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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기본은 혼(魂), 창(創), 통(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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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기본은 혼(魂), 창(創), 통(通)”

혼신 다해 요리하고 새로운 것 창조하며 고객과 소통하라


손님 20명만 예약 받아 최고의 한식 접대하는 게 나의 꿈


음식은 건강을 지키는 수단…6년 전부터 약선요리에 관심



삼청각 박경식 조리장(50)은 요리인생 25년을 거치면서 남다른 요리철학을 가지고 있다. ‘혼(魂), 창(創), 통(通)’의 철학이다. 자신이 하는 요리 한 가지라도 큰 뜻을 세우고(魂), 늘 새로운 것을 향해 끊임없이 창조하며(創), 고객과 물이 흐르듯 소통(通)해야만이 진정한 한식을 조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삼청각에서 지친 현대인을 위한 느림의 선물로 약선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그를 만나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 삼청각의 박경식 조리장./사진=홍정수 기자

■ 魂․創․通의 요리사 박경식 삼청각 조리장



-삼청각하면 요정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시죠.


“삼청각하면 독재정권에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누구나 와서 즐기고 식사할 수 있는 격조 높은 장소로 변했어요. 웨딩, 돌잔치, 가족모임, 기업행사를 개최하거나 가볍게 마음에 맞는 분과 함께 차를 드실 수도 있어요. 일반인의 출입을 금해온 만큼 잘 보존된 자연이 시민들에게 주는 청량감은 삼청각 한식당을 찾는 분들에게 드리는 덤입니다. 한식당은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해서 궁중요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한식의 기본을 혼(魂), 창(創), 통(通)으로 정리 하셨는데….


“혼(魂), 창(創), 통(通) 세 글자를 한식요리에 비유해봤습니다. 혼은 요리를 할 때도 정성을 뛰어넘어 혼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요리는 정성만 가지고는 안 되고 음식에 혼을 담아서 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창은 항상 새로운 것을 향해 노력하고 도약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음식조리사는 매일 하는 요리에만 머물지 말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해야 합니다. 통은 고객과 요리사가 상호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요리도 고객과 소통할 때 진정한 요리가 나옵니다.”

혼(魂), 창(創), 통(通)이라는 요리철학을 정립하기 까지 박 조리장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 때는 자신이 최고의 요리사로서 대한민국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오만방자한 시절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잠깐 뒤돌아보니 ‘내가 최고’라는 아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에는 ‘당신의 요리실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으면 ‘무(無)’라고 웃으며 답할 뿐이다. 마음을 비워놓았기에 새로운 요리를 채울 수 있고, 실제로 조리사마다 나름대로 자기만의 요리세계가 있기에, 빈 마음으로 요리를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박 조리장은 어떤 요리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까?


“저는 25년간 요리를 해오면서 어떤 요리사가 되어야겠다고 단정을 지어 본 적은 없어요. 지금은 약선요리에 관심을 두고, 세종문화회관, 강동경희대병원과 공동으로 하는 한방치유음악회 ‘동행(同行)’을 통해 약선요리를 일반에게 선보이고 있어요. 약선요리는 일반 요리와 차원을 달리해요. 일반요리는 요리사가 식자재를 구입해서 요리를 만드는 데 반해 약선요리는 약초 뿌리를 가지고 우리 몸에 어떻게 매치시킬 것인가를 학술적으로 들어가 전문적인 지식과 레시피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지요. 분명히 음식이 보약이기도 하지만 모든 음식이 과하거나 도가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한식이 약이 되고 보약이 되려면 적절한 레시피와 몸과 맞는 식단이 나올 때 가능하지요. 약선요리는 6년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요 근래에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삼청각에서 진행되는 한방치유음악회 ‘동행’은 경희대 한의학교수가 와서 강의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음식으로 치유하는 3박자 프로그램이다. 박 조리장 주도하에 약선요리로 대미를 장식하는데, 매달 약선요리가 하나씩 개발되고 있는 셈이다. 폐에 좋은 오미자에 다른 재료를 섞어 차를 만들어 내거나, 밥을 하더라도 맥문동, 각황 등을 넣어 밥을 짓게 되면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약선요리는 잘 쓰면 병을 낫게 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됩니다. 약차도 한약 냄새가 나면 안 되듯이 한식 식사를 마칠 때 끝에 향긋한 맛을 느끼게 해야 해요. 밥이나 음식에서 한약 냄새가 나면, 일반인이 와서 접하지를 않습니다. 보약으로 먹는다면 한두 첩 먹을 수 있겠지만, 체험을 하기 위해 오게 된다면 한쪽에 치우쳐서 궁중요리는 싱거워 맛이 없다고 평하게 되지요. 따라서 약선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이자 맛있는 음식이 되어야 합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이 선결되어야 할까요?


“K-pop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식의 세계화는 과도기에 처해 있어요. 정(政)‧관(官)‧민(民)이 혼연 일체가 되어야만 한식의 세계화가 걸림돌 없이 갈 수 있을 터인데, 정부는 정부대로, 관은 관대로, 전부 따로 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서로 내목소리가 크다고 강변하고 있지요. 이렇게 해서는 한식의 세계화가 될 수 없어요.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이해타산을 접고 순수하게 우리 전통의 음식인 한식을 널리 알려야 하겠다는 기본자세가 필요합니다.”



