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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한복, 한민족의 상징인데 혼례예복용 전락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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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한복, 한민족의 상징인데 혼례예복용 전락 안타까워

"韓服, 한민족의 정신 상징인데... 혼례예복용 전락 안타까워"


전통 한복 정신 살리면서도
우리 시대 한복 디자인하는 게 꿈

내년 3월
LA한복패션쇼 통해
2000년 한국복식사 보여줄 계획




▲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복협찬을 통해 한복이 우리 전통 옷이라는 개념을 넘어 우리 정신임을 홍보하고 있는 한복나라 이현숙 원장. 그는 “한복을 입을 때는 아무리 간소화해 입더라도 겉옷을 기준으로 여자는 당의, 남자는 두루마기를 꼭 갖춰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jshong204@g-enews.com 홍정수 기자

한복나라 이 현 숙 원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영화 ‘춘향전’, 드라마 ‘허준’ ‘상도’ ‘홍국영’ ‘천둥소리’ ‘로맨스’ ‘청춘의 덫’ ‘서동요’ ‘선덕여왕’ ‘짝패’ ‘계백’ ‘미실’ ‘해를 품은 달’ ‘신들의 만찬’…. 이들의 공통점은 극중에 한국의 단아한 멋을 보여주는 예쁜 한복(韓服)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궁중의 왕실복식에서부터 일반복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 한복과 함께 한복 스타일의 요리사복을 만들어 협찬해 준 한복나라 이현숙 원장의 작품이다.

한복(韓服), 한식(韓食), 한옥(韓屋)은 의식주 문화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토씨중심어인 한글과 함께 한복, 한식, 한옥은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굳이 세 문화의 공통점을 들자면 편리함보다는 ‘건강함’에 있다.

우리 몸의 맵시를 살려주는 동시에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한복. 한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한복이 지닌 아름다움과 한복의 의미에 대해 이현숙 원장과 얘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 한복나라 이현숙 원장-먼저 한복나라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한복나라는 한복원단 제직(製織‧실을 재료로 하여 천을 짬)만 60여년을 해왔고 30년 전에는 한복소재 유통업으로 전국의 한복원단 도매를 하였지요.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복의 내셔널 브랜드화를 위해서 1997년에 한복나라를 런칭하여 전통한복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한복나라에서 제작되는 한복은 원단의 제직에서 완성까지 모두 한복나라에서 원스톱으로 제작되는 게 특징입니다.”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 ‘신들의 만찬’ ‘미실’ ‘계백’ ‘선덕여왕’ 등에 의상협찬을 하셨는데….


“한복나라의 홍보를 넘어 한복이 지닌 아름다움과 색상을 홍보하자는 차원에서 협찬을 했어요. 한복이 지닌 색의 아름다운 조화, 그리고 치마, 저고리, 바지 이외에도 다양한 한복의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전통 복식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고요. 드라마 협찬에 따라 한복나라 브랜드의 이미지는 크게 상승한 반면, 한복의 특성상 일반 의류에 비해 매출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선 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베일 속에 쌓인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드라마인 ‘해를 품은 달’은 43.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만약 ‘해품달’만큼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옷을 제작‧협찬 했다면 극중에 등장하는 옷이나 상품은 불티나게 팔려겠지요. 하지만 한복이란 아이템은 그렇지가 못해요.”

▲ 신들의 만찬 한복 의상한복은 이젠 예복으로 바뀌어 결혼식장에서 혼주들이 입는 옷으로만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복과는 달리 구매의 빈도수가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박제된’ 옷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이현숙 원장은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한복을 노출시킴으로써 평생에 한두 번 입는 옷이 아닌, 자주 한복을 입고 다니며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협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속의 한복이 옛날 우리 조상들이 입는 그대로의 한복인지 궁금합니다.


