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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직후 장쩌민 주석 접대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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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직후 장쩌민 주석 접대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한국의 맛-여경옥 루이 대표]

고객에 부끄럽지 않은 식자재 사용이 경영의 비결


호텔·식당 경험 살려 대형호텔서 최고 중국요리 만들고파


중식당 '루이' 3개점 이어 최근 '수엔' 오픈한 오너쉐프


▲여경옥중식당루이대표
▲여경옥중식당루이대표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중식당 루이 광화문 본점, 마포점, 부천점에 이어 최근 충무로에 중식당 수엔을 오픈한 여경옥 대표. 그의 친형 여경래와 함께 요즘 가장 잘나가는 중화요리사로 통한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열여섯 살부터 요리를 시작한 그는 지난 1984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신라호텔에 입사, 24년 간 최고의 식재료로 최고급 중화요리를 선보인 베테랑 중화요리사이기도 하다.

최고의 호텔에서 최고의 요리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여경옥 대표는 곧바로 중식당 루이를 오픈, 오너쉐프로서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의 성공을 눈여겨 본 국내의 한 특급호텔에서 다시 호텔에서 조리를 해보자는 제안을 해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

-충무로에 중식당 수엔을 오픈했다던데….

“중식당 루이(광화문 본점‧마포점‧부천점)는 제 성을 딴 이름이고, 최근 충무로에 오픈한 수엔은 어렸을 때의 제 아명입니다. 공교롭게도 루이와 수엔이 모두 언론사의 건물에 입점해 있어요. 그만큼 입맛 까다로운 분들이 자주 오시니 최고 요리를 맛보이려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로 맺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리와 경영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오너쉐프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성공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습니까?

“루이 광화문 본점을 2007년 열었으니 오너쉐프로서 중식당을 경영한 지 6년이 되었어요. 신라호텔에서 근무하며 각종 식재료에 대해 공부했고 해외 조리사들과 교류하거나 요리대회에 참가하며 수시로 벤치마킹을 했어요. 2000년 이후부터 제 개인 가게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후 언론인들이 많이 모이는 광화문에서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호텔에 있을 때는 고객에게 좋은 요리만 제공하면 되었지만 막상 식당을 경영하다보니 조리 이외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제가 아무리 좋은 음식을 만들어 제공해도 흑자를 못 내면 좋은 식당을 계속 운영할 수 없어요. 처음엔 식당 경영에 감이 안 잡혀 좀 고생을 했어요. 고객에게 절대로 부끄럽지 않은 식자재를 사용하되 최선을 다하고 직원 관리를 잘하는 게 식당경영의 비결이었습니다.”

여경옥 대표는 루이 광화문점과 마포점, 수엔 등 서울에 있는 직원이 50명에 달한다. 실력이 뛰어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하는 좋은 직원이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직원 관리가 최고로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최고 호텔인 신라호텔에서만 24년간 근무했다면서요?

“중학교를 졸업한 열여섯의 앳된 나이에 중화요리를 시작했어요. 열심히 노력한 끝에 1984년에 국내 최고의 호텔인 신라호텔에 입사해 24년 동안 일했어요. 1993년 주방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때부터 외국의 주요 국빈들을 모셨지요. 1995년 11월에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수교를 기념하여 방한했을 때 중화요리를 만들어 접대한 게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메뉴는 ‘맛있는 냄새에 끌려 스님이 담장을 넘었다’는 불도장을 비롯해, 상어지느러미찜, 다금바리, 해삼요리, 자라찜 등 최고급 요리였지요. 한국식 중화요리를 처음으로 맛본 장쩌민 주석 일행은 ‘한국에도 이런 훌륭한 중화요리가 있었느냐’며 크게 칭찬해주셨지요. 중국 최고의 지도자에게 칭찬을 받으니 제가 중화요리사가 되었다는 게 행복하고 자랑스러웠어요.”

-형제요리사(여경래-여경옥)로도 유명합니다.

