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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제 춘향가의 미적 접근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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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제 춘향가의 미적 접근 Ⅱ

국악속풀이 102

[글로벌이코노믹=서헌범 기자] "김세종제 춘향가의 미적 접근 1"에서는 <한국전통음악학회>와 <김세종제 춘향가보존회> 공동으로 2013년 3월 21일 서울 삼성동에 자리한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김세종제 춘향가의 미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학술모임을 개최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판소리로 전해오는 춘향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소리이며, 현재까지 전해오는「춘향가」의 유형(제 혹은 바디라고도 부름)에는 <김세종제> <정정렬제> <김연수제> <김소희제> 등이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어 각 제의 전승은 <김세종제>가 성우향, 성창순, 조상현 명창이, <정정렬제>는 박봉례, <김연수제>는 오정숙 이후, 전북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김소희제>는 신영희 명창이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김세종제는 김세종, 김찬업, 정응민으로 내려오면서 옛 명창들의 더늠이 고루 담겨 있고, 조(調)의 성음이 분명하며, 부침새와 시김새, 사설 등이 잘 다듬어져 있는 바디라고 했다.

김세종은 철종 무렵, 이른바 ‘후기 8명창 시대’의 한 사람으로 박만순, 송우룡, 장재백 등과 함께 동편제를 발전시킨 명창이었고 고창의 신재효에게 영향을 받아 판소리에 관한 이론이 밝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정작 그의 생몰연대도 분명치 않을 정도로 생애나 전승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하겠다. 다만 그에게 춘향가를 배운 김찬업이나 장재백과 같은 사람들이 1850년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김세종은 적어도 1820~30년대 사람으로 추정될 수 있다.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가 언제부터 판소리로 불리게 되었을까? 조선조 영조 때 유진한의 문집인 ≪만화집≫에 실린 -가사 춘향가 이백귀- 라는 글귀나 그 후 순조 때의 문인 송만재의 ≪관우희≫에 춘향가가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적어도 영조 이전, 숙종 무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전통의 판소리를, 그 중에서도 춘향가를 잘 부른 역대의 명창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왕으로 불린 순조 때의 송흥록은 옥중가 가운데서도‘귀곡성’대목을 잘 불렀다고 하고, 염계달은 춘향이 매 맞는 대목을 잘 불렀다고 하는데, 춘향이 매를 맞고 쓰러지자 집장사령과 남원 한량들이 변사또를 원망하는 대목을 경드름으로 지어 불렀다는 점에서 유명하다.

또한 동시대의 라이벌이면서 송흥록을 가왕으로 인정한 모흥갑 명창은 춘향과 몽룡이 이별하는 대목을 잘 불렀으며, 송광록은 ‘긴 사랑가’, 고수관은 ‘잦은 사랑가’, 철종 때의 명창 박유전은 ‘이별대목’, 박만순은 ‘옥중대목’, 김세종은 ‘천자문 풀이대목’, 이날치는 ‘옥중 자탄가’를 잘 불렀다고 한다. 그 외에도 춘향가 속에는 멋진 대목들이 많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춘향가 중 이도령이 광한루에 올라 사면 경치를 바라보며 부르는 적성가 대목이나 춘향이가 매를 맞으며 끝까지 변사또를 훈계하는 십장가 대목 등을 좋아하는 편이다. 무형문화재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때로는 필요해서 명창들의 소리음반을 듣고 또 듣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조상현 명창이 부르고 김명환 고수가 북을 친 <김세종제 춘향가>는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에서 음반과 함께 사설을 거의 완벽하게 채록해 놓았기에 대학강단에서 판소리 관련 강좌 때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익숙해 진 소리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필자 뿐 아니라 한번 듣게 된 이들은 영락없이 다시 듣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로 성음이 분명하고, 사설이 잘 다듬어져 있는 소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김세종제 춘향가가 아무리 뛰어난 명창들이 짰고, 또 옛 명창들의 더늠이 고루 담겨 있다고 해도, 그리고 성음이나 시김새, 사설이 잘 다듬어진 바디라고 해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선호하기에는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후대의 전승계보라든가, 다른 제에 견주어 사설이나 음악적 구성의 특징 등이 확연하게 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이러한 학술 모임을 시작으로 김세종명창을 기리는 새로운 작업들과 함께 이 유파의 미적인 요소들이나 예술적 특징이 연구자들에 의해 확연히 들어나야 할 것이며 또한 전문 소리꾼들은 판소리 춘향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자주 들려주고 보여 주어 그 저변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에 학술대회가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이번 학술모임에 기꺼이 주제별 발표를 맡아 주신 권오성, 최동현, 정병헌, 유영대, 김혜정 교수와 토론에 참여한 이보형, 김석배, 김영운, 김우진, 조혜형, 김인숙, 성기련, 김병혜 교수 등 여러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판소리 전문가와 애호가 여러분의 참여에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세종제춘향가의미적접근>학술대회에서개회사를하는서한범회장,환영사를하는김수연이사장,주제발표를하는권오성교수▲김세종제판소리춘향가한대목을부르는김수연명창
▲<김세종제춘향가의미적접근>학술대회에서개회사를하는서한범회장,환영사를하는김수연이사장,주제발표를하는권오성교수▲김세종제판소리춘향가한대목을부르는김수연명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