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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6)]제1장 욕망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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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6)]제1장 욕망의 유혹

(6)

그러자 즉시 정수리로부터 뜨거운 기운이 쏟아져 들어오더니 얼굴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이에 더욱 집중하자 머리 가슴 배 허벅지 발 손 할 것 없이 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벌레가 기어 다니듯 꿈틀댔다. 천지의 氣가 온 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기미가 분명했다. 그리고 강력한 의식의 에너지로 둘러싸인 몸을, 몸 밖의 인연이 뚫고 들어와 마음을 발광시키지 않음도 알았다.
그래서 이제는 내면에서 업을 발현시키는 오장(五臟)을 차례로 관해나갔다. 신장에서 간으로, 간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비장으로, 비장에서 폐로, 폐에서, 뱃속 전체로 상생하여 관한 다음, 이번에는 신장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폐로, 폐에서 간으로, 간에서 비장으로, 비장에서 신장으로 집중해 상극의 힘으로 업의 발동을 누르기를 거듭하고 거듭했다.

그러다가 몸의 어느 곳에서 아픔이나 근지러움이 오면 아프고 근지러운 그곳을 관해서 감각이 없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오장을 관찰했다. 그리고 마음을 몸 밖으로 꺼내 한 번 더 겉을 관찰하고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관찰하고 대자연을 관찰하여 그 기운을 몸속으로 끌어들였다.

오장이 꿈틀대다가 이윽고는 그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의식의 공간에 나타나고 연이어 뱃속 전체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뱃속의 똥오줌 가래 침 음식의 찌꺼기 같은 더러운 것들이 사라져 깨끗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자 그것들마저 순식간에 사라짐과 동시에 고막을 터뜨려놓을 듯 무거운 압력이 귀를 털어 막았다.

그러자 번쩍 눈을 떴는데도 몸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의식마저 있는 듯 없는 듯 몽매했다. 드디어 두 개의 마음이 하나로 꽁꽁 묶여져 삼매(三昧)에 들어 도에 이른 것일까?

하지만 아니었다.

아직 두 단계가 남아있었다. 도의 문 바로 밑 계단까지 올라 발을 막 디뎠을 뿐이었다. 그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을 의지로 마지막 한 방울 기름을 태우듯 심혼의 불꽃을 한 곳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최후에는 심혼의 불꽃마저 꺼뜨린 후에야 도의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여 활을 쏘듯 의식의 눈을 집중해 용맹하게 혼불을 지펴 활활 타 올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마지막 계단을 막 오르는 찰나였다. 홀연히 한 여인이 그의 혼불 앞에 조용히 나타났다. 아름다웠다. 미소로 혼을 앗아가는 관세음보살보다 더 아름답다고 그의 혼은 의식하고 있었다.

그나 그 뿐이 아니었다.

보일 것 같던 도의 문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향기가 진동하는 희고 노란 국화 꽃밭이 관능을 자극했다. 그리고 여인은 꽃밭 가운데 물에 뜬 연꽃처럼 소복소복 잘 자란 푸른 잔디를 밟고 서있었다. 감로수 병을 들고 바다 위에 고요히 선 수월보살(水月菩薩)이 저리도 고울까!

“도를 구하는 사람아, 현빈지문(玄牝地門.현묘한 암컷의 문)을 아시나요?”

여인이 뇌사시킬 듯 요염한 미소로 말했다.

“세상의 소리를 다 들어주는 보살님이신가요?”

대답대신 그의 황홀한 의식은 그렇게 되물었다.

“세상의 소리는 누구나 다 듣는 법, 나의 물음에 대답해보세요.”

“알다 뿐입니까. 그 문 안에 천지지근(天地地根.천지만물을 탄생시킨 근원)인 도가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