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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CD금리 조작 확인, 금융권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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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CD금리 조작 확인, 금융권 일파만파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나 밀약을 통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 금융사가 담합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CD 금리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금융권 전체에 손해배상 소송 등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영국 금융시장에서 은행간 단기대출 금리인 리보금리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있어 국내에서도 CD 금리 조작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공정위, 증권 및 은행 금리조작 조사

-10개 증권사가 CD금리 평가후 평균치내

-증권사·은행 금리담합 가능성도 배제못해

-사실 확인시 금융권 안팎 대형 파문일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와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밀약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국내 증권사들의 CD 금리 책정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D 금리는 시중 7개 은행의 CD 발행 금리를 10개 증권사가 평가하고서 평균치를 내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다. 그러나 CD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증권사가 10개에 불과한 탓에 객관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위가 조사하는 3개월 만기 CD 금리는 은행권의 대출 기준금리 체계인 코픽스(COFIX)가 2010년 도입되기 전까지 주택담보대출이나 중소기업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됐다. 지금도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 금리에 일정 비율을 더해 결정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최근 떨어졌는데도 CD 금리가 내려가지 않아 대출자가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CD 금리가 조작됐다면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는 이득을 보는 대신에 돈을 빌려쓰는 대출소비자는 반대로 이자를 더 내 피해를 본 셈이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으나 증권사와 은행들이 CD 금리를 결정하면서 의견 교환을 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CD 금리 담합 논란 증폭

-공정위, 고공행진 CD금리에 칼날 들이대

-CD금리, 시중금리 하락에도 3.54% 유지

-최근 CD발행 거의없어 시중금리 반영못해

공정위의 CD 금리 담함조사와 관련해 실제 담합이 이뤄졌는지, 담합이 이뤄졌다면 누가 이득을 봤는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CD 금리가 리보금리와 달리 직접 이해당사자인 은행이 아닌 중개기관인 증권사들이 집계하는 만큼 담합의 실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직접 이해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CD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따른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증권사들이 은행과 공동으로 CD금리를 원하는 수준에서 결정했거나 은행들로부터 압력을 받아 담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CD 91일물 수익률을 금투협에 보고하는 10개 증권사 채권영업팀에 들이닥쳐 PC의 채권거래 메신저 기록 등을 조사했다. 대상 증권사는 유진, 대신, 리딩, 메리츠, 부국, 한화, HMC, KB, KTB, LIG증권 등 10곳이다.

공정위가 증권사들의 CD 금리 책정과정을 문제 삼게 된 것은 CD 금리가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상당히 높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올 들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다른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동안 3%대 중반을 계속 유지했다.

반면에 국고채 3년물은 같은 기간 3.56%에서 3.29%까지 하락했고, 통안증권 91일물은 3.48%에서 3.29%로, 통안증권 1년물은 3.54%에서 3.28%로 각각 내려갔다.

금융투자협회는 매일 오전, 오후 한 번씩 10개 증권사로부터 시중에 유통되는 CD 금리를 통보받고 최고, 최저 금리 2개를 제외한 8개를 평균해 고시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에서 발행하고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구조인 CD가 최근에는 거의 발행되지 않아 시중금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결제원 등록발행시스템으로 집계한 CD 발행 규모는 올해 상반기 5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1% 줄었다.


#CD 금리 조작 누가 이득 보나

-CD금리와 리보금리 산출방식,주체 달라

-증권사, "CD금리 담합 실익 없다" 항변

-은행, CD금리 높게 책정되면 이자 유리


증권사들은 공정위의 갑작스러운 현장 조사에 당황하면서 CD 금리와 리보금리는 산출방식이나 주체가 다르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CD 거래 자체가 아예 없는데다 담합은 있을 수 없고 CD 금리를 조작해서 증권사가 얻는 이익도 없다는 것이다.

CD금리를 담합할 경우 은행들은 CD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대출 이자를 정하기 때문에 CD금리가 높으면 이득을 보는 게 현실이다.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가까이가 CD 금리에 연동해 이자가 정해지는 만큼 CD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이 더 많은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의 가계대출 잔액은 642조7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49.1%는 시장금리 연동 대출이다. 시장금리 연동 대출은 대부분이 91일물 CD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증권사들은 CD 금리 담합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포지션에 따라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증권사들은 CD금리에 연동된 파생상품을 보유해 CD 금리의 등락에 따라 유리해질 수도 불리해질 수도 있다. CD금리가 한 방향으로 쏠렸을 때 유리한 포지션을 가진 증권사라면 은행과의 암묵적 합의로 담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증권사가 보유한 상품 중 CD 금리와 연계된 상품에는 통화스와프나 금리스와프, 파생상품연계증권 등이 있을 수 있다하더라도 CD 금리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CD금리는 시중 7개 은행이 발행한 CD의 유통 금리를 10개 증권사가 보고하면 평균치를 내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다. 증권사들은 6개월 단위로 교체된다.

반면에, 최근 조작파문이 일어난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 금리는 영국은행협회가 대형 은행들이 원하는 은행간 단기대출 금리를 평균해 발표한다.


#새로운 단기금리 지표 개발 절실


-CD금리, 식물금리 오명에다 조작 의혹도

-금융당국, CD 대신할 새 지표 개발 착수

-RP금리, 새로운 단기지표금리 주장 제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CD금리를 대페할 새로운 단기금리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CD금리는 실제 거래가이긴 하지만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7개에 불과하고 몇몇 은행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엔 유통량도 거의 없는 탓에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해 '식물금리'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다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말부터 CD금리를 대신해 은행권 대출 등에 이용될 단기 지표금리 선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CD금리의 위상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음에도 논의는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등장한 금리마다 뚜렷한 약점이 있는데다 각 은행의 입장이 엇갈려 서로 다른 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의 대안으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코리보(KORIBOR)지만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라는 점이 약점이다. 코리보 금리는 CD금리와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결정적으로 은행들의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를 바탕으로 집계한다.

통안채는 발행 주체가 한국은행이어서 시중은행의 대출 기준금리를 정부가 결정한다는 위험이 있다. 코픽스는 과거 1개월간 조달한 `후행적' 금리라는 단점이 있다. 즉 한 달에 한 번만 발표돼 단기 자금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논의가 계속 표류하자 단기 지표금리를 바꾸는 대신 은행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금리에 연동하는 대출 상품을 내놓는 편이 빠르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D금리나 코리보 금리는 최근 조작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영국의 리보(LIBOR)금리와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RP 매매 금리가 그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RP 금리는 실제 체결된 거래를 기반으로 결정되는데다 금융기관의 채권을 담보로 거래가 이뤄져 단기 자금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기간의 금리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