“옷의 형태는 약간의 복식사적인 의미를 두고 재현을 하지만 드라마속의 옷이므로 극중의 인물에 따라, 성격에 따라 약간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복식사를 전공한 전문가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합니다. 또 때에 따라서는 각 방송사의 사정이나 감독의 요구에 의해 약간 변형을 할 수밖에 없어 반드시 복식사적인 의미만 두고 제작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지요. 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의 옷을 재현하려면 그 시대의 소재도 지금은 없는 것들이 많아 그대로 재현하기엔 힘든 측면도 있어요. 특히 여러 방송사가 같은 시대의 드라마를 동시에 방영한다면 같거나 비슷한 옷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게 되므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보는 즐거움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디자인들을 창작해낼 수밖에 없어요. 이게 전통 복식사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예를 들자면 ‘서동요’와 ‘선덕여왕’ 드라마의 옷에서는 모두 긴 저고리에 치마, 바지에 두루마기 같은 포의 형태의 옷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형태의 옷들이 수많은 등장인물들에게 똑같이 입혀졌다면 아마 시청자들의 눈은 지루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럴 경우에는 시대를 약간 앞당기거나 늦추어 신라시대 옷의 형태로 제작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장식들을 추가하여 화려한 의상들을 등장시킵니다.”

▲ 계백의상이런 사정은 조선시대 사극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해품달’은 완전히 허구이므로 극중 무당이 입는 옷들은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현대적인 의상이다. 원래 왕비가 입는 상복은 스란치마에 당의를 입고 머리엔 족두리나 화관으로 장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궁중드라마에서 그런 옷들이 계속 등장한다면 그 또한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더할 것이기 때문에 다소 격식에 맞지 않는 장식품들이 등장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남강실크를 창업, 원단 사업을 하다가 한복 제조로 사업을 확장하셨는데….


“시할머님께서 조그만 하게 시작하여 시아버님께서 공장을 확장하셨습니다. 저희 대에 와서 한복 원단 유통을 시작하여 지금은 한복 제조까지 왔어요. 대를 이어 사업을 발전시켜나간 듯하여 뿌듯한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후대에서는 좀 더 다른 분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한복도 많이 변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변해왔습니까?


▲ 해를 품은 달에 나온 당의“우리 옷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 옷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통일시라시대 이후 우리 옷은 왕실과 귀족들의 복식과 평민들의 복식으로 나뉘어져 변하여 왔어요. 왕실과 귀족들의 복식은 통일신라 이후에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고 평민들의 복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고 소멸하면서 변화하였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변화, 나라가 바뀔 때마다 이웃 국가(명, 청, 원)의 영향 등 그때마다 조금씩 변하여 현재의 의복까지 이어왔지요.

왕실과 귀족들의 복식은 예복과 일상복이 따로 있었으나 왕실의 예복은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혹은 패션쇼에서 재현품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옷이 되었고, 평민들이 입은 평상복인 치마와 저고리의 여자 한복과 바지, 저고리, 배자 혹은 마고자, 조끼의 남자 한복이 예복으로 변하였습니다. 그 예(禮)는 우리의 사례(관례, 혼례, 상례, 제례)중에서 가정의례의 간소화에 의해 거의 사라지고 이제 혼례만이 남아있습니다. 그 혼례 때에 입는 최소한의 예복으로 입혀지고 있으나 현재로는 그 최소한의 예복도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최소한의 예복으로 입는다면 겉옷으로만 볼 때 여자는 당의, 남자는 두루마기를 꼭 갖추어 입어야 예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는 편의상 아주 간소화한 차림으로 한복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예복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편리함은 찾았을지 모르지만 한복이 지닌 고유한 멋은 사라진 셈이지요.”

-원장님께서 보시기에 한복은 어떤 옷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 윤리시간이나 사회시간에 우리민족은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들으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만큼 우리는 예를 중시했던 민족인 것 같습니다. 그 예의 의식이 진행되는 과정에 여러 가지의 옷들도 함께하였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옷은 그냥 입혀졌던 옷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에 한복은 특정한 날에만 입는 예복이 아니라 일상복이었는데, 지금은 일상복이 아니라 예복으로만 입는 옷이 되었습니다. 그 예가 가정의례 간소화로 인해 모든 예의 의식이 간소화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한복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것이 유일하게 혼례인 듯 합니다.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와 핵가족으로 인한 생활의 변화에 따라 점점 그 의식도 퇴색이 되어 가다보니 한복 역시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중시했던 우리 민족의 정신과 함께 이어져 온 한복은 그냥 입는 옷이라기보다 우리의 정신입니다. 우리의 정신인 한복이 일반적인 옷보다는 들인 돈에 비해 입는 빈도수를 따지다보니 한복의 불필요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옷을 경제적인 관념으로 보지 말고 우리의 정신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의문화(衣文化) 운동을 펼치고 계시는데, 어떤 운동입니까?



