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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6)]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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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6)]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16)

“그래? 참 고마운 사람이구나!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게 쉽지가 않을 텐데”
“말도 마, 재취로 들어오면서 수정이라고 여섯 살 난 딸 하나를 데리고 왔는데, 수정이는 옷도 아무렇게나 입히고 잘못하면 마구 때리기도 하지만, 명식이는 안 그래. 좋은 옷 다 사다 입히고 좋은 음식 먹이지, 어딜 갈 때도 꼭 데리고 다니지........하여튼 명식이만 애지중지 해서 명식이가 친자식 같고, 정작 자기가 낳은 자식은 남의 자식이라 오해할 정도야.”

선희는 그 여자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듣고 보니 그 여자야 말로 도가 무언지는 몰라도 타고난 천성으로 자연스럽게 도를 행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어서 만나보고 싶었다.

“오빠, 다 왔어. 이 집이야”

선희가 멈추어선 곳은 그가 어릴 적에 자주 뛰놀던 마을 뒷산 끝자락이었다. 낯이 익은 그 집은 예전과는 달리 흙 담장이 군데군데 무너지고 지붕 기왓장엔 잡초가 드문드문 나있어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대문도 없이 훤히 트인 양 담장 사이가 출입문이어서 선희가 길을 가듯 그 집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명식이 엄마, 나 왔어요!”

“아이고, 아가씨, 어서 좀 와보세요. 애들이..........어머, 아가씨 오빠도 오셨네!”
급히 문을 활짝 열고 나온 여인이 그를 발견하고는 말하다 말고 깜짝 놀랐다.

“네, 오빠가 애들을 봐주실 거예요.”

“오메, 이렇게 고마울 수가!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고 황망한 몸짓으로 말한 여인이 마루에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는 옷가지며 밥그릇을 주섬주섬 치우고는 연신 걸레질을 해댔다.

“아닙니다.”

무뚝뚝이 말한 그는 여인의 소박한 인정을 느끼며 선희 뒤를 따라 마루에 올라섰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가 보니 아랫목에 두 아이가 물수건을 머리에 얹은 채 누웠는데 구린내가 물씬 풍겼다. 선희가 잠깐 얼굴을 찡긋하다가 이내 화사한 얼굴로 두 이이의 눈을 까뒤집어보았다.

“오빠, 얘들 열이 많아요.”

하고는 능숙하게 두 아이의 윗옷과 아래옷을 차례로 벗겨냈다. 구린내가 더욱 진하게 풍겨 나오고 피부병 같은 열꽃이 아이들의 몸 여기저기 불긋불긋 솟아나 있었다.

“아가씨, 애들이 또 설사를 했나 봐요! 아이고 이를 어쩌나!”

여인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는 쪼르르 마루로 달려가 걸레를 가져와서는 딸 애 밑부터 화난 손짓으로 똥을 쓱쓱 닦아내다가 끝내 성을 못 참아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년아, 나이가 몇 살이나 쳐 먹었는데 옷에다가 똥을 싸! 응? 급해도 참았다가 뒷간에 가서 싸야지! 왜 옷에다 싸고 지랄이야 이년아!”

그러자 딸 얘가 찔끔찔끔 눈물을 쏟아내고 어린 명식이는 지례 겁을 먹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래도 그녀는 화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얘들이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선희가 보다 못해 아이들 역성을 들자 그녀는 아가씨 보기 미안해서 그렇다며 다소 누그러져서 딸 얘의 밑을 다 닦아내고는 어린 명식의 두 발을 한 손아귀로 움켜잡아 번쩍 들어올렸다.

“잠깐만 아주머니!”

한성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여인을 불렀다. 그리고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썩썩 똥을 닦아내는 여인의 손놀림을 제지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