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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창의력은 몇 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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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창의력은 몇 점일까요?"

[생생인터뷰]한국창의력교육협회 황욱 명예회장

"창의적 활동 참가하며 자연스럽게 창의력 배양해야"


8월 '창의력 10종경기' 아시아대회 6개국 참가 예상


팀 창의력 통해 21C 필요한 리더십·배려심·협동심 길러


▲황욱한국창의력교육협회명예회장
▲황욱한국창의력교육협회명예회장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세계육상경기대회에 철인 10종경기가 있다. 강인한 사람의 상징이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창의력교육협회 황욱 명예회장이 개인과 팀의 창의력을 평가하는 창의력 10종경기를 개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철인 10종경기가 개인의 근력을 측정하는 경기라면, 창의력 10종경기는 개인의 무한한 창의력을 실질적으로 측정하는 경기다. 특히 21세기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에 초점을 맞춰 1종부터 7종까지는 팀중심 창의력을 측정하고, 8종부터 10종까지는 개인중심 창의력을 측정한다.

한국창의력교육협회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아주대에서 개최한 ‘창의력 10종경기 한국대회’에는 초등학생 240명, 중고등학생 220명 등 총 460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대성고 안창균 군은 “우리팀은 서로 못하더라도 격려와 웃음을 통해 28개 팀중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난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고 참가후기를 올렸고, 대전여고 현지수 양은 “나와 다른 팀원들과 의견을 맞추고 활동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 자신의 리더십과 사람들과의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이번 창의력 10종경기 한국대회에 이어 오는 8월 아시아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황욱 한국창의력교육협회 명예회장을 만나 국내 창의력 교육의 현주소와 팀중심의 창의력 대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21세기에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요?

“창의력은 교과서적으로 학습해서 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길러져야 합니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창의적인 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겁니다. 창의적인 활동을 해봄으로써 길러지는 것이지요. 학부모들은 창의력과 관련된 책을 사서 자녀에게 우리 한번 문제를 풀어보자고 하는데, 그건 자녀의 창의력이 아니라 어머니 수준의 창의력에 머물게 됩니다. 창의력은 서로 비교하면서 평가하는 게 좋아요. 예컨대 어떤 사람이 기발한 모양을 만들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평가될 때 정확한 창의력의 수준을 알 수 있지요. 따라서 창의력 교육은 개인 창의력뿐만 아니라 팀 중심의 창의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외국의 상황과 국내 상황을 비교해주세요.

“우리나라는 과학전람회나 발명대회에서 개인 창의력을 중심으로 평가하지만, 외국에서는 개인보다는 팀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또 그 결과를 그대로 인정해줍니다. 역사가 35년이 된 세계창의력 올림피아드인 ‘오디세이 오브 더 마인드(Odysseey of the Mind)’는 5~7명이 참가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된 문제는 연극으로 평가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극이 아니라 글로써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사실 외국의 평가방법이 더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심사위원들은 의상의 창의성, 기계 구조물의 창의성, 미션 등 10가지 항목을 골고루 평가한 다음에 점수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립니다. 사실 연극을 보고 평가하게 되더라도 미국은 요소 하나 하나를 평가하는데 반해 우리는 대부분 연극 전체만 평가하려고 해요. 그런 점에서 다양한 창의력의 분야를 평가하는 미국의 평가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창의력은 기계 구조물이나 과학 분야에 한정해서 생각하기 쉬운데, 최근 오디세이 오브 더 마인드를 보면 인문학 분야까지도 포함해 창의력을 넓고 깊게 평가합니다. 예컨대 역사적인 고전 분야의 경우 지금까지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거나 있을 법한 내용을 가지고 공연하는 걸 평가하는 것이지요.”

황 명예회장은 미국의 교육은 과학과 수학 교육에 기술과 공학을 연계해 가르치는 융합교육(STEM)을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여기에 ‘서비스(service)’의 ‘S’를 하나 더 붙여 ‘STEMS’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21세기 융합형 인재로서 봉사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창의력이란 무엇입니까?

“평준화 교육은 남을 따라하는 교육이고, 창의력이란 남과 다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말합니다. 남과 같이하는 교육은 아무리 잘해도 안 됩니다. 그런데 남과 다르게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공부를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집안의 심부름은 공부를 잘하는 형님을 제쳐두고 모두 저에게 다 시켰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고향인 하동에서 삼천포 외갓집에 까지 심부름을 갔다왔지요. 하동에서 진주를 거쳐 삼천포로 가야 하는 길이기에 처음에는 두렵고 겁이 났어요. 하지만 한 번 하고나니 두려움이 없어지고 베짱이 생겼어요. 마찬가지로 평준화 교육에서 창의력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ey of the Mind World Finals)와 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Destination Imagination Global Finals)에 나가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지난 8년 동안 계속 대회에 참가했어요. ‘오디세이 오브 더 마인드’는 35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이고, ‘데스티네이션 이매지네이션’은 ‘오디세이…’에서 떨어져 나와 12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입니다. 7명이 한 조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결승전이 열리는 당일 8분 간 공연을 한 후 심사위원들이 자발적 과제 또는 즉석 과제를 주어 평가합니다. 한국에서는 개성초등학교가 오디세이 오브 더 마인드 월드 파이널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처음에 대회에 참가할 땐 항공비를 제외하고도 행사 참가비로 1인당 80만~90만원씩 낸다는 것에 반감이 있었어요. 주최 측이 왜 참가 학생들에게 돈을 받느냐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제 생각이 틀렸어요. 참가비는 대회를 위해 쓰고, 나머지 돈은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해 새로운 문제를 개발하는 등에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국가주도형이 아니라 민간주도형으로 행사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매년 전 세계에서 3만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에 따르면 이 같은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치르면서 1인당 80만원씩의 참가비를 받았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또 대회를 국가 주관하에 치르면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문제를 개발하겠지만,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대회의 수준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창의력 교육프로그램은 수년간의 현장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하지, 돈만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국가가 주도할 경우 지금 당장 교수들을 불러 10억원을 주며 창의력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해서 창의력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합시다. 다음해 예산이 부족해 10억원에서 8억원으로 깎이게 되면 대회 수준이 떨어져요. 이게 한계예요. 그래서 정부가 할 일을 민간단체가 자생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정 단체를 밀어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권위 있는 대회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력 10종경기는 어떻게 합니까?

