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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거푸집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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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채근담]거푸집 인생

거푸집 인생







天地有萬古 此身不再得 人生只百年 此日最易遇 幸生其間者 不可不知有生之樂 亦不可不懷虛生之憂 - <菜根譚> 前集 107 / 洪自誠




하늘땅은 만고 유유하되 이 몸 다시없어 기껏 백년이라. 이 날도 쉬이 조우하였구나. 요행히 막간을 사는 자여, 마땅히 즐기되 헛살지 말지라.


<해설>

시간은 있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관념 속에서 조우하는 것이라 했다. 심장이 뛰는 동안만. 그래서 사람에게 어떤 병이 있더라도 죽는 순간엔 모두 다 심장마비이듯이 말이다. 기실 제가 알아서 용솟음치듯 보이는 혈액도 근육에 힘입어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산다는 건 쉴 새 없이 움직여 옮길(흐를) 수 있느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사람의 피는 건강하면 신선을 싣고 가서 노폐를 거둬낸다. 그것이 양분이든 공기든. 하여 즐거운 피의 여행이 이뤄져야만 잉여분을 남기지 않는 깨끗한 몸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반면 사람의 허술함은 潮水(조수)의 포말을 몸 곳곳에 남겨놓는 것과 같다. 포말이 무엇인가. 거품이다. 뭉긋뭉긋 피어오르는 비눗방울이 허공에서라면 어디 부딪지 않아도 잘도 터져 사그라진다. 허나 핏속 노폐물의 하나인 이산화탄소가 폐에서 산소와 전자동 교환으로 완전히 밀려나가지 못하면 일종의 폐쇄공동인 혈관 안에 쌓여 고이며 특히 말단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그런 피는 노출되면 쇠가 녹슨 내 같은 것이 난다.

몸의 헛됨은 말하자면 그런 거품위에 지은 집 같다는 뜻이다. 사람의 아름다움이 이쪽저쪽 고른 분포의 균형에 있다면 미욱함은 인체 내 소통의 부재일 수 있다. 삶에 있어 깨끗한 즐거움, 곧 행복이 필수인 건 하늘땅처럼 유유히 흐르고자 함이다. 마음도 할 수 있는 한 그늘을 드리우지 말지이다.

몸속 거품이 인체를 녹슬게 한다면, 마음의 거품은 갖가지 부조리를 낳는다. 사람들이 ‘신의’나 ‘마의’ 같은 요즘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것이 너무나 교과서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엔 불평부당도 부조리도 없는 듯하다. 사람 한생 기껏 백년이 우주라는 교과서에 놓으면 찰나도 안 되는 막간공연일진데. 조연도 없는 각각의 주연들이어서 저마다의 해피엔딩을 꿈꾸게 되듯이.

/장은조 번역,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