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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32)]제8장, 욕망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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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32)]제8장, 욕망의 본색

그러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아마도 한 시간은 족히 지난 듯 했다.

소나기가 쏟아지듯 펑펑 내리던 눈발이 슬금슬금 잦아들더니 꽃가루 같은 눈 개비가 풀풀 휘날릴 때였다. H모텔이란 큼직한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띄는 산 밑의 한 건물이 훤히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그 건물로부터 빠져나와 사내가 서있는 길을 따라 서서히 다가왔다.
사내는 그 승용차를 보자 그제야 몸을 움직였다.

길 한가운데로 성큼 발길을 옮긴 사내는 양손을 옆구리에 떡 하니 걸치고 버텨 섰다. 그리고 나를 들이박고 가보란 듯 다가오는 승용차를 향해 당당하게 마주했다.

“............?”

차를 몰고 가까이 다가온 운전자가 의아해서 몇 차례 짧게 클랙슨을 울렸다.

그러나 사내는 비켜서려 하지 않았다.

“...............!!”
이번에는 운전자가 신경질적으로 크고 길게 클랙슨을 울리며 다가왔다.

그러나 사내는 차 앞 범퍼가 무릎에 닿을 듯 밀고 들어오는 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이 새끼 뒈지려고 환장했어? 빨리 비껴!”

운전자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벌컥 문을 열고 나오면서 욕설부터 퍼부었다.

50대 초쯤 돼보였다. 어깨가 딱 벌어지고 몸이 단단해 보이는 모습이 힘깨나 쓰고 한 주먹 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도 사내는 장승처럼 말없이 서있었다.

“야, 이 새끼야! 내 말이 안 들려?”

장년의 사내가 드디어 노성을 내 질렀다. 그리고 숨 쉴 새 없이 달려와 다짜고짜 버티고 선 사내 가슴을 두 손으로 왈칵 밀쳤다.

사내는 아무 말이 없이 힘이 부치는 듯 두 다리를 휘청했다. 그리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가는 다시 두어 발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어라, 이 새끼 보게?”

장년의 사내가 같잖다는 듯 비웃을 흘렸다. 그제야 시비를 걸 양으로 차를 가로막았음을 눈치 챈 것 같았다.

“하, 이 새끼! 별 놈 다 보겠네!”

장년의 사내가 어이없어 하다가 가소롭다는 듯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콧방귀를 한 번 끼더니 이 씹 새끼! 하고는 마음먹고 젊은 사내의 멱살을 잡아채서 메다 꽂으려했다.

그런데 웬일? 뜻밖이었다.

이번에는 처음과는 달랐다.

슬쩍 한 번 밀었을 때는 비실비실 뒤로 물러서던 사내가 마치 바위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전히 한 마디 말없이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하고 더 분통을 터뜨린 장년의 사내가 너 오늘 잘 만났다! 하고는 웃통을 벗어젖혔다.

그러자 아직 운전석에 앉아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던 여인이 차를 길가에 대고는 잽싸게 문을 열고 나와 옷을 받아들었다.

“별 웃기는 놈 다 보겠네? 혼 좀 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