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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기업문화(1)]성장 뒤엔 정경유착·특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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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기업문화(1)]성장 뒤엔 정경유착·특혜 이미지



[SK그룹 (1)]
SK,성장 뒤엔 정경유착·특혜 이미지

그룹 승계 분쟁..총수 구속 등 아픔도 많아

국내 재계 서열 3위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춘 SK그룹(이하 SK)이 외우내환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검찰은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SK E&S 부회장이 회사자금을 빼돌려 선물투자로 수 천억 원을 날렸다며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구속 기소되었다가 관절염을 이유로 2012년 6월 1일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나 6월 6일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앞 사람을 친 혐의로 입건됐다.

병보석으로 나온 사람이 병원에 입원한 것이 아니라 대낮에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사실에 여론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국민들은 최 부회장의 병이 심각한 것도 아닌데 대기업의 오너이기 때문에 2억 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보석결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유전무죄’라는 말처럼 당연히 무죄나 벌금형이 선고되리라고 지레 짐작하게 된다. 돈으로 면죄부를 받는 재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문화 시리즈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글로벌시대 상생을 찾는다’를 시작하면서 SK그룹을 먼저 다루는 것은 SK의 성장역사가 매우 특이하고, 다른 대기업과 달리 대규모 M&A를 통해 성장했기 때문에 이질적인 구성원을 어떻게 통합하고 있는지, 실제 이런 기업문화 통합 노력이 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서다.


SK 성장의 역사

SK는 선경(鮮京)의 영문명칭이다. SK는 1953년 고 최종건 1대 회장이 선경직물을 창업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 보다 훨씬 오래됐다. 선경직물은 1939년 조선의 선만(鮮滿)주단과 일본의 경도(京都)직물을 합작해서 설립했다. 선경직물의 선(鮮)은 선만주단에서, 경(京)은 경도직물에서 따온 것이다. 선만에서 선은 조선이고, 만은 만주를 지칭한다. 일본이 만주제국을 수립하고, 중일전쟁을 치르던 중 조선반도를 병참기지화 하는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기업이 선경직물이다.

1대 회장인 최종건은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선경직물 수원공장의 견습기사로 입사했다. 해방 이후 일본이 물러가면서 정부의 귀속자산이 되었지만, 6‧25전쟁으로 공장은 폐허가 되었다. 직원으로서 공장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던 최종건이 1953년 정부의 귀속재산을 불하 받으면서 SK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맨 몸으로 창업을 한 것이 아니라 귀속재산의 불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창업주가 맨바닥에서 시작한 삼성, LG, 현대 등 다른 대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선경직물은 1950~60년대 전쟁복구로 인한 섬유산업의 호황, 저가 노동력을 활용한 해외수출로 섬유산업의 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섬유의 원료인 석유화학과 정유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1976년 선경그룹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80년 공기업인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해 유공으로 개명하면서 명실상부한 대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1994년에는 정치적 특혜 의혹 속에서도 한국이동통신의 대주주가 되면서 이동통신사업까지 진출했다.

1998년 선경그룹에서 SK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소위 말하는 브랜드관리 차원에서 한 것이지만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선경이라는 기업이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조선, 만주, 일본 국가명칭의 조합이고 귀속재산이라는 역사적 잔재를 털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선경에서 SK로의 사명 변경 덕분에 지식인조차도 선경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모르는 채 일제 잔재와 연결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영어명칭이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또 세련되어 보인다. 이후 다른 그룹들도 앞 다퉈 명칭을 변경하게 된다.

SK그룹은 2007년부터 시작한 지주회사 전환을 성공리에 마쳤고 이제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2월에는 자회사인 SK텔레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의 사업전망이 어두울 뿐만 아니라 하이닉스가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지만 SK는 인수를 강행했다. SK의 성장역사를 평가하려면 정권 유착이나 특혜라는 단어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섬유와 비디오 테이프나 만들던 회사가 몇 차례 정부자산의 특혜 분양으로 몸집을 크게 불려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형제간의 그룹승계와 분할분쟁

최종건은 폐허에 가까운 선경직물을 정상화했을 뿐만 아니라 섬유산업에 주력해 기업을 확장했다. 1950년대 전후 복구 특수와 1960년대 경제발전에 따른 의복소재 변화가 결정적인 성장동인이었다. 기업이 안정적인 기반에 돌입하고 2차 도약을 위해 석유화학산업에 진출한 1973년 최종건이 사망했다. 기계공이었던 최종건은 자신의 동생인 최종현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고, 그의 사망 이후 최종현은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종현은 미국 유학 중 새로운 학문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SK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인맥도 그 당시 형성했다.

