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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67)]제9장, 道가 없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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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67)]제9장, 道가 없는 역사

그래서인지 부처가 첫 법륜(法輪.깨달음을 얻는 법. 임맥과 독맥이 저절로 트이게 하는 수행법)을 돌린 장소도 사슴이 무리지어 풀을 뜯었을 것 같은 곳에 있었다.

그 곳엔 황금빛으로 빚은 부처의 상이 법륜을 돌리는 자세(결가부좌하고 왼손 엄지와 검지를 맞대 둥근 원을 그리고, 오른 손 엄지를 손가락이 맞닿은 곳에 댄 자세)로 역시 황금빛으로 빚은 다섯 제자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부처님께서 붓다가야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몸소 걸어서 이곳까지 오셔서 처음으로 법륜을 돌리시어 첫 제자를 거두시던 모습을 재현해놓은 것이오.”

“붓다가야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어요?”

“시속 40㎞ 정도 밤낮으로 달려서 이틀은 족히 걸릴 게요.”

“그렇게 먼 곳을 걸어서 오셨어요?”

“게다가 맨발로 오셨소!”

“어마나! 그렇게도 먼 길을요? 그 먼 길을 왜 여기까지 찾아오셨을까요?”
“깨달음을 얻으신 후, 어디서부터 어떻게 살법하실지 시세말로 작전을 세우신 것이지요. 여기 다섯 제자 우두머리를 교진여라 하는데, 부처님께서 출가하셨을 때 경호하던 호위대장이었소. 그런데 부처님께서 한 여인이 주는 우유를 받아 드시는 걸 보고 타락한 것으로 오해한 나머지 실망해서 자기네들끼리 이곳에 와서 수행정진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오해한 그들을 먼저 깨우쳐줄 생각으로 이곳까지 오셨던 것 같소.”

“네........그런데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하셨다는 사위성(舍衛城)이란 곳은 어디쯤 있어요?”

“금강경을 설하신 곳은 기원정사(祇園精舍)인데, 사위성 남쪽에 있어요. 붓다가야와 그리 멀지 않은데 지금은 폐허가 돼서 황량한 벌판에 옛 자취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왜 금강경이 생각나오?”

“아니에요! 철학교수출신 어느 유명한 교수가 쓴 금강경 해설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우리나라 삼국시대 신라(新羅)의 옛 이름 서라벌이 사위국에서 따온 불교적 말이라 해서요. 서라벌이 신라가 되었다나요?”

“뭐요?”

한성민은 자신도 모르게 벌컥 화난 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서울도 사위성에서 유래된 말이라던데요? 중국 당나라 현종 때 현장이란 사람이 인도에 유학하고 돌아와서 사위를 실라벌(室羅伐)이라 음역했는데, 그것을 보고 실라벌을 서라벌이 라 하고, 서라벌이 서울이 되었다 했어요.”

“그 사람 역사를 제대로 아는 언어학자인가?”

“아니에요! 하지만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 자타가 공인해요!”

“스스로?”

“네, 금강경 첫머리에 원효대사의 학식과 자신을 비슷한 수준이라 은근히 비교했던데요?”

“그 사람이 그렇게 교만한 인물이오? 우리 저기 가서 앉아서 애기합시다.”

한성민은 어이가 없어서 혼자 말처럼 반문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긴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아서 양지바른 잔디밭을 가리키고는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내가 뒤쫓아 와 곁에 다소곳이 앉자 그는 탄식이 거두어지지 않아 한참을 말문을 열지 못했다.