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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5)]제1장 욕망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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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5)]제1장 욕망의 유혹

(5)

오늘도 되돌아본 회한의 뒤안길을 그런 심정으로 강하게 도리질해 털어냈다. 그리고 다짐했다. 사무치게 사랑하는 임보다 더 그리운 그 현묘한 도를 볼 수는 없어도 오늘은 기어이 그림자 가까이라도 가리라 하고!
어금니를 깨물고 두 눈을 부릅뜨고였다. 성큼성큼 걸어 석굴 입구를 거적으로 가려서 매섭게 밀고 들어오는 한풍을 막아 놓았다. 날카로운 비수처럼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쯤 못 이겨낼 의지라면 뜻 또한 이루기 어려울 터, 장작불은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작개비 옆에 방석삼아 깔아놓은 가마니에 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몸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발광하는 마음을 멸할 명상의 자세였다.

그렇게 몸을 곧추세워 눈을 감은 그는 저 심연(心淵)으로부터 고요를 열망하는 혼불을 타 올려 스스로 묻고 답하기 시작했다. 자문자답(自問自答)은 한 몸에 두 개의 뱀 머리처럼 공존 하면서도 엇갈린 삶을 추구하는 상반된 마음의 소리였다.

“너는 과거의 원한과 고뇌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니 기필코 벗어나라!”

하고 먼저 간곡하게 말하는 소리는 오직 고요로서 하늘과 통하고 신령함을 잃지 않는 진아(眞我 진실한 자아)였다. 이에 광대처럼 춤추던 욕망의 마음이 때맞추어 한 울 속의 진아(眞我)와 하나가 돼 대답했다.

“과거의 원한과 고통은 인과(因果)였다. 이미 겪었으니 회한의 뒤안길을 되짚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너는 의지를 배반하고 또 다른 욕망의 유혹에 이끌려 몸 밖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과거의 회한을 되풀이할 수는 없으니까”

“물론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너의 마음을 발광시키는 업을 기필코 멸하자.”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야 도를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너는 또 업의 노예가 돼 욕망의 화신으로 돌변할 것이다. 너를 유혹하는 인연을 찾아가서 업을 시행하고 또 다른 업을 짓는 탕아(蕩兒)가 될까 두렵다. 과연 본성 진아(眞我)에 머물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도를 얻고자 하는 자의 적이요 마군(魔群)이 네가 아니냐!”

“그러기에 흐트러짐이 없이 용맹을 유지하되 목숨을 들어 바치는 집중으로 발광하는 나를 본성에 귀의시켜 오직 고요만을 지키게 하라! 그리하면 나 탕심(蕩心)은 자연히 고요를 따르고 업은 멸해질 것이다.”

“맞다! 그러면 이제 너의 의지만 남았나. 본심에 머물기 위해 우선 육신의 감각부터 여의자. 아, 그런데 너의 육신이 추위를 못 견뎌하는구나!”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 집중에 집중을 거듭해 일심(一心)에 이르면 육신은 추위도 없고 더위도 없으며 아픔도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지금부터 집중한 의식(意識)으로 더위를 부르고, 집중으로 육신의 감각을 여의고, 집중으로 의식마저 없애 기어이 도에 들도록 하라!”

“그리하자. 아, 혼불이여! 목숨을 들어 본성에 귀의하는 의지를 버려두고 네 욕망이 몸속을 벗어나 탕아가 되지 않게 의지에서 의지로 단속하고 단속하리라”

그렇게 자문하고 자답하며 다짐하고 다짐한 그는 두 손바닥을 가볍게 포개 배꼽아래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혀끝을 입천장에 살짝 붙이고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례로 몸을 이완시켜 추위와 감각을 여의며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