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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밥퍼' 3인방 "감동과 흥행 잡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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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밥퍼' 3인방 "감동과 흥행 잡겠어요"

박봉진-임현수-홍은주 소감...서울시뮤지컬단 18~29일 공연

▲최일도목사의밥퍼공동체이야기를다룬창작뮤지컬‘밥짓는시인,퍼주는사랑’의남녀주인공을맡은배우박봉진,홍은주,임현수(왼쪽부터)가지난10일서울남산창작센터연습실에서흥행성공을다짐하며환한웃음을짓고있다.[사진=홍정수기자]
▲최일도목사의밥퍼공동체이야기를다룬창작뮤지컬‘밥짓는시인,퍼주는사랑’의남녀주인공을맡은배우박봉진,홍은주,임현수(왼쪽부터)가지난10일서울남산창작센터연습실에서흥행성공을다짐하며환한웃음을짓고있다.[사진=홍정수기자]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 기자]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의 감동적인 사랑과 봉사 스토리를 뮤지컬로 다룬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하 밥퍼)이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서울시뮤지컬단(단장 유인택)이 올해 의욕적으로 선보인 창작 뮤지컬 밥퍼는 밥퍼운동을 주된 줄거리로 수녀출신의 아내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친구였던 가수 고 김현식과의 인연 등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간다.

줄거리만으로도 화제거리지만, 특히 뮤지컬 밥퍼 무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12월 연말 성수기를 맞아 대형무대에 외국원작의 대형 뮤지컬들이 판을 치는 가운데 ‘토종 작품’으로 흥행대결을 벌인다는 점이다.

과연 뮤지컬 밥퍼가 흥행 성공을 거두고 창작 뮤지컬의 체면을 세워줄 것인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내린다면 너무 과한 평가일까.

본 공연이 오르기 전인 지난 10일 서울시뮤지컬단이 한창 마무리 연습에 몰두하던 남산창작센터를 찾아 주연 남녀배우 3명과 전격 인터뷰를 가졌다.

뮤지컬 밥퍼의 주연들은 최일도 목사 역에 더블캐스팅 된 박봉진, 임현수 두 남자배우와 최목사의 아내 연수 역의 홍은주이다.

푸근한 인상의 배우 박봉진은 서울시뮤지컬단 12년차 단원이다.‘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아가씨와 건달들’ ‘침묵의 소리’ ‘태양의 노래’ 등 수많은 무대에서 뮤지컬 내공을 쌓아 온 실력파 연기자이다.
묵직하고 저음 톤의 목소리를 자랑하는 임현수는 밥퍼의 유일한 객원배우. 최근 막 내린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다룬 ‘영웅’에서 주인공 역을 멋지게 소화해 공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은주는 서울시뮤지컬단의 5년차 배우이자 막내. 올해 결혼해 뱃속에 소중한 2세를 잉태한 중에도 맹연습, 극단과 남자 주연들로부터 집중적인 사랑과 ‘관리’를 받는 행복한 배우이다.

▲뮤지컬배우박봉진(뮤지컬‘밥퍼’최일도목사역).[사진=홍정수기자]
▲뮤지컬배우박봉진(뮤지컬‘밥퍼’최일도목사역).[사진=홍정수기자]


작품 주인공인 최일도 목사를 평소에 잘 알고 있었나.

박봉진(이하 박)=부랑자에 밥을 나눠주는 목사가 있다는 정도였지 이전부터 잘 알지 못했다. 사회공헌 나눔공동체인 ‘다일공동체’에 봉사활동을 가서 직접 체험하면서 직접적으로 접할 계기가 있었다.

연습 기간에 최목사가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나.

홍은주(이하 홍)=한번 찾아온 적이 있었다. 부인인 연수 역을 맡다보니 많이 챙겨주셨다. 부인과 같이 방문하던 날에 마침 내가 수녀복을 입고 있어서 더 반갑게 대해 주셨고, ‘로즈 수녀님’이라고 불러줘 고마웠다.