형의 기업을 물려받은 최종현은 1.5세대 경영자로서 1975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건설, 목재, 금속, 기계, 화학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종건이 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최종현은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그는 미국 유학까지 한 지식인에다 엘리트로서 국내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 2차 오일쇼크를 극복하면서 SK를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SK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사업이 성공을 거두었다기 보다는 정치적 결단에 의한 사업인수가 더 큰 도움이 되었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고, 1998년 사업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선경그룹에서 SK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해 최종현이 타계하고, 갓 38세에 불과한 아들 최태원과 최측근 심복인 손길승이 회장이 된다. 손길승은 2003년 2월 전경련 회장의 자리에까지 오르면서 SK그룹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그해 3월 SK글로벌 사태가 터지고 두 사람이 구속되면서 손길승은 권력을 잃고 퇴장을 하게 된다. 감옥에서 출소한 최태원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회복하고 그룹을 장악한다.

현재 SK의 실질적인 주인은 최태원 회장이지만, 최종건 회장의 자녀들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여지는 있다. 최종현이 SK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것은 맞지만 그 기반은 형 최종건에서 시작했으므로 최종건의 자녀들도 최태원 형제 못지 않게 재산분배를 받아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이들 간 재산분쟁은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 최종건의 둘째 아들 최신원이 SKC 회장을 하고 있고, 셋째 아들 최창원은 SK케미컬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신원과 최창원은 지분정리를 통해 SK그룹과 계열 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분쟁이 표면화된 것은 2003년 SK글로벌 사태라는 설이 있다. 표면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정책과 전경련을 견제하기 위해 터졌지만 실제 원인은 SK그룹 내부의 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태원을 견제하기 위한 손길승 측의 음모론, 1998년 정당하게 재산분할을 받지 못한 최종건 자녀들과의 분쟁 등이 촉발했다는 것이다. 최근 최태원 형제의 선물투자 손실사건도 내부 권력투쟁에 의해 수사기관에 제보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재산분쟁은 국내 대기업의 주요 아킬레스건이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도 큰아들 이맹희 대신 3남인 이건희에게 그룹을 물려주었고, 최근 이맹희 측이 재산분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모범적인 형제애로 재산분쟁이 없다고 하던 두산도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의 내부고발은 3세들의 재산다툼이 원인이었다. SK도 현재 최종건 자녀들이 계열분리를 진행 중이지만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LG가 GS, LS 등으로 조용하게 재산분할을 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몸부림

SK의 최태원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위다. SK가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에는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다각화가 원동력이었다. 특히 유공, 한국이동통신 등 두 번의 인수는 특혜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SK는 정치적 특혜로 성장했지만, 정치적 처신이 그룹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2년 2월에 인수한 하이닉스도 최태원 회장 형제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정권의 고민을 떠안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직 최태원 회장의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살아 있기 때문에 그나마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하지만 다른 그룹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치바람을 크게 탄다.

정치바람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도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사외이사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계열사의 독립경영은 ‘따로 또 같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따로’는 계열사들이 BOD 중심으로 독립, 자율경영을 해서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 그리고 ‘같이’는 그룹 계열사끼리 브랜드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 SK가 이런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태원 회장이 나이가 어릴 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나이 많은 공신들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 출발한다.

다음으로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것은 2003년 SK글로벌 사태 이후 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고,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SK는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 60%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기업의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소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하도록 하고, 소위원회 위원장은 100%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정치권, 정부 등으로부터 외풍을 막을 수 있는 장치에 해당된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여론을 형성한 것도 사외이사들이다.

SK는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거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인사를 위주로 사외이사를 영입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기업을 정치권력으로 착취하는 정치권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보다도 불법‧비윤리적인 행위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오너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최태원 회장 본인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겠지만 기소된 2003년 글로벌 사태와 2011년 선물투자 사건도 본인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정치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려면 회장 본인이 먼저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국민적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변화에 따라 수탈과 치욕을 당하게 되는 일을 반복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픔딛고 '행복' 키워드로 새로운 기업정신 닦는다

나비모양 CI

붉은색은 '열정',나비는 '행복' 나타내 특색

SK의 Vision: Goal & Responsibility


[본지 객원기자](stmin@hotmail.com)

기업의 비전은 목표와 책임으로 나눌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SK글로벌 사태로 감옥에 갔다 온 후 내건 키워드가 ‘행복’이다. 재벌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귀공자로 자라 부족함이 없었던 사람이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한 감옥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잡은 이면에는 자신의 복잡한 심경과 바뀐 인생철학에서 연유했다고 본다. ‘세계 몇 위의 기업이 되겠다’거나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라는 목표 보다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대단히 아름답고 좋다.

SK가 내세우는 행복이라는 키워드와 CI(corporate Identity)는 참 독특하다. 현재의 나비모양의 CI가 지난 2005년에 발표됐다.



붉은 색은 ‘열정’을 표현하고, 나비는 ‘행복’을 나타낸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영문명칭을 기본으로 로고를 만드는 것과 달리, 기상천외하게 나비라는 곤충을 포함시켰다. 나비가 행복을 나타내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나비는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한다. 이 CI가 발표될 당시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논란이 거셌다. ‘유치하다’는 평가에서부터 ‘창의적이다’까지 다양했다. 개인적으로는 발상은 참 좋으나 기업의 로고로서는 너무 파격적이어서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평가한 기억이 난다.