“우리 옷은 2000년의 세월동안 우리민족에 입혀져 왔던 옷이므로 우리민족의 기본정신이 담겨져 있는 옷입니다. 현재 한복을 입었던 세대가 점점 없어짐으로써 한복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지고 있어요. 이러다가는 2000년 동안 내려온 우리의 옷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에서 우리의 옷은 그냥 입혀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신임을 알리기 위해 ‘의문화(衣文化) 운동’을 펼치고 있지요. 이와 동시에 우리 옷들을 많이 알려 한복의 한류에 한몫을 하고자 함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복의 세계화 가능성이 있는지요?


“한복의 세계화는 우리 한복디자이너들의 과제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과제라고 봅니다. 전통 한복이 우수한 게 틀림없지만, 지금 현재 우리 국민들도 입지 않는 현실에서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입으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되지요. 따라서 중국의 의류브랜드인 ‘샹하이탱’처럼 한복도 동서양의 만남을 시도해서 새로운 한복을 창작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양복 디자이너가 한복에 대해 알아야하고, 마찬가지로 한복디자이너가 서양복을 알아야 샹하이탱과 같은 의류브랜드가 나올 것입니다. 지난 2005년 쁘레따뽀르테에 한복이 전시되자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그 전시된 한복을 보고 한복을 모티브로 그들의 옷을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캐롤리나 헤레라’의 한복이 나와서 보았는데, 우리 저고리의 고름과 갓을 소재로 패션쇼를 연 것이지요. 이를 볼 때 우리 옷의 세계화는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 옷이 세계화가 된다면 우리 옷의 소재는 서양복의 소재와는 확연히 다르게 제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옷 뿐 아니라 한복의 소재도 수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왕실복식을 복원하셨는데, 왕실복식과 일반복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왕실복식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당에서 왕의복식과 백관복, 왕비복을 차례로 들여왔습니다. 왕실복식은 지위와 권위의 상징과 그에 따른 예를 지내기 위한 옷들로 구성되었고, 그 옷의 종류도 아주 많습니다. 이에 반해 일반복식은 우리의 기본복식인 치마, 저고리, 바지, 저고리와 그 외 포로 구성되어 시대에 따른 변화는 있었으나 우리만의 옷으로 발전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옷이 현재까지 입혀지고 있는 옷이기도 합니다.”


-해외전시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2003년 프랑스의 한 패션쇼에서 쇼의 안내 문구에 ‘기모노 드 코레’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행 측에 한복이란 단어가 있는 데 왜 기모노란 문구를 사용했는지 물었더니 동양의 민속복은 대체로 그렇게 표현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한복을 ‘기모노 드 코레’에서 한복이란 단어로 빨리 파리에 안착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교포들이 한복을 보면서 고향을 만난 듯 기뻐했고, 입양아 단체에선 옷을 보는 순간 우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어떤 분은 빨강, 파랑, 노랑의 색을 섞어서 어떻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며 감탄했고 미국에선 한복 패션쇼를 보면서 우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외국의 쇼나 전시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 곳의 교포나 현지 분들의 찬사에 기쁘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뭔가를 했다는 마음에 뭉클함을 느끼고 온답니다.”


-한복은 불편하다고 합니다. 현대적인 서양식 복장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 텐데, 한복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지요?



“한복이 일상복이 아니고 예복이므로 당연이 불편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서양의 예복도 편하지는 않지요. 한복을 지금까지 입어왔다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겠지요. 오랜만에 입어보는 의복이거니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선 한복의 장점과 단점을 연구하여 편안함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잘 지켜 후대에도 계속적인 우리 옷이 전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원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 가을의 드라마 협찬(MBC)과 내년 3월에 미국 LA에서의 전시와 패션쇼, 또 아이다호에서의 패션쇼가 계획되어져 있습니다. 먼 미래의 계획으로는 한복을 가업으로 이어가기 위해 각종 연구를 통해서 후대에서도 한복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만들 생각입니다.”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