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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는 없다" HSBC은행의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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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는 없다" HSBC은행의 탐욕

허술한 대출 관행 속 근저당물 손실, 세입자에게 전가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HSBC은행의 탐욕이 도를 넘어섰다. 허술한 대출관행으로 인해 회수가 어려워진 자신의 후순위채권을 행사하기 위해 세입자의 채권을 볼모로 삼아 민사소송을 악용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부분 세입자들은 민사가 진행되면 오랜 시간 분쟁에 지쳐 은행과 채권 회수금액을 합의 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나쁠게 없다.
특히 HSBC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의 대출절차와 달리 세입자가 낀 담보대출에 대해 꼼꼼한 세입자 확인없이 제출된 전세계약서만으로 대출 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허술한 대출관행이 이어진다면 세입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은 자명하다.

A(46.남)씨는 2005년 10월 강동구 명일동에 소재한 S아파트를 집주인 B씨와 1억3000만원으로 전세 계약한 뒤 두달 후인 그해 12월 입주하면서 전세권 설정의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받았다.

2년 뒤 2007년 5월 A씨는 우연히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다 B씨가 아파트를 담보로 2억500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게 된 것을 알게됐다.

A씨는 B씨와 전세계약금 반환을 두고 분쟁을 벌이는 도중 B씨가 자취를 감췄고 공과금 미납과 대출금 불성실 상환으로 결국 지난해 경매에 넘어갔다.

이후 이 담보물은 3억2000억원의 최종 경매에 낙찰됐고 A씨는 은행의 근저당권보다 우선 설정받게 돼 안심했다.
하지만 A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세 계약금을 받으려는 당일, 2순위 채권자인 HSBC은행에서 이의 제기를 신청했다.

집주인 B씨가 HSBC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을때 제출한 전세계약서 사본의 내용이 틀리다는 것.HSBC은행에서 제출한 전세계약서에는 '전세금 2000만원, 월 50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집주인 B씨가 A씨와 맺은 전세계약서와 전혀 다른 가짜 전세계약서를 만들어 제출했기 때문이다.

A씨는 살고 있던 아파트를 나왔고 보증받아야 하는 1억3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HSBC가 제기한 2000만원만 받게 됐다. 현재 A씨는 HSBC은행에 1억1000만원 반환 소송을 냈고 현재 HSBC은행과 지루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HSBC은행이 제출한 전세계약서를 확인하면서 "은행이 의도적이지 않은 이상 대출을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할 수 있느냐"며 조목조목 따졌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두가지다. 첫째 세입자의 확인이다.

가짜 전세계약서에 작성된 세입자 기재란에는 가짜로 판 막도장이 찍혀있고 전화번호도 A씨의 전화번호가 아닌 집주인 B씨의 것이었다.

HSBC은행은 가짜 전세계약서에 기재돼 있는 전화번호로 세입자 확인만 했을 뿐 특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A씨는 "은행에서 세입자라고 하는 사람과 통화한 내용을 녹취한 파일을 들려주는데 목소리가 집주인 B씨였다"면서 "은행에서는 확인 절차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발뺌했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확정일자의 기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짜 전세계약서에 기재된 계약일은 2005년 10월, 확정일자는 2007년으로 기재돼 있어 기간 차이가 많이 난다.

A씨는 "보통 계약 후 늦어도 2개월 안에 입주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전세계약서를 꼼꼼히 확인만 했어도 전세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세입자가 낀 주택담보대출은 서류와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까다롭다. 은행들이 담보 설정을 하지만 선순위인 세입자가 밀려 후순위로 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깐깐하게 처리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은 세입자보다 후순위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확인한다"면서 "직접 세입자를 찾아 확인하고 자필로 된 서명이나 도장을 받도록 해 만약을 대비해 꼼꼼히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중은행 5곳을 확인한 결과, 은행들은 모두 세입자의 인적사항과 실제 거주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행 직원이나 신용정보회사에 의뢰해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HSBC은행은 경우는 특이한 케이스"라며 "만일 이같은 세심한 세입자 확인이 없다면 세입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HSBC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할때 요구하는 서류는 10가지 정도. 그 중 세입자 확인을 위해서 세입자 연락처가 기입된 전세계약서 사본 1통과 휴대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세입자 휴대폰 사용 영수증이 필요하다.

HSBC은행에서는 세입자 휴대폰 사용 영수증은 세입자에게 동의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세계약서만 요구한다.

HSBC은행 창구 직원은 "대부분 집주인이 세입자 자신이 전세를 얻어 살고 있는 곳에 대출을 받는다면 꺼리는 경우가 세입자 휴대폰 사용 영수증을 받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이라며 "일반적으로 전세계약서만으로도 세입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전세계약서의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확인만 되면 보통 1주일 이내에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약서를 위조하거나 가짜로 만들어 제출하더라도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HSBC은행이 이같은 대출관행 관행을 고치지 않는다면 A씨와 같은 세입자 피해는 늘어날 것이다.

더불어 HSBC은행은 허술한 대출 과정으로 인해 발생되는 근저당권의 손실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도 시정해야 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대출관행이 만연해져 있다면 은행에서는 민사소송을 이용해 채권확보에 나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최근 은행권에서는 서민금융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번 일이 확대돼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하면서 세입자에게 세심한 확인이 있었더라면 이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HSBC은행의 대출절차가 허술하다면 세입자인 나 말고도 또다른 피해자가 분명 많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과정이라던지 세입자 확인 절차의 경우 대체로 은행 기준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며 "만일 이러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면 확인한 후 문제소지가 있을 경우 시정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융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금감원의 민원센터에 신고접수해 피해사항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