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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어머니의 정성 담아 손으로 빚어낸 명품 전통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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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어머니의 정성 담아 손으로 빚어낸 명품 전통한과

■ [한국의 맛] 다물한과 문성균 대표

어머니의 정성 담아 손으로 빚어낸 명품 전통한과
순수 국산재료만 고집…방부제‧첨가물 전혀 없어



“누에고치 모양의 유과 먹으면 1년이 길하다”는 스토리텔링 만들어




▲ 다물한과 문성균 대표 /사진=문승연 기자[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추석이나 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먹거리다. 송편, 인절미, 식혜, 유과, 강정 등 다양한 전통 먹거리 가운데 입에 넣으면 바삭하고 사르르 녹는 전통 한과를 빼놓을 수 없다. 발효된 찹쌀을 손수 시루에 쪄 내고 말려 튀겨낸 뒤 조청을 바르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한과라면 현대의 아무리 달콤하고 맛있는 과자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물한과 문성균 대표(51)는 엄선된 국내산 재료만을 고집하며 15년째 전통 한과의 맥을 잇고 있다. 문 대표는 요즘 동네 이웃 어르신들과 함께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다물한과’를 만들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1년 중 손이 가장 바쁘다는 문 대표를 만나 전통한과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다물한과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다물’은 옛것을 되찾고 우리 것을 지킨다는 의미인데, 지인이 우리 전통의 맛을 찾아내어 잘 지켜나가라는 의미에서 지어주었어요. 처음엔 ‘다물한과’라는 이름이 좋은 줄 몰랐는데 한과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부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일반 한과와 다물 한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한과의 맛은 튀기기 전 손으로 하는 작업 과정이 좌우합니다. 다물 한과는 찹쌀을 2주 동안 삭히고 갈아서 찐 다음에 손으로 반죽하여 절단하고 말리기까지 모두 수작업을 합니다. 이어 튀기고 가루를 입히는 포장과정은 자동화를 하는데, 시중에서 나오는 일반 한과는 전 과정을 기계로 작업을 하는데다가 찹쌀을 삭히지도 않아서 맛이 까실까실하지요. 뿐만 아니라 누에고치 모양의 한과가 제대로 된 유과인데, 시중에서 나오는 한과는 천편일률적으로 긴 타원형 유과입니다. 이는 기계에서 일정하게 뽑아낸 유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맛을 좌우하는 단계까지는 수작업을 하고, 낱개 포장하는 과정만 기계의 도움을 받습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도입하여 다물한과를 군에서 히트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마케팅이 뭐가 뭔지도 몰랐죠. 그런데 공장을 지은 후 양평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저희 작업장 근처에 좋은 약수터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양평 전통한과 옆에 있는 약수터로 ‘좋은 물 뜨러오세요’라는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자연스럽게 다물한과가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아! 이것이로구나!’는 생각이 들어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해돋이를 보러 백운봉에 온 사람들에게 팸플릿을 드리며 한과 시식회를 열었어요. 그때 ‘누에고치 모양의 유과를 드시면 한 해가 길(吉)하다’고 스토리마케팅을 했고, 그러자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어 5월 어버이날에 양평의 군부대를 방문해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카네이션이 담긴 800g 짜리 다물한과를 납품했어요. 카네이션도 장애인 시설에서 만든 조화를 선택하고, 부모님께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다물한과를 넣음으로써 다물한과가 고향 부모님과 군대에 간 아들을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히트를 쳤어요. 물론 1만5000원 대 가격을 낮추어 택배비 포함 1만3000원을 받았기 때문에 수익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부모와 자녀를 연결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한 덕분에 고객이 계속 이어진 게 커다란 성과지요.”

문 대표는 카네이션이 담긴 다물한과를 받은 장병의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아들 봤느냐, 어떻게 알고 이런 선물을 했느냐’고 묻는 부모님이 많았다고 한다. 다물한과는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한해에 2만 상자 이상 판매되고 있다.



-다물한과를 먹어 본 사람들은 첫 번째 맛에 반하고 두 번째 인심에 반한다고 하던데요.


“음료수나 과자의 신제품이 나오면 TV에 엄청 광고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영세하기도 하지만, 그런 TV광고보다는 고객들이 한번쯤 맛을 직접 보시는 게 광고효과가 더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덤으로 더 주려고 노력해요. 특히 다물한과는 방부제나 첨가물이 없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아 대형마트에 공급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인터넷이나 다물농산에 직접 와서 구매하는 사람이 많고,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드리려고 노력하는 게 그런 소문을 낳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추석이나 설날, 그리고 5월 가정의 달에만 반짝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측면도 있어요. 평소에는 축제 현장을 찾아다니며 판촉을 하는데, 한과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한과데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하고 있어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별의별 ‘~데이’가 다 있는데, 정작 우리 한과를 사랑하는 날은 왜 없을까, 하고 제안을 하게 됐지요.”