박=본인의 얘기여서 그런지 특별한 언급은 없으셨다. 그저 열심히 해 달라고만 부탁하시더라.

뮤지컬 밥퍼에 출연한 소감은.

임현수(이하 임)=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논란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 밥퍼를 선택했을 때 주위에서 많이 걱정하시더라. 그래서 실존인물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상당히 고민했다. 결국 대본에 충실하자로 마음먹었다. 작가와 연출자가 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하는게 연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박=나 역시 현재 생존해 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을 연기로 전달하려니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되더라. 그래서 다른 출연작보다 더 많이 분석하고 생각하게 됐다.

홍=저는 아내인 연수 역의 로즈 수녀에 대한 인물분석에 치중했다. 주로 직접 봉사활동도 체험해 보고 최목사의 책이나 시집을 읽어 보면서 인물을 담아내려 했다. 물론 연수 역을 다 표현해 내면 좋겠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자세로 연기에 임했다.

여느 작품이랑 비슷하겠지만 밥퍼에서 주연을 맡아 가장 주력하거나 신경 쓴 부분은.

박=개인적으로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조금 어려웠다. 작품 자체가 엄청난 사건이 아닌 흔히 볼수 있는 상황들을 연기로 끊어내면서 최고의 얘기로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끌어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극중 2막 후반부쯤 격돌이란 부분이 있는데 소외 받은 사람들을 대변해 최목사가 나서는 장면을 최대한 살리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왜 주인공이 활동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뮤지컬배우홍은주(뮤지컬‘밥퍼’아내연수역).[사진=홍정수기자]
▲뮤지컬배우홍은주(뮤지컬‘밥퍼’아내연수역).[사진=홍정수기자]


=아내 연수는 실제로 워낙 밝고 맑은 분인데 극중에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다소 어둡게 보이는 면이 있어 굉장히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한 부분만 보여주지 않으려 연기하는데 집중했다.

창작뮤지컬이란 외적 요소 외에 밥퍼의 내적 차별성이 있다면.

=실존인물 얘기라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목사와 수녀 간 사랑 얘기 부분은 본인들이 부각되는 걸 안 좋아하시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인간적인 사랑을 표현해 낸다는 점도 차별성에 속한다. 또한 나눔이란 요소를 들 수 있다. 1970~80년 시대에 무척 어려운 시기에 자기가 가진 무언가를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자체가 하나의 감동적 요소로 큰 차별성이라 본다. 정말 힘들 때 남을 도와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가슴 훈훈한 사랑이 뮤지컬 속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밥퍼는 나눔, 사랑, 용서의 얘기다.

뮤지컬인 만큼 극중 음악 레퍼토리가 궁금하다. 가수 고 김현식의 낯익은 노래도 나온다고 들었는데.

=전반적으로 사랑을 느낀다든지 고통을 전달하는 음악적 표현의 강도가 세다. 생각 이상으로 강렬하다. 강한 비트와 멜로디가 많지만 관객들이 듣기에는 나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김현식 노래가 나온다고 얘기하기가 애매하다. 풀 버전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짤막하게 삽입되고, 극중 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음악을 감상할 수준은 아니다. 김현식의 노래를 극중에 녹여 왜 이 노래가 나와야 하는지를 안다면 그것 자체가 바로 뮤지컬 밥퍼의 또다른 감상 포인트이다.

공연계의 자생적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선 창작 작품이 필요한데, 배우 입장에서 창작 작품이 힘들지 않나.

=창작 뮤지컬이란 장르는 정답이란 게 없다. 따라서 상당히 접근하기가 어렵고 실제로 쭉 연습하다가 다시 내려놓고 되돌아봐야 하는 과정들이 많아 힘들다. 하지만 그런 점이 창작 뮤지컬의 매력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 기쁨 등 희로애락의 정서를 끄집어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창작 뮤지컬이기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많다.

