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호스텔을 찾기 힘든 곳에서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르기로 했지만 호스텔의 도미터리(기숙사)를 주로 예약했다. 지금까지 호스텔에는 한 번도 머물러 본 적이 없다. 이것도 내게는 큰 모험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지만 단체로 잠을 자는 건 고등학교 시절 극기훈련 이후로 처음이라 적응이 잘 될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세계여행을 다녀본 여행작가의 말로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에 더할 나위 없어 단독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을 더는 좋은 방법이라고도 한다.

짐의 하중도 만만치 않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24인치 캐리어가 21㎏ 정도다. 연재물을 보내기 위해 챙긴 노트북 컴퓨터와 각종 자료를 넣은 배낭만도 11㎏이 나간다. 게다가 이것저것 쑤셔넣은 크로스백의 무게 만으로도 휘청거릴 정도다. 며칠 간격으로 계속 이동을 해야하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지역에서 매일, 북극권에서는 이틀에 한 번씩 숙소를 옮겨야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성평등을 이루고 있다는 건 소위 ‘신사도’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는 체험담도 본 적이 있다. 영국 같은 곳에서는 홀로 다니는 여성의 짐을 휙 올려주는 친절을 베푸는 남성이 있지만 개인주의적 성향까지 더해진 북유럽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아닐까 한다. 여행서마다 이구동성으로 치안이 가장 잘돼있다며 그렇게 꼽고 있다. 여성 인권도 높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는 바로 성폭행으로 인식되는 지라 성관련 범죄의 희생자가 될 위험도 적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북유럽은 흑야와 혹독한 추위 때문에 여름 한철에만 운영되는 관광지가 많은데, 여름에는 자정 가까이까지 해가 훤하니 어둠을 틈탄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도 줄어든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오슬로 중앙역 등지를 중심으로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얘기를 들었고,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0404.go.kr)에서 해외여행등록제 ‘동행’ 코너에 등록하자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모두에 실제 소매치기와 절도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여성 여행자를 위한 영어 사이트 ‘저니우먼(www.journeywoman.com)’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경험자들이 올려주는 국가별 정보도 굉장히 실용적이고 유익하다. 짐싸는 법부터 시작해 여행을 망치지 않기 위해, 또 안전을 위해서는 어떤 옷차림을 할 것인지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백야에 오로라를 볼 수는 없겠지만

북극에 근접한 북유럽에서는 겨울에는 흑야, 여름에는 백야가 한동안 지속된다. 최북단에서는 하지 무렵 아예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밤의 장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빛의 쇼를 볼 확률은 거의 없다. 그래도 나는 오로라 예보를 알려주는 알래스카 지구물리학연구소 사이트(www.gi.alaska.edu/AuroraForecast)에 내 e-메일 주소를 등록해놨다. 내가 보낸 문의 메일에 대해 알래스카대학의 명예교수인 더크 루머자임(Dirk Lummerzheim)은 “여행일정 말미에 스칸디나비아 남쪽으로 내려와 가을로 접어들어 밤이 다시 길어질 때 볼 가능성은 있다”는 답변을 줬다.

여행정보를 위한 여행안내서 뿐만 아니라 현지 문화에 대해 알기 위해 북유럽 영화와 소설을 틈틈이 챙겨봤다. e-북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면서 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긴 여행의 여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영어권 여행자들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계 어디에 가든 쉽게 영어로 된 헌 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인터넷이슈팀의 선봉장으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자부하면서도 나 자신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종이 책의 묵직한 부피감을 느끼며 전자책은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스마트폰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책들은 보기에 편했고, 밤에도 불을 켜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장점까지 있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독서 체질 개선까지 이루게 된 것이다. 휴대한 스마트폰에 여러 권의 책을 다운로드 받고 나니 출발이 든든해진다.
/대중문화평론가 EriKim0214@gmail.com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