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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기는 기회다]우리기업은 국내은행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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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기는 기회다]우리기업은 국내은행이 지킨다

국내 기업 해외시장 진출 '은행' 든든한 후원군
은행, 대형 프로젝트 보증지원·금융적극 지원
은행들 '2012년판 한국 기업 해외시장 지출 마스터플랜' 구축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지난 5월24일 국내 건설사가 해외건설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라크의 '분당급 신도시' 사업을 수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그룹이 80억 달러(9조5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10만 가구 건설 사업을 하게 됐다는 것.

이는 우리나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700억 달러)의 10%를 상회하는 공사로 단독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자 대한민국 신도시 건설 노하우 수출 1호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Bismayah) 지역에 1830㏊(분당급)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하는 공사다. 도로와 상·하수도관로를 포함한 신도시 조성공사와 10만호 국민주택 건설공사로 구성된다.

공사기간은 7년으로 총 공사대금은 77억5000만 달러, 선수금은 25%다. 물가상승을 반영한 공사금액 증액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공사대금은 총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는 대규모 외화 획득과 일자리 창출효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기여 등 이라크 내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기반 마련 등의 기대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기반으로 추가 발주가 예정된 주택과 학교, 각종 산업 플랜트, 인프라 건설공사 수주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사는 이라크 정부가 신도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예산확보와 주택분양을 책임진다. 한화건설은 설계를 포함한 10만 세대 국민주택건설 및 단지조성 공사를 담당하게 된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에 대한 재원은 이라크 정부와 현지 주택 분양대금 등에서 조달되며 이라크 재무성 산하 3개 국영은행이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책임지기로 했다.

고민거리가 생겼다. 사실 이라크는 2010년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하며 주목받는 시장으로 떠올랐으나 치안 불안 등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우리 기업의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건설 뒤에 든든한 후원군이 있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한화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 총 11억600만 달러의 보증에 나섰다.

수은의 보증은 선수금환급보증에 7억7500만 달러, 계약이행보증 3억8800만 달러로 구성됐다.

선수금환급보증은 건설사 귀책사유로 공사 착수를 위해 받은 선수금을 반환할 의무가 발생했을 때 대신 지급하는 보증을 말한다.

계약이행보증은 건설사가 발주처와 맺은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금액의 일정부분(통상 10%, 이라크 사업 5%)을 대신 지급하는 보증이다.

이번 수은의 보증지원으로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의 보증조건 협의를 통해 전쟁·테러 등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보증청구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한화건설의 사업수행 위험을 대폭 줄였다.

통상 은행이 발급하는 보증서의 경우, 계약불이행 사실에 대해 조사 또는 증명해야 할 필요 없이 발주처가 요청하는 즉시 보증금액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일반적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수주와 성공적 수행이 국내 건설사의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 진출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사업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금융제공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앞으로도 현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입장에 서서 정치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와 지원의 든든한 후원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은행들 '2012년판 韓 기업 해외시장 진출 마스터플랜' 구축

이처럼 국내 은행들은 올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한 '2012년판 금융지원 마스터플랜'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이들의 금융지원 사업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연착륙'을 유도해 외화벌이로 약해진 기업 체질을 강화시키는 목적도 있지만 국내 기업이 외국시장을 진출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들 역시 해외진출의 네트워크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석하 IBK기업은행 글로벌사업부 부행장은 "워낙 우리 기업들이 수출 다변화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트랜드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은 우수한 편"이라며 "이를 토대로 해외 수출시장에 '글로벌 스탠다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유 부행장은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전문 은행으로서 국내 중소기업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해 벨트형태의 영업망을 구축, 금융지원을 아낌없이 후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과 '5대양 6대주 서비스 거점'마련을 병행 추진키로 했다.

중국과 베트남을 기본 축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변 유망 아시아 국가를 연결하는 벨트형태의 영업망을 구축한다.

또한 진입규제 등 당장 진출이 곤란한 지역과 중소기업 진출이 많지 않아 직접 진출이 타당시 되지 않는 지역은 현지은행과 업무제휴 등을 통해 연계 금융지원 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기업은행은 중국, 베트남에 이어 올해 안으로 인도 뉴델리에 사무소를 개소한 후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한 미얀마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얀마 진출 타당성 검토를 위해 현지출장 조사에 한창이다.

KDB산업은행은 최근 국내기업의 개발도상국 진출 지원 기반을 마련하도록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보증기구(MIGA)와 상호 업무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MIGA는 세계은행그룹 소속 국제기구로서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위험에 대해 투자자 앞 보증보험을 제공함으로써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촉진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협약으로 MIGA의 국제적 신인도와 산업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스 등 개발금융 노하우를 접목시켜 개발도상국의 결제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한철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위험에 대한 부담으로 금융조달에 많은 애로가 있었으나 이번 협약을 계기로 그동안 국내 수출신용기관에 국한되었던 보증제공처를 다변화함으로써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대상국 확대와 다양한 금융수요 충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 전용 상품도 출시

한국정책금융공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도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기로 동참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무역보험공사 워크숍을 갖고 국내 기업의 해외프로젝트와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공사는 금융자문 수행과 대주단을 구성하고 무보는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밖에 해외프로젝트에 대한 시중은행의 참여를 유도키 위해 공사가 중장기대출에 나서고 시중은행은 단기대출 방식으로 공동 참여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해외진출 건설기업에 대한 맞춤형 상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해외건설계약을 체결한 건설공제조합 및 전문건설공제조합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상품인 '공제조합 플러스 외화지급보증'을 출시했다.

우리은행과 공제조합이 별도협약을 체결해 개발한 해외건설기업 전용 맞춤 상품이다.

이는 기업이 계약이행에 필요한 입찰보증, 계약보증, 선급금(선수금) 환급보증, 하자보수 보증 등을 위해 공제조합에서 지급보증서(보증비율 60% 이상)를 발급받고 우리은행에서는 공제조합의 지급보증서와 회원사의 신용도를 평가해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하는 형태로 조합과 은행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침체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건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목소리에 공감한다"며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우량건설기업에 대해 공제조합과 연계,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