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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4)]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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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4)]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4)

“오빠, 그럼 진실하지 못한 사람의 마음도 물질이겠네?”
“그렇다 물질이다. 물질이므로 더럽고 깨끗함을 지어낸다. 마치 대장장이가 창을 만들고 방패를 만드는 모순(矛盾)처럼 더러움과 깨끗함, 추함과 아름다움 등등을 상대적으로 지어낸다. 그러므로 그런 물질적 마음을 초월해서 도의 본성으로 돌아가면 그런 차별적인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역시 우리 오빠는 대단해! 아까 낮에 똥 맛을 본 것도 도의 본성으로 차별적인 마음을 내지 않았으니까 가능한 것이었어! 아, 나는 언제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마음을 잘 다스리면 누구나 그리할 수 있다.”

“말이야 쉽지!”

“그런데 선희야, 개를 왜 개라고 하느냐?”

“오빠, 갑자기 웬 개?......그야 개니까 개라고 하지.......그 참 어렵네?”
“굳이 개라고 한 것은 개라고 할 만한 모습과 성품이 있기 때문에 개라고 한다. 만물은 제 각기 모습과 성품이 있고, 그 모습과 성품대로 이름이 있기 마련이지. 사람은 사람이라 할 만한 모습과 성품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라 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일체 만물의 습성을 한 다발에 묶은 모습이라 그 마음이 현란하기 비할 데가 없다. 개 같은 위선적인 마음, 소같이 미련한 마음, 범 같이 포악한 마음, 여우같이 간교한 마음 등등 헬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알지 못하거니와 천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치도 안 되는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 마음을 가지면 오직 일심(一心)이니 알 것도 없고 모를 것도 없다. 마음은 자연히 다스려지고, 마음을 다스림으로 도가 면면히 흐르는 것이니, 그를 일컬어 도인(道人)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라고 해서 도인이 못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노력해보아라”

“그럴까?........!”

선희가 고개를 갸웃해 말하고는 처음으로 깔깔 웃었다. 그 모양이 우습고 귀여워서 그도 따라서 웃고는 머릿속에서 쉴 사이 없이 쏟아져 나오던 도의 논리를 잠시나마 닫아버렸다. 그러고 보니 무겁게 흐르던 방안의 분위기가 화사한 생기로 바뀌었다. 선희가 다 식은 물을 다시 끓여오고, 한성민은 따끈한 녹차를 여유롭게 마시며 화기가 감도는 분위기에 포근히 젖어들었다.

“谷神不死(곡신불사) 是爲玄牝(시위현빈)

골짜기 신은 죽지 않으니 현묘한 암컷이라 하고.

玄牝之門(현빈지문) 是爲天地根(시위천지근)

현묘한 암컷의 문을 천지의 뿌리라 하는데

綿綿若存(면면약존) 用之勤(용지근)

‘그 문(玄牝之門)으로부터 (萬物이) 면면히 이어져 나와 존재하며 그 쓰임새대로 살아간다.”

밤이 많이 깊었다.

차 소반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남매는 그냥 침묵을 지키며 차도(茶道)의 정갈함으로 차를 마시기만 하였다. 예스럽게 차도(茶道)를 즐기며 고요에 마음을 동화시켜서일까? 찻잔을 들고 놓는 움직임 말고는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 적막해서 선희는 도가 이러한가 싶었다. 하지만 도는 항상 머물러 있지 않는다 했으니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 적막을 깨뜨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