-삼청각의 주방은 어떻습니까.


“요리는 한 사람이 혼자서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주방장이 레시피를 짜면 스태프가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요리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면 조리장은 지휘자이고, 스태프는 단원입니다. 주방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이에요. 늘 긴박하고 박진감 있고 거칠게 돌아가지요. 저는 주방 식구들에게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화학조미료를 절대 쓰지 못하도록 합니다. 자연조미료 역할을 하는 무, 대파, 표고버섯을 삶은 후 거기서 나오는 육수를 가지고 맛을 내지요. 고객 가운데 겨울 동치미를 접했을 때 시골에서 먹던 동치미의 향수가 있는 분이 계시는데, 그와 같은 맛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명감이 주방에 있다고 봅니다.”

-요리인생 25년을 돌아볼 때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고객들로부터 ‘당신 요리가 최고’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가 가장 보람이 있어요. 고객이 조리장을 찾을 때는 불평을 하기 위해서이거나 칭찬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객이 불평을 하면 쥐구멍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죄송스럽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고, 한국에 온 외국인이 한식을 드신 후 조리장을 보고싶다고 했을 땐 진짜 요리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인격을 갖춘 분들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리는 기능입니까, 아니면 예술입니까?


“요리는 손기술을 습득하고 단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기능이지요. 요리를 배우는 중간단계에서는 기능인이지만, 요리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기에 예술가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요리 기능장을 주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워요. 요리사 스스로 기능인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게는 전문 한식점을 내는 꿈이 있어요. 많은 돈을 벌어 편안하게 사는 꿈이 아니라 제 손으로 최고의 한식을 만들어 고객에게 접대하는 꿈입니다. 요리사로서 제 손으로 직접 요리를 해 접대할 수 있는 고객은 20명 내외이기에, 큰 식당 보다는 20석 규모의 아담한 가게를 내어 최고의 한식 요리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옛날에 미슐랭 스타가 붙은 테이블 3개만 놓인 일본의 한 식당을 보면서 너무나 부러웠어요. ‘바로 저거다!’는 생각이 번개치듯 뇌리를 스쳤지요. 그 일식당은 3개월 전부터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해요. 테이블 하나 더 놓으면 돈을 더 벌 수 있겠지만, 최상의 음식을 내놓기 위해 가게를 키우지 않는 그 장인정신을 꼭 배우고 싶었어요. 저도 한식으로 잔뼈가 굵어왔으니 한식만의 독특한 식단을 차려 크지는 않지만 정말 맛있는 꿈의 한식당을 만들 생각입니다.”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통해 진정한 한국의 맛을 선보이기를 꿈꾸는 박경식 조리장. 대형화를 통한 넘버 원(Number One)이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온리 원(Only One)이기를 고집하는 장인정신에 한식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삼청각을 내려오며 들었다.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




※집에서 따라해 보는 박경식 조리장의 비법 2제(題)




잣 소스와 오징어선(3인분)




■ 박경식 조리장의 잣 소스와 오징어선 레시피



오징어 3마리, 천일염 60g, 건표고버섯채 20g, 당근채 20g, 애호박채 20g, 후춧가루 약간, 김밥김 3장(이상 오징어선), 잣가루 30g, 식초 400㎖, 겨자분 20g, 천일염 4g, 다진마늘 30g, 설탕 20g, 물 400㎖(이상 잣소스만들기)



잣 소스와 오징어선 조리법


천일염 60g을 물 2400ml에 잘 저어 녹여놓는다.

표고버섯채, 당근채, 애호박채를 천일염 물에 3분간 담가 간이 되면 건져 물기를 빼고 프라이팬에 볶아낸다.

오징어는 바깥쪽으로 칼집을 내어 천일염 물에 담궈 간을 한 다음 칼집 바깥쪽으로 준비된 재료인 당근 표고 애호박 등을 담아 말아내어 찜통에서 5분가량 쪄내어 동그랗게 썰어 담아낸다.




들깨 소스와 도미선(4인분)



■ 박경식 조리장의 들깨 소스와 도미선 레시피


도미살 1.2㎏, 건표고버섯채 80g, 당근채 120g, 애호박채 120g, 황지단채 50g, 천일염 150g(이상 도미선), 들깨가루 150g, 겨자분 20g, 천일염 4g, 다진마늘 30g, 설탕 20㎖, 물 400㎖, 식초 400㎖




들깨 소스와 도미선 조리법

황돔의 비늘을 벗기고 포를 떠서 천일염 물에 10분간 담궈 간을 한다.

표고버섯, 당근, 애호박은 물에 불려 곱게 채썰어 천일염을 융해시켜 염도를 맞춘 다음 2분가량 담궈두었다가 물기를 빼고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놓는다.

황백지단은 곱게 채썰어 준비하고 천일염을 준비하여 놓는다.

겨자소스를 만들고 채에 걸러 찌꺼기는 걸러낸다.

⑤ 겨자소스와 들깨가루를 잘 섞어 소스를 만들어 놓는다.

⑥ 준비된 활도미를 칼집을 두 번 내어 포를 뜨고 칼집사이에 볶아놓은 채소를 색깔별로 넣고 찜통에서 3분가량 쪄 내어 준비된 소스와 곁들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