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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주목할 선수 ⑨-레슬링 그레코로만 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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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주목할 선수 ⑨-레슬링 그레코로만 정지현

'베이징 恨'풀 비결은 체력


경기가 끝나자 매트에 주저 앉았다. 어깨가 들썩였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한동안 일어날 줄 몰랐다. 심판이 제재를 가하자 간신히 일어났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올림픽 2연패의 꿈은 그렇게 날아가고 말았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지현(29·삼성생명)의 얘기다.

정지현은 2008년 8월12일 베이징 중국농업대체육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60㎏급 8강전에서 누르바키트 텐기즈바예프(카자흐스탄)을 만나 연장 접전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연장전에서 선제공격권을 얻고도 득점을 하는데 실패했다. 상대에게 점수를 뺏겼고 거꾸로 공격권은 상대에게 넘어갔다. 패시브 자세를 취한 정지현은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방어하지 못했다.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여서 어떻게 해볼 수 없었다.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은 결국 8강에서 고개를 떨궜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물리적인 시간은 흘렀지만 정지현의 시계는 거꾸로 돌았다. 체력적으로 더욱 강해졌다. 지난 베이징 때의 실패 원인은 체력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몰아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월등함이 없이는 그 고비를 넘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지옥훈련을 참고 또 참았다. 10명의 선수를 1분씩 돌아가면서 상대하는 일명 '갈아박기'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 대한민국 레슬링 국가대표팀이 4일 오전 서울 태릉선수촌 레슬링장에서 미디어데이를 개최한 가운데 정지현-김현우 선수가 훈련을 하고 있다.

라이벌은 이란의 하산 알리예프(23)다.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0㎏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정지현은 같은 대회 4강에서 일본의 유타로 마쓰모토(26)에게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3·4위 결정전에서 레바즈 라시키(그루지야)를 4-0으로 꺾고 3위에 올랐다.

'전통의 강호' 이란의 하미드 소리안 레이한포(27)도 경계 대상이다. 60㎏급과 55㎏급을 넘나들며 정지현을 위협하고 있다. 2010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최규진(27·조폐공사)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힘과 기술을 겸비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정지현은 베이징대회 이후 오직 런던올림픽 금메달 탈환을 목표로 4년 간 마음 속의 칼을 갈아왔다. 곧 태어날 둘째의 태명도 '올금(올림픽 금메달)'으로 지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현재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라이벌들을 대비해 한두 체급 높은 선수들과 꾸준히 훈련을 해왔다. 오른 팔꿈치 부상도 90%이상 회복했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자신감이 붙었다.

정지현은 기본적으로 손이 길어 잡기에 능하고 레슬링 입문 전 기계체조와 유도를 했기 때문에 유연성과 순발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된다. 여기에 나이를 잊게 할 만큼의 지옥훈련으로 힘과 체력을 보탰다.

올해부터 바뀐 새 규정도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새 규정에 따르면 그레코로만형에서는 라운드마다 1분30초 동안 스탠딩 경기를 치르되 어느 쪽이라도 기술 점수를 내면 파테르(한 선수가 매트 중앙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엎드리게 한 뒤 상대가 공격하도록 하는 것) 자세 없이 그 라운드를 계속 진행한다.

평균적으로 동유럽이나 중동 선수들에 비해 팔, 다리의 길이가 짧은 한국 선수들은 파테르 자세에 절대적으로 불리했지만 이번에 개정돼 도움을 받게 됐다.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80~90%는 메달을 확신한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은 바뀔 수 있지만 현재대로라면 정지현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다"며 메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정지현은 "비장의 무기는 체력이다. 안한봉 감독님께서 무식할 정도로 훈련을 시키셨다. (훈련한 대로) 무식하게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방대두(58) 감독은 "지현이가 가장 금메달에 가까운 선수다. 기술만큼은 세계 누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정지현 프로필

▲생년월일= 1983년 3월26일
▲신체조건= 165㎝, 68㎏
▲학력= 안양석수초교~성남 불곡중~분당 서현고~한체대~한체대 대학원(재학중)
▲주요 성적= 2010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0㎏급 3위, 2007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0㎏급 3위, 2007 아시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6㎏급 2위, 2006 아시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6㎏급 1위, 2005 하계유니버시아드 그레코로만형 66㎏급 2위, 2004 아시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0㎏급 1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