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우는 음력 3월의 바람을 옛 사람들은 은혜가 가득한 바람, ‘혜풍(惠風)’이라고 불렀지만, 입하 때부터 부는 4월 바람은 ‘난풍(亂風)’이라고 했습니다. 강하게 불었다, 약하게 불었다 하며, 방향도 제멋대로여서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이 난풍은 못자리 볍씨를 한쪽으로 몰리게 했고, 특히 높새바람(북동풍)마저 불면 곳곳에서 산불이 났고, 봄가뭄까지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24절기에서 ‘입하’ 뿐만이 아니라 ‘입춘(立春)’, 입추(立秋), 입동(立冬)의 한자말을 쓸 때 왜 들 입(入)자를 쓰지 않고 서다는 뜻의 ‘立’자를 쓸까요? 이는 새로운 철이 왔으니 모든 것을 다시 세우라는 뜻으로 쓴 것입니다. 단순히 세월의 흐름을 따르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일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능동적인 모습을 주문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부터 새로운 여름을 맞아 능동적인 삶을 꾸리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