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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7)]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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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7)]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7)

“그런데 오빠! 엉뚱한 질문 같지만 옛날에 어떤 사람이 도덕경을 강연하는 것을 들었는데, 곡신(谷神)이라는 뜻을 골짜기에 氣가 많이 모이는 것이라 풀이하던데 맞는 말이야? 그때는 영 이해가 가질 않았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어쩐지 지금 오빠가 하는 이야기와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 말이 맞는지 알고 싶어”
선희는 문득 도덕경 강의로 천하에 명성이 자자했던 어떤 사람의 현란한 몸짓과 거침없는 언변이 떠올랐다.

“골짜기에 모인 氣를 곡신이라 한다?”

한성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오히려 반문했다.

“응, 그랬어,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허 참! 잘못된 지식을 함부로 쓰면 총칼보다 무서운 법인데 어찌 그런 말을!”

한성민은 탄식해마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이 개 짖는 소리를 들어라 했던가 싶기도 했다. 진실이 아닌데도 자기 잣대로 진실인줄 알고 크게 소리 내 제 존재를 드러내려고 별별 기를 다 쓰는 군상들이 별무리처럼 총총히 나타났다가는 곧장 사라졌다.
“그럼 틀린 말인가? 어쩐지 이해하기가 어렵더라니!”

“선희야, 곡신이란 말은 매우 심오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천지만물을 탄생시키는 문을 일컬음이니 현빈지문(玄牝之門.현묘한 암컷의 門)이라 하고 천지지근(天地之根.천지만물의 뿌리)라 하였다. 대우주에서 보면, 천지만물을 탄생시키는 도의 문이니 우주적 자궁이라 할 것이다. 도는 영원불멸하여 천지만물을 마르지 않는 샘처럼 탄생시키거니와 그래서 곡신(谷神)은 불사(不死)한다 하였다.”

“으응, 그런 뜻이었구나!”

“사람에서 보면, 여성의 자궁에 해당된다. 여성이 있는 한 자식은 단절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천지만물의 습성을 빠짐없이 다 지닌 영장이요 소우주이니 사람을 탄생시키는 여성의 자궁이 천지지근(天地地根)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곡(谷)은 깊고 깊은 구멍으로서 도의 문이며, 신(神)은 곡에서 면면이 이어져 나오는 사랑의 기운이자 창조성이다.”

“그러고 보니 원효대사가 대승기신론에서 말한 인간의 마음과 같네? 마음과 창조? 어쩐지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호! 독서를 많이 하더니 대단하구나!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천지창조와 소멸의 원리가 마음이 일어나고 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음을 일으키는 곳을 심체(心體.마음을 내는 몸통)라 하자. 심체에서 보면, 마음이 터져 나오는 문이 곧 곡신이라 할까? 다만 심체에는 두 개의 문이 있으니 그 하나는 물질적 욕망이 터져 나오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덕을 베푸는 도의 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욕망의 문을 닫아버리면 즉시 도가 나타난다. 그래서 도를 닦는다 하는 말도 알고 보면 바로 이 욕망의 문을 닫는 것이다.”

“오빠,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아. 심체에서 마음이 쉴 사이 없이 나오듯 깊고도 오묘한 저 아득한 우주의 몸, 神의 집과 같은 그곳의 문이 바로 곡신이고, 곡신으로부터 천지만물이 면면히 이어져 나오므로 곡신을 현묘한 암컷의 문, 또는 천지의 뿌리라 하는 뜻이겠지?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내림을 받아 소우주가 된 사람 중에서도 여성의 자궁이 곡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