“창의력 10종경기 가운데 1종부터 7종까지는 팀 중심으로, 8종부터 10종까지는 개인 중심의 경기입니다. 한국은 개인 중심의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사회는 팀이 잘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개인 창의력은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데 반해, 높은 고차원적인 창의력은 팀 중심일 수밖에 없거든요. 선진국은 지금 현재 팀 중심 교육으로 나가고 있고,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학부모뿐만 아니라 입안자들이 바꿀 용기가 없어요. 대학에서도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만들었는데 아직은 개인의 창의력만 반영할 뿐 팀 창의력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팀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능력도 신장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두 대회도 부족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바로 창의력 10종경기를 하게 된 계기입니다. 지난 8년 간 두 대회를 참가하면서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어요. 창의력이 자연스럽게 배양되어야 함에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너무 많은 연습을 해가지고 나오는 거예요. 심지어는 준비과정에서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 협회는 창의력 10종경기를 만들면서 개인이든, 학교단체든 일단 신청을 받아놓고 무작위로 4명씩 팀을 만들어 경기에 나서게 하지요. 미국 대회의 장점인 팀 창의력과 우리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개인 창의력을 조화시켜 창의력 10종경기를 만들었어요. 참가자들은 2박3일 동안 함께 숙박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작은 조직을 이끌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남을 배려하고 협동심을 발휘해요. 저는 이것을 보고 대회가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창의력 10종경기에 참가한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참가자들이 대회가 끝난 후 홈페이지에 올린 참가후기를 보면 대회를 주최한 저도 깜짝 놀랍니다. ‘이 대회는 정말 새로운 대회였다. 아니 대회라기보다는 2박3일 캠프를 갔다온 것처럼 신났다’(대전여고 현지수) ‘창의력 10종경기에 참가해보니까 많은 걸 얻어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2박3일이라 처음엔 길게 느껴졌지만 경기를 하면서 시간 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참여하게 되어 좋았어요’(대전 내동중 김유진) ‘학교에서는 제가 대회에 나가는 걸 싫어했지만 제 소신대로 창의력으로 대학입학을 하겠노라고 굳게 믿고 나간 것이 적중(한양대 기계공학과 수시전형 합격)했습니다. 이제 취업도 창의력으로 하려고 합니다’(영동일고 학생) ‘이번 창의력대회는 DI나 OM과 다르게 도전과제 한 가지가 정해지지 않고 10가지로 다양했습니다. 팀원도 대회장소에 가서 구성되었습니다. 이것들로부터 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마지막날 우린 헤어지기 싫어서 서로 부동켜 안고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대성고 안창균) 등의 열띤 반응이 나왔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30년간 교편을 잡아오셨는데,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해요. 지식 교육에서 인성 교육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져야 하지요.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 교육은 우리가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거의 다 들어있어요.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이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팀 중심 창의력을 펼치면서 탈선이나 학교폭력 등이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따라서 우리 교육은 앞으로 연구중심교육(R&E)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황욱 명예회장은 ‘인문공고’라는 비아냥을 들은 김해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명반을 개설, 학력이 떨어지는 얘들을 모아 목표를 주고 팀 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놀랍게도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학내 문제가 사라졌다고 한다. 특히 대개의 고등학교 발명반이 10명 내외로 구성되는데, 이 학교는 무려 95명의 학생이 발명반에 들어와 활동했다고 한다.

“학교의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우리 아이만 잘되기를 바라는 학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해요. 실제로 팀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때 교육효과도 높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이 변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만일 고등학교 교육이 연구중심교육(R&E)으로 바뀌게 되면 학생들은 스스로 주제를 찾아 공부하고 더 나아가 자기 주제니까 더 알고 싶어할 것입니다.”

-오는 8월에는 창의력 10종경기 아시아대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대회 성공에 자심감이 생겨 아시아 대회도 잘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아시아대회에는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 300명과 한국 참가자 700명 등 6개국 10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 대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숙박을 제공하고 대회 참가비만 내도록 할 생각입니다.”

-평소에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요?

“먼저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남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장이 없어요. 초등학교는 그나마 장이 마련되어 있고, 중학교는 그 다음, 고등학교에는 전혀 없어요. 창의력을 길러주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맞아요. 만일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할 경우 무조건 공부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과제(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페르미 추정)를 내주고 문제를 해결하게 합니다. 예컨대 ‘시카고에 맨홀 뚜껑이 몇 개 있을까’ 라는 과제를 주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하지요. 1번가에 맨홀이 5개 있고, 시카고에 몇 번가까지 있으니까 총 몇 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서울에서는 피자가 얼마나 팔릴까, 라는 문제도 흥미있게 풀 수가 있어요.”

황욱 명예회장은 모 고등학교 교장공모제에 신청을 해놓았다. 교장의 신분이 되면 자유롭게 창의력 교육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창의력을 개인적으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요?

“학교에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개인은 창의적인 체험활동에 자발적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학교 또한 학생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 없으므로 방과후 자율학습 등의 시간을 빼주는 등 학생들이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해요. 그나마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창의력 대회 수상경력만으로 대학에 가는 길이 열려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