SK는 ‘행복’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SK의 고유의 가치(value)로서 사랑(love), 열정(passion), 도전(challenge), 혁신(innovation), 정직/윤리성(integrity), 책임(accountability) 등 6가지를 내 세운다. 로고와 키워드가 파격적인 것처럼 가치도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 열정, 도전, 혁신, 책임 등은 다른 기업도 모두 채용하지만, 사랑이나 정직/윤리성은 쉽게 채택하기 어렵다. 특히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SK가 주장하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기업이 가진 모든 서비스와 기술개발 노력은 행복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회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과 열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는 SK가 무슨 기술을 개발했는지, 특화된 서비스가 있는지 모르지만, 기술기업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SK의 비전인 철학공유와 글로벌화

SK의 비전은 ‘SKMS 철학 공유 및 글로벌 버전화, 글로벌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제고’라고 한다. 비전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SKMS(SK Management System)을 알아야 한다. SKMS는 SK 고유의 경영관리 체계로, SK의 경영철학 및 일 처리 방식에 대한 구성원의 이해와 실천이 용이하도록 핵심 내용을 책자로 명문화하여 정리한 것을 말한다. 최초 정립 이후 환경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으며, SK구성원이 모두가 합의한 결과라고 한다.

SK의 정신은 위에서 설명한 SK의 가치다. 경영에 대한 공통된 이해, 경영철학 & 경영방법론에 대한 합의로 이질적인 구성원을 단기간에 SK인으로 통합하고, 글로벌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버전(version)으로 만드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SK가 글로벌화를 지향하면서 글로벌 스태프(Global Staff)를 많이 채용했고, 이들에게 SK의 가치를 주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국내에서 M&A로 인수한 직원의 화합과 통일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경험했다는 점은 기업차원에서 잘 관리한다면 값비싼 무형의 자산이 된다. 해외 에너지자원의 확보와 개발에 관심이 높은 SK로서는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기업에 비해



특색 없는 문어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SK의 목표는 ‘종합 에너지‧화학‧정보통신‧물류기업’이다. 종합백화점인 국내 재벌과 동일하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하는 시장에서 SK정도 규모의 기업이 백화점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대기업과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글로벌 전문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에너지만 하더라도 유럽과 미국 메이저 기업이 즐비하기 때문에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화학, 정보통신, 물류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국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SK텔레콤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많은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물류사업은 국내만 하더라도 CJ, 한진, STX 등 여러 경쟁기업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해외사업에서 실패하였거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성장에 한계를 절감한 일부 계열사들이 골목상권과 학원사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

SK가 제대로 된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목표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내부거래 효율화를 위해 무작정 늘린 계열사를 정리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비전은 글로벌화로 맞추고, 사업목표는 정책적 보호하의 국내 독과점시장에 맞추면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의 목표는 서로 충돌되지 않고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전략적인 관점에서 수립되고 관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SK는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최회장, 사회적 책임을 일찍 고민했다

기업경영에 밀접하게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 고객, 구성원, 사회, 정부 등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다. 최종현 회장은 다른 국내 대기업에 비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을 가장 먼저 했다. 1973년부터 장학퀴즈프로그램을 시작해 2000년부터는 중국판 장학퀴즈를 지원하고 있다. 나무를 키우듯 인재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1974년에는 우수인재양성을 통한 국가 학문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고등교육재단(KFAS)을 설립했다.

최태원 회장도 2003년 SK글로벌 사태 이후 나빠진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사랑의 집 짓기운동’이나 기타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전 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SK에 다니는 직원은 대부분 의무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다른 그룹의 회장들이 전시성이나 체면치레용 행사를 하는 것에 비한다면 최태원 회장의 참여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SK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사회적 책임이행에 대한 관심도 높고 직원들의 자세도 다르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은 이제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 설립 목적에 적합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고,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시리얼 업체 켈로그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빈민들에게 무료로 시리얼을 제공해 이후 시리얼이 미국 국민의 대표적 아침식사가 되었고, 켈로그는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이제 SK의 사업목적에 적합하고 직원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소액주주에 대한 책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국내 대기업이 욕을 먹는 것은 쥐꼬리만큼의 주식을 가진 그룹 회장이 대다수의 주주이익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영권을 전횡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는 과거 계열사 지급보증이나 채권의 고가인수보다 더 교묘하게 진행 중이다. 삼성, LG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2012년 7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 등 SK 계열사들이 그룹의 IT계열사인 SK C&C에 일감몰아주기, 높은 단가로 계약하기 등으로 부당지원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7개 회사에 총 346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계열사 소액 주주들이 손해 보는 사이 SK C&C 주주들은 부당이익을 얻은 셈이다. 최태원 회장 가족이 SK C&C의 5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SK C&C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의 최대 주주로서 31.8%를 소유하고 있다.

계열사 경영진은 자사의 주주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룹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자기 주주를 배신한 셈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주식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만연한 경영진의 배임행위 때문이다. 정부의 허술한 감시와 솜방망이 처벌도 범죄행위가 반복되는 이유이지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오너에게 돌아간다. 불신이 커지면 누구도 해당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게 되고, 기업은 정상적인 자본조달과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눈앞의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