-공장 입구에 ‘일감 갖기 사업장’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던데요.


“처음에 ‘일감 갖기 사업’으로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았어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50대 이상의 아주머니들과 함께 일을 했는데, 이제는 60~70대의 어르신들이 되었어요. 평소에는 5명이 일을 하고, 명절을 앞두고는 20명이 일을 하지요. 일감이 없는 농촌 어르신들께 일감을 나눠 주어서 좋고, 저는 옛 전통 방식 그대로 맛을 이어가서 좋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지요. 저는 제 사업을 시작하게 해준 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면서 경기도 가공연구회 활동도 함께 하고 있어요.”



-전통한과의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옛날에 어린 시절, 손님이 와서 고기를 먹으면 할머니께서 유과 한두 개를 꼭 주셨어요. 그때는 고기와 밥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른데 왜 유과를 주실까, 하고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까 유과를 소화제 대신으로 주신 것이었어요. 요즘 식후에 먹는 디저트 겸 소화제로 조상들은 유과를 먹은 거지요. 실제 유과에 묻은 조청은 소화를 촉진하기에 고기를 먹으면 한과를 먹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시중의 인스턴트 과자를 먹지 말라고 한 기억이 없지만, 어느 비 오는 날 한과를 가져다 놓았는데 눅눅해진 것을 보고 십대도 안 된 작은아이가 누이에게 방부제를 안 넣고 해서 그렇다며 인스턴트 과자를 먹지 말자고 하는 거예요. 시중에서 구입하는 인스턴트 식음료는 몇 달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 몸에 좋을 턱이 있나요?”

-한 마디로 말해 우리 전통한과는 건강식이네요.


“그렇지요. 한과뿐만 아니라 한식도 우리 몸에 좋은 건강식이지요. 유과를 만들기 위해 15일간 찹쌀을 삭혀 반죽을 하고 이를 떡으로 만들어 말려서 튀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요. 강정을 만드는 것 까지는 쉽게 이해가 갔지만, 유과를 만드는 이러한 과정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과를 만들면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소화를 돕기 위해 숙성 과정을 거친다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그러니 전통한과는 건강을 주는 건강식인 것이지요. 내년에는 한과를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운 한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븐에 구우면 기름에 튀긴 것과는 달리 맛에는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담백한 맛을 주니까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통한과를 만들 때 어떤 점이 어려운가요?


“전통한과는 날씨에 민감해요. 습한 걸 싫어하고, 너무 건조해도 안 되기 때문에 습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요. 그래서 습한 날은 제습기를 틀고 작업을 하고 여름에도 창문을 닫은 채 바깥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작업을 합니다.”

-이젠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되셨는데….


“사회에선 성공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어요. 다물한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름 사회공헌도 해야 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지요. 친정어머니 한 분만 계시고 친정아버지와 시부모님이 안 계셔서 대한노인회 행사나 독거노인을 위한 생일파티 등이 있으면 약간의 후원을 해요. 가끔은 사회복지시설에 전화해서 한과를 가져가게도 하고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이왕 사업을 시작했으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싶어요. 그동안 가족들이 제게는 큰 힘이 되어 주었는데, 명절을 앞두고 열리는 자녀의 졸업식에 못 간 게 제일 미안해요. 제 대신 남편이 자녀를 잘 챙겨주니까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면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다물한과를 만드는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나요?


“물맑은 양평에서 지은 농산물을 사용해요. 다물한과의 주재료인 찹쌀은 양평의 청운농협에서 구입하고, 깨는 청운농협이나 다른 농협에서 구입합니다. 무엇보다 손맛 이전에 식재료가 신선하고 맛있어야 한과도 맛있기 때문에 약간 비싸더라도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고집합니다.”


-다물한과의 고상한 빛깔은 어디서 나옵니까?



“다물 한과의 고상한 빛깔은 산수유 잎과 뽕잎, 제주산 백년초에서 추출한 천연색소로 색을 입힌 덕분이지요. 그래서 시중의 인공색소와는 차원이 다른 은은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빛깔이 나옵니다. 각 제품에 대한 개별 포장과 진공포장으로 바꾸어 오래 보관해도 쉽게 눅눅해지거나 마르지 않도록 함으로써 은은한 색깔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아요.”


/노정용 기자/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