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3)]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공유
0

[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3)]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3)

“좀 더 자세히 말해줬으면 좋겠네. 내용을 깨닫지 못하겠어.”
“마음은 무(無, 大乘, 道)로부터 나오지만, 무(無)에는 도가 천지만물을 탄생시키듯 천만가지 마음을 낼 수 있는 이치가 다 들어있다. 그리고 천지만물이 최초의 한 물질에서 파생되니 그것을 하늘과 땅의 어머니(天地之母)라 하는데, 마음 역시 무명(無明.밝지 못한 최초로 일으키는 첫 마음)에서 만 가지 마음이 파생되니 무명이 온갖 마음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마음을 일으키는 자리 그것이 심체이고, 심체는 마치 허공이 텅 비었지만 온갖 성질의 공기가 있듯이 온갖 마음이 함축돼있다. 비록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이지만 천지만물의 습성이 다 있는 것과 같다.

즉 허공은 있다고 말하자니 눈으로 볼 수가 없고, 없다고 말하자니 차고 덥고 습하고 하는 따위의 공기로 생물은 숨을 쉬고 생존하게 하지 않느냐. 그리고 허공이 고요하면 천하가 고요하고, 허공이 요동하면 큰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치며 눈비가 내린다.

심체도 그와 같다. 고요하면 분별하지 않는 참된 마음이 일어나지만 어떤 속성의 인연을 만나서 요동하면 더럽다, 더럽지 않다는 마음처럼 분별식이 나타나서 허공의 천둥 번개 바람처럼 온갖 잡념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치 바람이 잠잠해지면 허공이 고요해지듯이 온갖 잡념도 어느 순간에 가면 다시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해지니 이것이 도의 참 모습이다.”

말을 마친 그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다 식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침묵했다. 선희도 그제야 생각이 나서 찻잔을 들었다. 남매간에 일순간 대화가 끊어지자 방안이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야기에 몰두하느라 듣지 못하던 벽에 걸린 시계소리가 찰칵찰칵 귓전을 때리고, 밖에서는 간간히 개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것이 고요한 심체(心體)를 깨뜨리는 번뇌의 소리일까? 선희는 문득 그리 생각하고는 새로운 의혹이 불식간에 솟아나 찻잔을 든 채 물었다.

“오빠, 그럼 도는 영원히 불변해요?”
“아니다. 골짜기 샘물이 정체되어 있지 않듯 도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샘물이 흘러 강물이 되고 도랑물 바가지 물 시궁창 물, 바닷물이 되듯이 말이다. 이처럼 만물의 이름도 항상 변한다. 그리고 도 그 자체는 영원히 불멸하는데, 천지만물을 만들어내는 이치를 함축하고 있어서 천지만물을 항상 만들어낸다, 심체(心體) 역시 천만가지 마음을 낼 수 있는 이치를 함축하고 있어서 천만가지 마음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소가 낳은 자식이 소고 사람이 낳은 자식이 사람이듯 도가 낳은 만물은 다 도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똥을 도라고 한다면, 똥에서 구대기 똥파리가 나오지 않느냐. 그럼 구대기와 똥파리는 똥이냐 똥이 아니냐? 똥이라고 하자니 모습과 냄새가 다르고, 똥이 아니라 하자니 똥에서 나왔으므로 똥이 아니라 할 수도 없다. 즉 구대기와 똥파리는 똥의 습성을 지닌 다른 모습인 것이다. 만물이나 마음이나 그 이치는 마찬가지다. 도에서 나왔으므로 그 내면은 도인 것이다. 그래서 천하에 도가 아닌 것은 없다.”

“오빠, 무슨 말인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바다가 도라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수증기를 바다냐 바다가 아니냐? 그리고 바다가 수증기냐 수증기가 아니냐? 하는 말과 같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다! 역시 너는 잘 알아듣는구나! 바다는 수증기의 습성을 함축하고 있고, 수증기는 바다의 습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둘을 따로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도와 사람의 마음, 그리고 도와 만물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다만 도를 바탕으로 나타난 물질이나 마음은 수증기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허상이니, 그 허상이 사라질 때 참 도가 여실하게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