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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34)]제8장, 욕망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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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34)]제8장, 욕망의 본색

“잘 하셨어요! 그런 새끼는 그래도 싸요! 그럼 그 새끼 이제부터는 유부녀들 등 못 쳐 먹겠네요!...........!”

소진수가 고소해 하며 허연 치아를 드러내 희죽이었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아직 자빠져 버둥대는 사내와 여인을 창밖으로 힐끔 곁눈질 하며 쏜살같이 달렸다.
최철민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만한 일을 저질렀으면 뒷일을 두려워해서라도 불안한 구석을 내보이기 마련인데 속내야 어찌되었든 안색에는 기미조차 없었다. 오히려 득의만만하고 눈빛은 더 큰 먹이를 노리는 범처럼 싸늘하고 매서웠다.

그러나 한성민 앞에서는 늘 다소곳하고 선량한 표정이어서 일견 자기 직분에 충실한 소시민 같기만 했다.

그날 사고를 저지르고 나서는 더 그랬다.

나이트클럽 사장이 경찰에 신고해서 언론에 보도도 되었으나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범행 장소가 외딴 지역인데다 얼굴을 보이거나 목소리조차도 내지 않았으므로 누군지 알 리가 없을 것이라 믿어서였다. 그러나 한성민 만은 눈치를 채지나 않을까 염려가 돼서 오늘은 일부러 시간을 내 그를 찾았다. 그리고 특별한 가르침까지 청해 그의 심중을 떠보았다.

“형님, 한 말씀 해주시지요.”
최철민은 음성이 이상하지 않게 목을 가다듬어 정중하게 말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말을?”

“저에게 좋은 말씀이면 뭐든 요. 그런데 형님, 오늘은 어째 누님이 안 보입니다.”

“응, 집에 볼 일이 있다며 나갔어.”

“하긴 요즘 누님이 혼수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을 겁니다.”

“혼수는 무슨.........이 사람아, 우리에겐 그런 거 아무것도 필요치 않아. 식도 서영 씨 집에서 물 한 그릇 떠놓고 하면 족하다네.”

“어이구 형님, 그럼 말씀마세요. 누님이야 형님 말씀대로 하겠지만 우리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어림도 없을 걸요. 하나 뿐인 딸을 어떻게 키웠는데요.”

“그래? 하지만 내가 이미 두 어른을 만나서 그럴 뜻을 전했네. 사실 나도 걱정했지만 두 분도 허락하셨고.”

“정말이오? 그 참!.......하여간 형님은 못 말리는 분이라니까!”

“혼인은 음양합덕으로 천지의 도를 실현하는 것이니 정한수 한 그릇이면 그 의미를 다하는 것이지. 그 외는 체면치레에 지나지 않네.”

“하여간 형님은 알아주어야 해요. 나 참! 원시시대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근데 형님은 역시 대단해요. 우리 누님도 보통이 아닌데 어떻게 하셨기에 형님 말씀이면 무조건 순종하세요?.........사랑하면 다 그런 건가?”

최철민은 이쯤에서 그가 아무런 눈치도 못 채고 있음을 확신했다. 나뭇가지에 바람만 스쳐도 놓치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적당히 위장했다가는 여지없이 간파당할 게 뻔해서 속을 냉담하게 숨긴 덕에 이제는 안심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표정의 변화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낌새로 자연스럽게 말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