=뮤지컬 ‘셜록 홈즈’의 경우 준비기간만 18년간 걸렸지만 그동안 토론만 한 게 아니고 제작진이 끈끈한 우애를 다지면 준비를 해 온 결과 성공을 거뒀다. 정말 좋은 창작 뮤지컬 사례다. 물론 창작 작품 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작업도 있다. 이슈가 있다 싶으면 우루루 떼로 몰려가 작업하다 보니 서로를 이해도 못하고 결국 배가 산으로 가는 역효과를 만들어 실패한 경우도 많이 봐 왔다.

▲뮤지컬배우임현수(뮤지컬‘밥퍼’최일도목사역).[사진=홍정수기자]
▲뮤지컬배우임현수(뮤지컬‘밥퍼’최일도목사역).[사진=홍정수기자]


최근 뮤지컬 무대에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기용되는 이른바 ‘스타 마케팅’이 성행하는데 전문 뮤지컬 배우로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박=아이돌 출신으로 성공한 배우도 있다. 스타 마케팅이 반드시 배우 입장에서 좋다고 할 순 없다. 전문배우 누군가가 맡을 배우 역을 아이돌 스타가 하는 것인데 그 스타가 과연 잘 표현해 내느냐에 대해선 글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스타 마케팅을 반대한다, 찬성한다를 떠나 해당 작품의 퀄리티가 과연 정체성에 맞게 가는냐가 관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돌 스타를 매우 좋아한다.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아이돌 배우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뮤지컬 공연에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고 가까이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흥행적 요소가 있다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한 주인공을 두 배우가 맡는 더블 캐스팅의 경우 왠지 서로 비교된다는 점에서 부담과 경쟁이 심할 것 같은데.

박=더블 캐스팅의 좋은 점은 둘이서 소화하는 역할이다 보니 미처 내가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더블 캐스팅된 배우를 통해 배우게 된다. 더블 캐스팅이 서로 부담스럽고 비교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물론 관객이 판단하겠지만 오히려 더 좋은 파트너라고 본다. 서로 연기와 인물 파악 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원 캐스팅을 해오다 올들어 더블 캐스팅만 3차례 맡았다. 더블 캐스팅이 생기면 의식을 많이 하겠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경쟁이라기 보다는 도움을 많이 받더라. 그렇다고 전혀 의식이 안되는 건 아니다. 혼자 연습할 때는 나만 하다 보니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몰랐는데 더블 캐스팅에서 비번일 경우 따라 바라볼 수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계기도 되고 새로운 반성도 하게 된다. 설사 주변에서 누구는 어떻다는 둥 이런 저런 얘기가 들리지만 그러려니 치부한다.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말려들고 만다. 더블 캐스팅의 차이는 일종의 다름이지 누가 맞고 그르다는 차원은 아니다.

올해 활동 평가와 새해 희망을 들려달라.

=올해 초반에는 공연이 섰다가 엎어지는 경우도 있어 힘들었지만 뮤지컬 밥퍼라는 작품을 만나 행복하다. 기대도 많이 되고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항상 그렇지만 새해에도 계속 인정받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품 ‘호기심’으로 시작해 ‘밥퍼’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 과정에 결혼이라 대사도 치렀다. 내년에는 아기 엄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큰 꿈을 가지고 좋은 창작 뮤지컬에 참여했으면 한다. 극단에선 아직도 막내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배우로서도 한층 더 성장하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올해는 한마디로 ‘버라이어티’한 해였다. 좋은 작품에 좋은 배역을 맡는 복을 누렸다. 되돌아보니 과연 내가 어떻게 감당했나 싶을 정도로 큰 행운을 누렸다. 반면 스스로 되돌아보면 내가 이런 점이 부족하고 이런 걸 채워나가야겠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던 것 같다. 내년은 올해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어쨌든 뮤지컬 밥퍼로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뮤지컬 밥퍼는 오는 29일까지 공연된다. 극본 이다윗, 연출 김덕남, 작곡 황규동, 음악 슈퍼바이저 변희석, 안무 최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