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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보급 앞장 홍승 스님]사찰음식, 자연 닮아 건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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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보급 앞장 홍승 스님]사찰음식, 자연 닮아 건강하네

[사찰음식 보급 앞장 홍 승 스님 (사)사찰음식연구회]


사찰음식, 자연을 닮아 건강하네



小食, 菜食, 自然食으로 천연조미료 사용


자연식품 그대로의 맛, 풍미, 영양 살려



먹거리가 넘쳐나서 毒이 되는 세상…절제의 삶 필요



“음식이란 배 채우기 위한 물질 아니라 삶 풍요롭게 하는 수단”



▲ 사찰음식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홍승 스님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정신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현대인은 가능하면 소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홍정수 기자
스님들이 사찰에서 먹는 일상적인 음식인 사찰음식에 세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찰음식에 담긴 참 뜻은 몰라도 물질적인 풍요 속에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건강을 위해 자연식품에 가까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사찰음식은 속가의 음식과는 조리법과 그 음식에 담긴 뜻이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사찰음식은 불교문화를 넘어 하나의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건강음식으로서의 사찰음식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사단법인 사찰음식연구회를 발족시켜 전국에 걸쳐 사찰음식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홍승스님을 만나 사찰음식의 특징과 의미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 주>



-사찰음식연구회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저는 정식으로 전통음식에 대해 공부한 바는 없지만 속가에서도 유달리 음식을 만들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사찰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출가한 범어사는 스님들이 참선 공부를 하는 대중처소이기 때문에 후원 소임도 스님들이 전부 보았어요. 설거지부터 시작하여 밥 짓는 일까지 행자시절부터 여러 소임을 거치면서 어른 스님들께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었지요. 그 인연으로 사찰음식을 전하는 포교를 시작하게 되었고, 1997년에 배운 사람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든 게 사찰음식연구회입니다. 보다 사찰음식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사단법인으로 발족했어요. 전통음식에 대해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먹어본 사람들이 건강에 좋다며 가르쳐달라고 해서 수행의 한 방편이자 포교의 한 방편으로 사찰음식을 강의하고 모임을 만들게 됐지요.”

-사찰음식이란 무엇입니까?


“간단히 말하면 절에서 스님이 먹는 음식입니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小食), 산나물 위주의 제철 채소로 만드는 채식(菜食), 가공하지 않은 천연재료를 쓰는 자연식(自然食)을 기본으로 합니다. 또 맵고 독한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와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지요. 육류를 전혀 쓰지 않아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은 깨와 콩 등으로 보충하게 합니다.”

-사찰음식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어떤 점이 몸에 좋습니까?


“일체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몸에 좋지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을 먹는 것 보다는 음식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음식을 단순한 물질로 생각하지 말고 내 몸을 지켜주는 약으로 대해야 하지요. 절에서는 계율이나 천규(天規)를 통해서 음식물에 대해 규제를 합니다. 수행자들에게 음식물을 규제하는 이유는 모두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워낙 먹거리가 없어서 그렇지만 지금은 먹거리가 넘쳐나서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어요. 따라서 입의 즐거움만을 위해 음식을 선택할 게 아니라 ‘음식이 약(藥食同源)’이라는 철학으로 음식을 대해야 합니다.”

홍승 스님에 따르면 절에서 고기를 금하는 건 종교가 주된 이유이고 건강이 부차적인 이유다. 종교적인 이유는 하나의 목숨이 희생당함으로써 수행자가 가져야 할 자비로운 마음이 끊어지기 때문이고, 건강상의 이유는 고기가 칼로리가 높아 몸을 해치기 때문이다.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신채는 경전에 일종의 냄새가 나고 부정한 음식이라고 나와 있어요.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탐욕이 일어나고 날 것으로 먹으면 음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냄새가 많이 나는 채소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부처님 당시에는 고기 먹는 것을 금하지 않았지만 소승불교에서 대승불교로 넘어오면서 고기를 금하는 규율이 생겼어요. 사실 수행을 해보면 고기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현대인의 질병이란 게 대부분 음식에서 오는 것 아닙니까?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은 식원병(食原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은 태초부터 곡물류와 야채, 해조류 그리고 가축으로부터 얻는 유제품을 먹거리로 삼았으며 인체구조 또한 그러한 먹거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인이 앓는 모든 병은 음식에서 온다고 보면 됩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가족력을 물어보는데, 암환자는 DNA유전이 아니고 같은 식생활 습관 때문에 생깁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생활패턴으로 살기 때문에 병들이 같을 뿐입니다. 저는 사찰음식을 하고 있지만,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절대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살다 보면 맛으로도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현대인은 영양 과다 상태이므로 내 몸의 칼로리를 줄여보자고 권합니다. 그런데 칼로리를 줄이는 방법은 채소밖에 없어요.”

홍승 스님은 사찰음식만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찰음식을 먹더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사찰음식을 널리 보급하는 이유는 우리 식생활에서 고기를 너무 많이 섭취해 왔기 때문에 그 단점을 보완하자는 의미에서다.

“채소를 먹더라도 부족한 영양분은 콩이나 견과류 등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사찰요리를 할 때 한 가지 재료로만 하지 않고 다양하게 섞어 요리를 하는 것도 영양을 생각해서이지요. 예를 들면 조림반찬을 만들 때 연근이나 우엉과 호두나 땅콩을 섞어 영양치를 높여 약선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원래 음식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 자랑 같지만 음식을 잘한다고 여기저기 뽑혀 다녔고, 불교사회복지회가 대구에서 개최한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에서 2000명분의 음식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도 배우면 안 됩니까, 하고 문의가 많이 들어와 그때부터 사찰음식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땐 사찰음식에 대한 레시피가 없어 예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왜 제철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요?