“형님은 저보다 요리를 더 잘하시죠. 제가 이 직업을 택한 것도 형님이 하시니까 무조건 따라한 겁니다. 형과 제가 중화요리계의 형제요리사로 알려지면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요리사가 되자고 다짐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형 여경래는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호텔 중식당 홍보각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2년 말레이시아 국제요리대회 은상을 수상하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경기도 수원이 고향인 형제는 화교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하루 한 끼만 먹을 정도로 형편이 안 좋아 형제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고의 호텔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해와 고민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잘하고는 있지만 업장을 늘려놓아 다시 호텔에 가야할지, 아니면 지금 운영하는 가게를 계속 키워나가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만약 호텔에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도 호텔에 들어가면 특급호텔에서 명성을 쌓아왔고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고객들로부터 ‘이 음식 진짜 괜찮다’는 칭찬 한마디를 듣고 싶어요.”

-중화요리계의 사부로 통하며 대학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혜전대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경기대에 출강하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보니까 실습은 누구보다 잘 가르칠 수 있는데 반해 이론이 약하다는 생각에서 마흔이 넘어 공부를 새로 시작했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집에서 일했기 때문에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를 다녔어요. 남들보다 한참 늦은 만학도로서 방학도 없이 정말 열심히 공부해 3년만에 대학과정을 끝냈어요. 그리고는 경기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끝내고 바로 박사과정에 들어가 지난 2월 박사학위를 받았지요.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늘 부족하던 부분을 채웠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조리사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요리에 입문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성공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지 않아요. 열심히 열정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제가 힘들게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말로 하기보다는 제가 먼저 앞서서 보여주겠다는 생각에서 끝까지 도전해본 것이지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자신있게 공부하라고 권유합니다. 석‧박사 전문과정을 밟는 동안 지식을 늘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나갈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중국 유명요리잡지 ‘東方美食’의 2009년 1월호 표지 인물로 나오셨는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열리는 요리대회의 심사를 하다보니까 그쪽에서도 좀 알려졌나 봅니다. 또 중국 CCTV요리대회에 출전해 금상을 탄 적도 있어요. 이런 인연으로 잡지사에서 한국의 중화요리를 취재해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와 성사됐어요. 잡지사에서는 중화요리가 외국에 나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7~8페이지에 걸쳐 한국화 된 중화요리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특집으로 소개했어요. 당시는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종종 한국인 조리사가 소개되고 있어요.”

-중화요리의 매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중국요리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 특히 센 불로 짧은 시간에 요리를 완성해내는 데 있습니다. 가끔씩 묘기를 보여주는 마술사처럼 엄청난 화력에 중식 프라이팬인 웍을 돌리며 조리하는 재미도 다른 요리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지요.”

-오랫동안 중화요리를 해오셨습니다. 남다른 요리철학이나 성공의 비결을 들려주세요.

“거창한 요리철학보다는 제 나름대로의 성공비결을 말씀드리지요. 조리사로 성공하려면 우선 요리를 잘해야 합니다. 조리를 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성공하고 실패하는 건 조리사의 마인드의 차이에 달려 있어요. 설사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한다 할지라도 ‘이건 내 일이다’는 생각으로 즐기며 정성을 쏟고 일한다면 성공의 신이 문을 두드립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지라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그 힘든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달리 즐기며 수행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중화요리에는 MSG 같은 첨가물을 많이 쓴다는 선입관이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중화요리에서 그동안 첨가물을 많이 사용해온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식재료가 좋아졌고, 국민들의 관심이 웰빙 자연식으로 가고 있으므로 중식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업장의 경우에도 100%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요리의 10% 정도에 약간 사용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고 책임자로서 MSG를 완전히 빼고 싶은데 길들여진 소비자의 입맛 때문에 현재로서는 약간 타협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팔보채나 새우칠리소스처럼 고급요리에는 MSG를 전혀 안 쓰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대중적인 음식인 짜장면이나 짬뽕에도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중국은 상해요리, 사천요리, 광동요리, 북경요리 등 4대 성을 중심으로 요리의 천국이라 할 수 있지요? 여경옥 대표의 중화요리는 어떤 요리입니까?

“저 만의 요리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상해요리, 사천요리, 광동요리, 북경요리 등 중국 4대 성의 요리를 다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 본토 요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맛이 한결 순해지고 매운 맛이 덜하다는 점이지요. 특히 중국 본토 음식보다 기름을 훨씬 적게 사용해 음식이 덜 기름지도록 하고 있어요.”

