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LIG손해보험의 본사 사옥 ‘LIG타워’에서도 하루 일과를 마친 직원들이 출입문 밖을 바쁘게 나선다. 평소 절대 야근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법인영업부 신주영 대리는 오늘도 어김 없이 이 시각 회사를 나선다.
북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에서 각자 책을 한 권씩 꺼내 열독하기 시작하는 LIG손해보험 직원 무리들. 그런데 각자 들여다보고 있는 책 제목을 보면 궁금증이 더 커진다. 신 대리가 열심히 보고 있는 책 제목은 ‘자동차보험의 이해’. 주로 기업이나 단체보험을 다루는 법인영업부의 신 대리가 왜 자동차보험 관련 책자를 보고 있는 걸까.
신 대리뿐만이 아니다. 장기상품팀 김병수 과장은 ‘영업현장의 이해’라는 책을, 영업지원팀 이일영 차장은 ‘보상의 이해’라는 책을 열독하고 있다. 이 회사에 곧 대대적인 인사폭풍이라도 예고돼 있는 걸까.
이유는 다름 아닌 ‘LIG인증제’라는 학습 프로그램 때문이다.
LIG인증제는 LIG손해보험이 직원들의 본업 충실도를 높이고 부문간 소통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마련한 새로운 교육 인증제도다. 오는 8월초 최종 인증시험을 앞두고 응시생들이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었던 것.
응시생이라고 해서 그 대상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LIG인증제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이나 장기 휴가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2,900여명의 전 직원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과목에 응시해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회사는 왜 이런 제도를 만든 걸까. 최근 경영의 가장 핫(hot)한 트렌드인 ‘이해와 소통’이 바로 그 이유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LIG손해보험 이병일 교육담당 이사는 “본인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큰 기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직원, 그리고 다른 부서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소통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타부서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LIG인증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업현장의 이해를 공부 중인 장기상품팀 김병수 과장은 “내가 만든 상품이 영업현장에서 어떻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지, 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설계사님들이 원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 상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영업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