“제철음식은 그 계절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기운을 담고 있어요. 봄에 나오는 채소는 주로 신맛과 쓴맛이 있는데, 우리 입맛을 돌아오게 해요. 여름에 나오는 채소는 차가운 성질이 있고, 가을과 겨울에 나오는 채소는 약간 따스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우리 몸을 유익하게 해주지요. 만일 제철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 계절에 담긴 기운을 몸이 흡수하지 못하는 탓에 균형이 깨지는 셈이지요. 하우스 재배가 늘어나 점차 제철음식이 사라짐으로써 채소의 성질이 바뀌고 있어 그 영향을 받는 사람도 달라질까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요.”

-사찰에서는 마늘과 파를 빼고 요리를 하다보니 다소 맹맹한 맛을 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맛이긴 하지만 그 맛이 자연에 가까운 맛입니다. 우리가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계속 짜고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혀가 자연의 맛을 잃게 됩니다. 사실은 싱겁거나 자극이 없는 음식이 좋은 음식입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위의 감각이 둔해지고 몸 안에 들어가 생채기를 냅니다. 건강을 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밍밍한 게 몸에 더 잘 맞는 건강음식입니다. 매운 음식을 자주 드시는 건 조미료 때문에 미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에요. 사찰음식을 먹고 ‘맛이 왜 이래?’ 하는 분은 조미료에 입이 길들여진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스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칼국수를 제일 좋아해요. 절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하는데, 스님이 국수를 좋아하여 그것만 보면 웃는다는 뜻이지요. 천연 양념, 표고버섯, 무, 다시마, 감자 등을 넣고 끓여 먹는 칼국수가 일품입니다. 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먹기가 간편하기 때문이에요. 채식을 주로 하는 스님은 밖에서 먹을 게 없어 국수를 먹게 되고, 비슷한 이유에서 저는 칼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 사찰음식이 해외로까지 소개되고 있는데, 해외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외국인의 반응이 뜨겁다고 할 수 있어요. 음식이 맛이 있을 때 사람들은 대개 ‘맛있다’고 표현하는데 외국인은 ‘아름답다(beautiful)’고 하더군요. 그 표현에 그들의 생각이 다 담겨 있다고 봅니다. 육류를 섭취하는 외국인은 채식문화를 고급음식으로 대하고 있어요. 우리와는 정 상반된 입장이지요. 우리나라는 채식을 해온 민족이고 외국은 고기를 섭취해온 사람들로서 우리는 고기를 특별한 음식으로 여기고, 그들은 채소를 특별한 음식으로 찾는다고 생각해요. 독일인이 제게 사찰요리 레시피를 달라고 하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는데, 외국인이 따라하기 쉬워서인지 엄청 반응이 좋아 더 많은 레시피를 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 버섯들깨탕
한국의 사찰음식은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대만의 사찰음식과 차이가 난다고 홍승 스님은 말한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우리 음식과 맞물려 있어서 외국에 소개하면 한식의 세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사찰음식을 파는 공간이 도심에 있고 대만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찰음식을 확산시켜 놓았어요. 우리나라는 제일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제 첫발을 떼놓았어요. 비록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한국의 사찰음식이 세계화 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요. 가끔 사찰음식점을 내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오래 버티려면 하라고 조언해요. 사찰음식은 자연의 맛에 가깝기 때문에 조미료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은 외면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타협하지 않으려면 오래 버텨야 성공할 수 있어요.”


-좋은 먹거리란 무엇입니까?



“유기농이 좋은 먹거리인줄 알지만 사실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나뉩니다. 소박한 재료를 가지고도 음식을 먹는 사람을 생각해서 즐겁게 요리한다면 좋은 음식이 됩니다. 상차림을 할 때 누가 먹을지 생각하면서 정성을 담는다면 어떤 음식이라도 좋은 음식이 되고, 그렇지 않은 음식은 나쁜 음식이 되지 않을까요?”



▲ 표고버섯 밥

-잘 먹고 잘 싸면 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평범한 얘기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요?



“음식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로 서 있어야 해요. 경전에서는 음식은 내 몸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음식을 향락으로만 바라보고 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서 먹어야 하지요.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정신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은 가능하면 소식(小食)을 해야 해요. 수행 스님들은 대개 1일 2식을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하루 한끼(1일 1식)만 먹는 절제된 삶을 살려고 해요. 배고프다는 건 사실 배가 아니라 머리로 느끼는 관념일 뿐입니다. 몸뚱아리는 길들이기 나름이기 때문에 하루 한끼만 먹어도 습관이 되면 배고픈 줄 모르고 괜찮습니다. 허기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갈등과 고민과 집착도 버려야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법인을 세운 이유가 사찰음식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로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배우고자 하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찰음식을 보급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사찰음식 민간인 자격증’을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불교종단에서 해주기를 바랐지만 언제 될지 몰라 사찰음식연구회에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 다음에 능력이 되면 ‘사찰음식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싶어요. 또 마음이 지쳐 있는 현대인들이 와서 먹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음식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하고,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통해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 호박선
홍승 스님은 사찰음식 보급을 위해 많은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60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서울, 대구, 부산, 진주, 창원, 김해 등 전국 8개 지역에 사찰음식연구회 지부를 두고 있다. 각 지역이나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서 사찰요리에 대한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강사가 부족해 전문 강사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찰 음식은 담백하다. 바로 다섯 가지의 양념이 들어가지 않고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손맛과 정성이 담겨 있다. 홍승 스님도 사찰음식을 해서인지 담백한 사찰음식을 닮아 있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