-최고의 쉐프가 되기까지 여경옥 대표에게 힘이 됐던 분이 있으시다면….

“최고의 쉐프라는 말은 부담스럽고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고는 생각해요. 누구보다 형님이 스승이자 동반자로서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고, 다음으로 꼽는다면 신라호텔의 후덕주 상무님이라고 생각해요. 후덕주 상무님으로부터 요리에 대한 마인드를 배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후배를 양성하는 게 제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학교에서 강의하거나 연구소를 차려서 메뉴개발과 함께 강의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연구소 겸 아카데미를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야죠. 장사가 잘되면 많은 돈을 벌 줄 알았는데, 매출이 형성되어도 경영자의 자질이 부족해서인지 많이 벌리지 않아 고민입니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여경옥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새우칠리소스


■ 여경옥 조리장의 새우칠리소스 레시피


중새우 10마리, 대파 20g, 마늘 2쪽, 생강 0.5쪽, 계란 1개, 튀김전분 0.7컵

<소스재료>

청주 1큰술, 두반장 1큰술, 설탕 3큰술, 케찹 3큰술, 육수(물) ㏄, 고추기름 2큰술, 튀김식용유 3컵, 전분 1큰술+물 3큰술

■ 새우칠리소스 조리법

① 새우는 등쪽의 내장을 제거하고 물기를 잘 닦아 준비한다.

② 계란과 전분을 넣고 새우와 같이 버무린다.

③ 기름 170℃ 정도에서 튀겨준다.

④ 대파 마늘 생강은 잘게 썰거나 다져 준비한다.

⑤ 프라이팬에 고추기름을 넣고 썰어놓은 야채와 두반장과 케찹을 넣고 볶아준다.

⑥ 다시 청주를 넣고 물을 부어준 다음 설탕을 넣고 끓으면 물전분을 부어 걸쭉하게 소스를 만든다.

⑦ 튀김한 새우를 소스에 붓고 잘 버무린다.

Tip: 모든 튀김 재료는 튀기기 전에 물기를 잘 닦아주어야 튀김옷이 잘 입힌다. 튀김옷에 사용되는 미리 물과 1:1 정도로 혼합하여 차게 하면 튀김이 좀더 바삭해진다.

고추팔보채


■ 여경옥 조리장의 고추팔보채 레시피


건고추 3개, 표고버섯‧양송이 2개씩, 청경채 1뿌리, 당근 1/4개, 죽순 1/3개, 불린 해삼 60g, 깐 은행 10알, 중새우 6마리, 갑오징어살 80g, 소라 2개, 닭가슴살 1/2개, 식용유 2컵

<소스>

고추기름 2큰술, 대파 10g, 생강 1/2쪽, 마늘 1쪽, 청주‧간장 1큰술씩, 굴소스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1/2작은술, 물 1/2컵, 물녹말 2큰술

■ 고추팔보채 조리법

① 표고버섯, 당근, 양송이, 죽순은 편으로 썰고 청경채는 4㎝길이로 썬다. 해삼은 넓적하게 썰고 은행은 껍질을 벗긴다. 건고추는 씨를 빼고 3㎝크기로 썰고, 대파는 반으로 갈라 3㎝길이로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썬다. 생강은 채 썬다.

② 새우는 내장을 제거하고 갑오징어는 대각선으로 칼집을 넣어 4㎝ 크기로 썰고 소라, 닭고기도 비슷한 크기로 썬다.

③ 끓는 물에 마른고추, 대파와 생강 마늘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데쳐 체에 건져 둔다.

④ 프라이팬에 고추기름 2큰술을 넣고 대파, 생강, 마늘을 5초 정도 볶다가 청주와 간장을 1큰술씩 넣는다,

⑤ 다시 데친 재료를 넣고 10초 정도 더 볶는다.

⑥ 굴소스, 후춧가루를 분량대로 넣어가면서 간을 맞춘다.

⑦ 물을 1/2컵 정도 붓고 살짝 끓인 다음 물녹말을 넣고 섞어 걸쭉하게 만든다.

⑧ 참기름을 넣고 섞어 바로 접시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