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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0)]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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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0)]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0)

선희가 C라는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몇 해 전이었다. 결혼을 약속하고 오래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C병원의 내과 의사였던 그 자의 마지막 선택은 다른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선희는 즉시 병원 일을 그만두고 미련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 집안일과 독서에 매달렸다. 그리고 오직 오빠 한성민을 부모처럼 의지하면서 뒷바라지하는 데에만 전념했다. 그리하는 것이 삶의 전부인양 헌신적이어서 혼인이란 말조차 꺼내기를 싫어했다
한성민은 무심코 한 말이기는 하지만 선희의 그 마음을 깜박 잊고 아물어가는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몹시 미안해했다. 그래서 된장국을 거푸 몇 숟가락을 후륵후륵 떠먹고는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내 동생 음식솜씨 하나는 세상에서 최고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돌려놓으려 했다.

“그런데, 오빠, 밥상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얘들 똥 말야.........명식이 엄마는 그렇다 치고 오빠는 왜 똥을 먹어보았어? 그리고 아무런 느낌도 없어 보이던데 정말 구리지 않았어? 오빠가 그러는 거 보고 내가 구역질이 나서 혼났는데”

선희도 오빠의 그런 마음을 읽고는 화제를 바꾸어놓을 무언가 말할 건더기를 생각하다가 문득 아까 낮에 일이 생각나서 숟가락을 들다 말고 얼른 물었다.

“아, 그거?........왜 이상했니?”

한성민도 저어기 안심이 돼 재빨리 대답했다.

“응, 좀.........하여튼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랬는지 궁금했어. 철학이랄까? 그런 거”
“흐음! 그런 생각을 다 했구나! 역시 내 동생이야! 그럼 밥 다 먹고 나서 이따가 말해줄게”

“정말? 오늘 밤에 우리 오빠 철학 강의 들어보겠네! 빨리 먹고 상 치우고 와야지!”

애교스럽게 말한 선희의 표정이 여느 때보다 밝았다. 사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으나 오빠가 똥 맛을 보던 행동도 그렇지만 그 구린 똥을 입 안에 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태연한 모습에서 별 다른 생각을 느꼈었다. 진짜 얘들의 병을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깊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기고 몹시 궁급해하던 차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오늘은 기어코 오빠의 정신세계를 보다 샅샅이 알아낼 심산이어서 기대도 컸다.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名可名比常名(명가명비상명)

(만물의 시원을) 道(이름 지을 수 없어서 굳이 일컷는 상징적인 문자)라 하는데, 그 도는 항상 머물러있지 않는다. (만물에) 이름(名은 만물 전체를 일컬음)이 있지만 그 이름도 항상 그대로가 아니다.”

“無名天地之始(무명천지지근) 有名萬物之母(유명만물지모)

이름이 없는 그것(道)이 천지만물의 근원이며, 이름이 있는 그것(有名.도에서 나온 첫 물질. 하나)이 만물의 어머니(母. 천지만물을 탄생시킨 실질적인 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