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도를 알고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어떤 마음이든 그 바탕이 차별심이 없는 사랑이 본심이므로 더럽고 깨끗한 두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도이기에 그는 탄식하여 시를 지어 읊었다.
더럽고 더럽지 않은 똥이 있구나.
사랑의 똥은 향기가 있고
미움의 똥은 냄새가 난다 하네.
마음 구멍은 한 곳인데
뱀 혓바닥처럼 갈라짐이여!
잠시간에 사라지는 것을
천만년 늘 거기 있는
아, 도의 향기 간직하리.
분별하지 않는 마음
개 짖음 아니 내고.......!
한성민은 개소리를 들어라 했던 노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도둑인 주인은 꼬리를 흔들어 반기고, 도둑이 아닌 착한 타인은 짖어대는 개의 분별심도 도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노인의 가르침은 도가 없어서 두 마음을 내는 그 마음의 바탕을 깨달으라는 것은 아니었다.
도가 없다 하고 생각하는 마음의 바탕은 진아(眞我.진실한 자아. 때가 묻지 않은 영혼)가 아니라 세속에 종속된 마음의 그림자인 것이다. 그 마음을 지워내야 참 '나'가 드러나고, 그 '나'가 도이자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항상 깨어있어서 참 '나'의 향기만을 내고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도를 얻은 자인 것이다.
“오빠, 그만 자고 일어나 저녁 먹어야지?”
그새 해가 저물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점심을 먹고는 책을 좀 읽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해 오랜만에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는데 눈을 뜨니 어둠이 내려 있었다.
“내가 오래도 잤구나!”
“말도 말아요. 하도 곤하게 자서 깨울 수가 없던 걸! 겨우내내 그 추운 동굴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 오죽하겠어?”
선희가 차린 밥상을 놓고는 안쓰럽게 말했다.
“그랬구나!”
“오빠, 이제 좀 쉬어요. 그러다가 병나겠어. 생각이 많으면 심장도 폐도 위장도 다 안 좋아져요.”
“그러니?.........나는 네가 걱정이다. 네가 시집을 가면 앓던 병도 다 나을 걸?”
한성민은 선희의 걱정을 덜어줄 심산으로 한바탕 껄껄 웃고는 짐짓 딴 소리를 했다. 하지만 선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도 오빠 닮아서 그렇지 뭐.........근데 오빠는 왜 장가 안 가는데?”
“그야........갈 때가 되면 가겠지........그러나 너의!”
“오빠! 어서 저녁이나 먹어요! 딴 소리는 그만하고!”
선희는 오빠의 말을 재빨리 가로막았다. 그는 순간 그만 깜박 잊고 있었던 선희의 아픈 상처가 생각나 뜨끔해서 알았다 하고는 얼른 밥숟가락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